면역노화로 낮아지는 백신 효과… 고령층 전용 백신 플루아드로 해법 제시
고령층 전용 독감 백신 플루아드 예방 효과와 경제성 동시에 입증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독감’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인플루엔자는 매년 동절기 유행하는 주요 호흡기 감염병이다. 인플루엔자는 모든 연령에서 위험할 수 있으나, 특히 고령층에서 입원 및 사망 위험이 높아 치명적이다.
실제로 인플루엔자로 인한 입원 환자의 약 70%, 사망 환자의 약 90%는 65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만큼, 고령층 독감 예방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고령층에서 인플루엔자 감염에 취약한 대표적인 원인은 바로 ‘면역노화(immune senescence)’다. 면역노화란 나이가 들면서 면역세포의 기능 저하로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 및 항체 생성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문제는 면역노화로 인해 고령층에서 백신 접종 후에도 보호면역반응이 충분히 일어나지 않아 백신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고령층은 표준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생성되는 항체 역가가 건강한 성인의 40~80% 수준이며, 예방 효과가 31~58%에 불과하다.
더욱이 우리나라 고령층의 86%는 당뇨, 심혈관질환, 만성 호흡기질환 등 기저질환도 가지고 있어 인플루엔자와 같은 감염질환에 대한 면역력이 더 낮아지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에 대한 치명율도 높아지게 된다.
실제로 독감에 감염된 고령층은 첫 2주 동안 심장마비 위험이 3~5배, 뇌졸중 위험이 2~3배 증가하며, 사망 위험은 최대 6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23-24 절기 국내 8개 병원에서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으로 내원한 성인 2632명을 대상으로 백신을 통한 예방 효과를 분석한 HIMM 연구 결과, 19~64세 환자에서는 24.3%의 예방 효과를 보인 반면, 65세 이상 환자에서는 17.4%에 그쳤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기존의 표준 인플루엔자 백신 이상의 강력한 예방 효과를 가진 백신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영국 등 세계 각국은 고령층에서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2023년 대한감염학회 성인예방접종 권고안에서 고령층은 플루아드를 포함한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의 우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 전문 기업 CSL시퀴러스는 고령층을 인플루엔자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플루아드를 개발했다. 플루아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된 고령층 대상 면역증강 백신으로, 지난 2022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했으며, 2023년 출시됐다.
플루아드에는 CSL시퀴러스의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된 면역증강제 MF59가 포함돼 표준용량 백신 대비 더 강력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며, 최대 1년까지 장기적인 예방효과가 유지된다.
특히, 한국과 대만에서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플루아드의 접종이 기존 독감 백신 대비 독감의 발생과 입원율, 사망률을 효과적으로 낮추는 것과 동시에, 사회적 의료비 절감 효과도 보여, 약 270만 달러의 추가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호주, 영국, 독일 핀란드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플루아드의 우수한 예방효과 및 사회경제적인 비용효과 결과를 바탕으로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고면역원성 백신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대한노인병학회 조비룡 이사장(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은 “인플루엔자는 고령층에게 단순한 호흡기 질환이 아니라 폐렴, 심혈관질환 악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위협”이라며 “고령층은 면역노화를 겪는 만큼 더 강력한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면역증강 백신을 비롯한 고면역원성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효과적인 예방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비룡 이사장은 “우리 사회에서 고령층의 비율이 높아진 만큼, 사회 경제적 측면에서도 보다 효율적인 예방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한데 고면역원성 백신이 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