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출혈량·지속여부 판단 어려워…새 치료옵션 ‘제이다’ 기대
고대구로병원 조금준 교수 “적극적인 치료가 곧 예방법”

[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기자] 전 세계적으로 매해 산모 약 1400만 명이 겪는 산후 출혈은 산모의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분만 현장에서 의료기기 등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조금준 교수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조금준 교수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조금준 교수(대한모체태아의학회 교육위원회 위원장)는 지난 19일 소공동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한국 오가논 Her Health’ 미디어 세션에서 ‘산후 출혈 질환과 한국의 현황’이라는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조금준 교수는 “출혈 때문에 산모가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더 나빠지기 전에 적극적인 치료, 결국은 산후 출혈의 예방법은 적극적인 치료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후 출혈은 출산 과정에서 누적 출혈이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분만 시 각각 500ml 이상·1000ml 이상 발생하는 경우를 이르고 있으며, 이는 출산 과정에서 산모들이 사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 1억 4000만명의 출산 중 약 10%인 1400만 명 내외의 산모가 산후 출혈 진단을 받으며, 또 이중 7만명 정도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후 출혈 90%는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에서 발생하며 이들 국가에서는 여전히 주요 모성 사망 원인으로, 국내에서도 2021년 기준 모성사망의 가장 많은 원인으로 진통 및 분만 합병증(분만 후 출혈, 자궁무력증 등)이 34.8%를 차지한다.

이어 조 교수는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모성사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산후 출혈 등을 포함한 분만 합병증이 꼽혔다”며 “진단을 위해 500ml라는 기준이 있지만, 실제 분만 현장에서 출혈량을 정확하게 측정하거나 출혈의 지속 여부도 쉽게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특히 자궁이완이 산후 출혈의 원인의 70~80%를 차지한다. 이는 자궁 속에서 태아가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태반이 출산 후 분리되며 혈관이 드러나게 될 때 자궁근육 수축이 일어나며 자궁혈관을 수축시키고 출혈을 조절하게 되는데, 이것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며 비정상적인 산후 출혈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산후 출혈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자궁무력증으로 정상적인 자궁은 출산 후 수축을 통해 자연스럽게 출혈이 멎지만, 자궁무력증이 있는 경우 수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출혈이 지속된다”고 언급했다.

산후 출혈의 치료는 자궁 수축 효과가 있는 옥시토신 계열 약물 등을 사용하는 약물치료가 우선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카베토신’이라는 약제를 제외하면 개발된지 오래된 약제들로 산후 출혈 약물의 개발은 정체된 상태다. 또 일부 약물은 임신성 고혈압이 생긴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못하는 등의 제약이 있다.

또한 약물치료 후 환자의 자궁에 물풍선을 집어넣어 혈관을 압박해 지혈을 유도하는 자궁충전술을 비롯해, 자궁 내 혈관을 막는 자궁동맥색전술을 시행하며, 그래도 출혈이 잡히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자궁적출술’이 시도 되지만 이들 시술법도 대형 병원이 아니라면 진행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금준 교수는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최대 90mmHg의 낮은 음압을 활용해 자궁을 수축시켜 자궁 혈관의 출혈을 잡는 의료기기 제이다가 현장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조 교수는 “삽입 후 평균 3분이면 출혈이 조절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또 알러지나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로, 대량의 출혈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의사가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큰 장점이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기대되는 치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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