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방한 홍콩 의료진 12명, 아산정진욱내과서 국내 도입 환경 및 경험 나눠
“정상 신장에 가까운 여과 가능” 가려움증, 하지불안증후군 등 요독증상 완화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최근 고령화와 당뇨병 환자 증가로 신부전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기술은 발달하며 혈액투석 환자의 사망률은 감소하고 있다. 특히 신부전과 투석 치료가 환자 삶의 일부가 되면서 이제는 국내에서도 질적인 관리에 더욱 관심이 모이는 추세다.
이에 혈액투석 환자의 삶의 질에 주안점을 두고, 혁신적인 필터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케이스들이 늘고 있고 이는 해외 의료진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지난달 홍콩 신장내과 의료진의 국내 방문도 이와 같은 배경에서 이뤄졌다.
12명의 홍콩 의료진들이 박스터의 인공신장기용 혈액여과기 ‘테라노바(Theranova)’를 활용한 ‘확장된 혈액투석(HDx)’의 사용 경험을 교류하고자 남양주시 아산정진욱내과를 찾았다. HDx는 25kDa 이상의 큰 중분자 요독물질을 효율적으로 제거하여 요독 관련 증상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혈액투석 방식이다.
이날 홍콩 의료진들은 테라노바와 인공신장기인 AK98가 안정적으로 도입된 투석실 환경을 직접 살펴봤다. 아산정진욱내과 정진욱 원장<사진>은 “혈액투석은 기존의 생명 유지 목표에서 나아가 이제 삶의 질 관리까지 고려해야한다”며 “신부전 환자들의 더 나은 일상을 위해 정상 신장에 가까운 여과를 가능케하는 HDx를 적극 도입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혈액투석 시 요독 물질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을 경우 가려움증(요독성 소양증)이나 하지불안증과 같은 증상을 야기할 수 있다. 해당 증상들은 심해질 경우 환자 수면을 방해하고 삶의 질을 크게 낮춘다.
정진욱 원장은 “혈액투석 환자 40% 정도가 가려움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나며, 특히 베타-2 마이크로글로불린을 비롯한 큰 중분자 요독물질들이 이러한 동반 증상과 염증, 심혈관 질환 등의 발생과 관련이 깊다고 알려져 있다”며 “그러나 기존 혈액투석 방식으로는 큰 중분자 요독물질을 걸러내는데 한계가 있어, 중대한 미충족 수요로 지적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2016년에 등장한 HDx는 박스터의 테라노바의 출시와 함께 시작된 혁신적인 투석 방식이다. 테라노바는 특유의 비대칭 3중 구조의 미디엄 컷-오프(medium cut-off) 투석막을 사용한다.
특별한 막을 통해 기존 혈액투석으로 제거가 어려웠던 큰 중분자 요독물질과 더 많은 중분자 요독물질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면서도, 우리 몸에 필요한 알부민 등의 필수 단백질 수치는 유지시킬 수 있다.
테라노바를 활용한 HDx는 기존 혈액투석 대비 하지불안증후군을 55% 감소시켰으며, 아침 소양증 및 수면 중 긁는 행위 등 요독 가려움증도 개선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제61회 유럽신장협회-유럽투석이식수술협회(ERA-EDTA)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바에 따르면, HDx와 고효율 혈액투석(HF-HD)의 사망률을 4년 간 비교한 연구 결과 Highflux를 이용한 HD에 비해 HDx에서 사망률이 최대 25% 감소했다.
HDx에 대한 환자들의 반응을 묻는 한 홍콩 의료진의 질문에서 정 원장은 HDx의 장점들을 뚜렷하게 체감한다고 답했다.
요독 증상이 있는 경우, 수면 장애로 인해 치료 의지까지 약해지고 일부 환자는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매주 혈액투석을 받는 것도 쉽지 않은데 요독 증상으로 피부까지 이중 치료가 필요해 의료진으로서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었다는 것.
그는 “HDx 치료 이후 컨디션이 회복되면서 환자 만족도가 확연히 높아졌다. 그리고 환자들도 투석 공부를 많이 하기 때문에 가려움증 증상이 있으면 HDx에 대해 먼저 문의하시는 경우도 많다”며 “다행히 테라노바는 최신 기술을 적용한 필터임에도 기존 시설 그대로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혈액투석 기계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부부도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라이언 신장 교육 센터 안나 막 간호부장 미니인터뷰
Q, 국내에 방문하게 된 배경과 소감은?
코엑스에서 개최된 제 22차 아시아태평양 신장학 학술대회 및 제 44차 대한신장학회 국제학술대회(APCN&KSN 2024) 참석을 위해 한국에 방문하게 되었다. 초청해주신 덕분에 한국의 의료기관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매우 감사하다. 센터가 매우 효율적으로 설계되었고, 환자들이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Q, 홍콩과 한국의 의료수준의 차이가 있다면? 특히 투석 부문에서
최근 환자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홍콩도 확장된 혈액투석(HDx)이 증가하는 추세다. 확장된 혈액투석은 큰 중분자 요독물질 제거에 유리하기 때문에 치료 결과에 있어 좋은 점이 많다. HDx를 받는 환자들의 치료 성과에 대해 언젠가 한국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Q, 한국에서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치료 진행 여부와 치료 방법을 선택하기 위해 의료진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공동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홍콩의 상황은 어떠한지?
동일하다. 먼저 투석에 대해 환자들에게 설명함으로써, 의료진을 신뢰하고 치료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가족들과 논의하여 최종 결정하기를 권유한다.
Q, 투석 환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노력 그리고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안전하고 편안한 투석 치료 제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불편감이 없는 좋은 투석 결과를 만든 다음에 영양이나 일상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7년 간 사용해온 HDx 치료의 경우, 환자들이 더 빨리 회복하고 피로함을 덜 느끼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일상에서는 환자들에게 이동이 불편하더라도 다양한 경험을 할 것을 권유한다. 도우미나 휠체어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공원이나 쇼핑몰 방문 등 활기찬 생활을 제안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