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일각, “정부안 의대정원 확대 추진 담긴 만큼 경고 메시지 압박했어야”
집행부 반대로 대의원회 증원 계획 우려 표명했으나 갑자기 입장 보류 왜?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정부의 필수의료 혁신전략에 포함된 의대정원 확대 강행을 반대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던 대한의사협회가 하루아침에 고무적·긍정적 입장으로 바뀌었다.

이는 이번 정부안에 앞서 알려졌던 의대정원 확대 인원이 명시되지 않은데다 정부의 필수의료 살리기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더불어 의료계와의 소통·협력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협의 급작스런 입장변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구체적 증원수를 명시하지 않고, 의료계와 소통·협력할 것을 약속해 의료계의 우려가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의협이 정부의 발표 이후 밝힌 입장만 보더라도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과 관심만 평가했을 뿐 만약 의대정원 확대를 강행할 경우를 고려한 경고의 메시지는 그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의료계에서 통계의 오류로 지적했던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명분인 ‘OECD 의사 수 최하위’도 정부안에 그대로 명시됐으나 일말의 지적이 없었던 것.

오히려 집행부가 아닌 대의원회에서 성명서를 통해 “의사 정원 확대를 당연시하며 증원 의지를 공표함에 따라 대한민국 의료가 혼란에 빠질 위기를 맞았고, 국민 생명 보호라는 본연 역할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비판했다.

특히 대의원회는 “정부가 의협과 논의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해서는 존중하나 일방적 강행할 경우 의료현안협의체 활동 중단과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대의원회의 입장도 급작스럽게 보류가 요청되면서 의료계 내부적으로 ‘이번 의협의 대응이 석연치 않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협에서 내놓은 입장과 대의원회의 성명서 보류를 보면 내부적으로 얼마나 고심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다만 정부 발표 전날 의협이 결코 좌시하지 않고 강경하게 대처하겠다고 보인 태도가 급작스럽게 변화된 것에 대해 산하 단체와 의사회원들은 황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의협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가져가야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음을 이해한다”며 “하지만 그간 정부가 협상에서 의료계 입장에 귀를 기울이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보다 명확하게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의협 주변에서는 집행부와 더불어 차기 의협회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의료계 인사들이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계획에 의료계 의견이 적극 수용될 수 있도록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각오로 나서야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의협 전 임원은 “이필수 의협회장은 투옥될 각오로 의대정원 확대 문제에 총력을 기울여야 재선 성공에 가까워질 것”이라며 “나머지 출마 의지를 밝힌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의사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정부를 설득하고 압박하는 모습을 적극 보여줘야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대정원 협상은 내년 총선에 따른 여파 등 장기전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며 “의협은 대통령실이나 복지부에 끌려가는 모양새가 아니라 전문가로서 국민들도 이해하고 힘을 보탤 수 있는 보다 과학적 근거를 준비해 대등한 협상력을 갖춰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의협 집행부와 대의원회가 이번 정부안에 서로 다른 입장을 밝히며, 손발이 맞지 않은 대응을 보인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의료계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 입장에선 집행부나 대의원회나 다 같은 의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같은 단체에서 서로 다른 입장이 나온다면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의대정원의 문제의 경우 중차대한 사안인 만큼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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