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전문직업성 평생개발(CPD, Continuing Professional Development)은 그동안 진행해오던 의사보수교육(CME, Continuing Medical Education)에 의학 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을 탑재한 과정을 말한다.

CPD과정은 전문가로서 의학 전문직업성이 바탕이 된 전문지식과 술기 수준을 유지하여 전문직으로서 신뢰받을 만한 역량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특히 의사들간에 존재하는 역량의 차이를 줄여 일정이상의 수준을 유지하는 목적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임상 진료에서 여러 의사들은 개인마다 많은 격차가 존재한다고 여러 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러한 개인역량의 차이는 여러 가지 복잡한 원인이 있다. 의사가 정보를 적절하게 얻지 못하고 있거나, 정보전달을 잘 못 받은 경우, 협조가 잘 되지 않는 환자를 만났을 때, 그리고 여러 가지 의사의 역량발휘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가지 진료환경과 특별한 주변 상황 등이다.

전문직 신뢰 유지 위해 CPD 필요

그러나 실질적으로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격차는 “의학 전문직업성에 관한 헌장(Charter on Medical Professionalism)”에서 정해놓은 환자의 복지(patientwelfare)와 환자의 자율권(patient autonomy) 그리고 사회정의(social justice)를 우선으로 하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우리가 보통 전문직다운 행위(professional behavior)라 부르는 것과 실제 임상진료에서 발생하는 사건사이에도 이러한 문제가 존재한다. 다음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실례들을 잘 보여준다.

▲환자 떠넘기기(Turfing)= 이런 경우는 환자를 보살피는 일을 가치있게 생각하기보다는 귀찮게 여겨서 다른 의사에게 환자를 이송하거나 떠넘기는 것을 말한다. 수련 교육과정 중에 널리 퍼진 현상인 ‘환자 떠넘기기’는 환자가 원해서라기보다는 의사의 필요에 따라서 환자 치료를 배정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가 되어 활동할 때에도 흔히 나타난다.

▲상업적 영향(Commercial influence)= 제약 산업과 같은 상업적 영향에 따라 임상 진료 지침과 출판물 그리고 전문직 교육과 의사의 진료행태가 부적절한 영향이 되어 온 사례가 많이 있다. 이런 이해상충(COI, Conflict of Interest)의 관리문제는 의사들과 전문의 단체, 그리고 평생교육 제공자들은 이러한 자원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으며, 빈번하게 전문직으로서의 책임감을 조금씩 손상시키고 있다.

▲조직 환경에서 인본주의적 진료 유지하기(Maintaining humanistic practice in an organizational environment)= 조직의 기대치와 개별 의사나 환자의 가치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데 갈등이 있는 경우다. 환자들이 가지는 가치관, 다수가 일하는 조직이나 전문직의 공식화된 가치관과 의사 개개인의 가치관이 대립되는 경우다. 이런 경우 대개 자신의 가치관에 따르는 경향이다.

▲개인의 안전 및 진료 의무(Personal safety and duty of care)= 메르스(MERS)나 사스(SARS) 등 큰 전염병이 돌 때 접하는 경우이다. 전문직업성에 대한 위험 요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사들은 보건 위기에서 필요한 자질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전문직으로서 몇 가지 문제가 되었던 행위도 있었다. 환자의 돌봄과 개인적 위험 수용, 기밀 유지, 의사와 환자간의 적절한 상호작용, 윤리적 연구 활동과 후배의사들을 위한 전문직업성 롤모델링 간의 균형이 여기게 속한다.

▲자기평가(Self-assessment)= 자기평가는 전문직으로서 윤리적 민감도와 지식 그리고 자신의 역량에 대한 솔직한 판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자기평가에 있어서 우려스러운 부분은 의사 자신이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평균 이상의 수행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이다.

환자들 불만은 술기보다 에티켓

워포드 등(Wofford et al.)은 미국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 침례병원(Wake Forest University Baptist Medical Center)에서 정기적으로 환자가 작성한 불만 신고서를 검토한 후 다음과 같은 문제를 발견했다. 가장 일반적으로 확인된 문제는 무례함(36%)이었으며, 치료에 대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23%), 부적절한 정보(20%), 불신(18%), 잘못된 인지 (15%), 전문과별 의사소통 문제(4%) 그리고 틀린 정보(4%)였다. 그 외 여러 범주에서의 불만(19%)도 확인되었다. 전문지식과 술기보다도 에티켓과 매너의 문제가 환자들에게 제일 큰 불만사항이었다. 의사가 보여주는 의학 전문직업성이 잘 구현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반영해 주고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시행해온 의사보수교육(CME)의 한계를 보여 준 것이고, 이제는 의학 전문직업성을 배우고 익힐 수 있는 CPD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의학 전문직업성을 잘 체화하고, 표준역량이상의 기량을 갖추어 의사들 간의 역량차이를 줄이기 위해 CPD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실시할 수 있을까? 효과적인 CPD교육을 위해 몇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CPD 대상을 선정하고, 그들이 전문직다운 행위에 대해 필요로 하거나 알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결정한다. 임상의사들은 자신들에게 생소하거나 흥미가 없는 주제를 택하면 교육효과를 얻기가 힘들다. 둘째, 임상의사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결정한다.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 교육방법과 교육 자료를 잘 선택해야 한다. 셋째, 얻고자 하는 교육성과를 정한다. 교육에 대한 성과를 판단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교육성과를 측정해 가야 한다.

이러한 원칙을 반복적으로 시행하면서 CPD가 실제로 임상의들에게 유익하다고 인정받을 뿐 아니라 의사들의 행동변화를 가져와 환자들의 신뢰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 의사 지도자들의 관심과 혜안이 필요한 부분이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