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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전문직업성과 시민·정부 역할
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질병과 싸우고 건강을 유지하는 시스템은 어느 사회에서든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영역이다. 인류의 역사 이래로 모든 사회는 이러한 요구를 ‘의사’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사회는 건강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며 질병을 치료하고 공동체가 건강하도록 하는 의무를 특별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맡겨왔다.

과학 지식과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의사’라는 계층은 점점 힘을 더 가지게 되었다. 특히 근대에 들어오면서 과학의 발달이 의학 발달에 기여하면서 의사집단과 대중 간에 존재하는 지식과 술기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사회는 의사같이 전문화된 지식을 소유한 집단이 그들의 전문지식을 환자의 이익과 대중을 위해 사용하고, 자신의 이익을 쫓는 데는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를 견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 3가지 모델이 고안되었다. 정부의 감독을 받는 ‘규제모델(regulatory model)’과 시장의 힘에 의지하는 ‘상업모델(commercial model)’ 그리고 사회계약에 근거한 ‘전문직업성 모델(professionalism model)’이다.

규제모델은 공권력 같은 중앙체제가 의사 행위의 기준을 만들고, 법과 규제를 통해 의사들을 규제할 수 있다고 본다. 상업모델은 경쟁적 환경에서 소비자는 많은 정보를 가지므로 자신의 선택권을 이용해 의사들을 규율에 맞게 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안 보이는 시장의 힘이 의사들을 다스릴 것이라고 본다. 전문직업성 모델은 정부의 관리나 시장의 개입이 없이 의사 자신이 지닌 특별한 전문 지식을 자신보다 환자와 일반 대중의 이익을 우선시하는데 사용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더 많은 치료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보는 개념이다. 의사가 자유 의지에 따라 자신의 이익보다 환자의 이익을 먼저 추구할 때 환자와 일반 대중의 이익이 온전하게 지켜지고 이에 대한 의사의 이익이 보장된다고 생각한다. 이 개념을 통해 사회와의 암묵적 계약이 성립한다.

전문직업성 정신에 충실한 의사들로 이루어져 있고, 자신의 이익보다 환자의 복지를 우선시하는 원칙을 따르는 보건의료 시스템이 있다 하더라도 환자와 일반 대중에게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온정적인 치료를 제공하려면 적절한 규제와 시장 규제가 필요하다는데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어떤 규제 제도나 시장 제도에서도 높은 수준의 윤리적인 의료서비스를 보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반 대중은 전문직업성이 제대로 나타나는지 그리고 의사가 전문직으로서의 책임에 충실한지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정부 관리-자유시장 조화 필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어느 나라든지 증 가하는 보 건의료체계의 복잡성과 비용 때문에 이 세 가지 모델 중 어느 하나만으로는 사회적 요구를 전부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흥미 있는 사실은 모든 국가에서 3가지 모델의 적절히 조합된 형태가 가장 합리적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계약에 따라서 어느 정도 정부의 관리와 자유 시장이 조화되어야 전문직이 제대로 일하기 좋다는 점, 즉 일하기에 최적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대부분은 아니라도 많은 의사들이 환자에 대한 책임감을 지키면서 동시에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보여주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이러한 전통은 불의한 상황에 맞서 싸운 기원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피타고라스학파와 이에 영향을 받은 히포크라테스학파 의사들의 개혁선언인 ‘히포크라테스 선서’ 이후 2천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이 여러 가지 복잡한 시대적 변화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현대의 의료 시스템은 의사들이 자신들의 마음대로 진료하고 보상을 받는 시대가 아니다. 의사들을 통제하는 보건의료 시스템 구조속에 진료를 수행해야만 한다. 혼자서 진료를 하든지 집단으로 활동하든지에 상관없이 수많은 장해물과 어려움과 마주치게 된다. 의사들을 이제 자신들만의 노력과 열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높은 벽과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의료수가 낮을수록 규제 심해

특히 의료수가가 낮은 국가일수록 의사들이 받는 압박과 규제가 심하다. 의사들의 행위를 CCTV로 확인하자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으며, 심지어 수가를 통제하기 위해 의사들의 호주머니를 들여다보자고 요구하는 수모까지 당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개원의와 교수들과 전공의 모두 ‘열정페이’를 강요당하고 있다. 환자를 향한 열정과 사랑이 마르고 닳아 과로로 죽음을 맞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위에서 열거한 3가지 모델 중 전문직업성 모델에 정부의 관리와 자유시장의 힘이 적절히 작용하려면 어떤 조건이 마련되어야 하는지 고민할 때다. 먼저, 의사들은 자신의 전문직업성의 고귀한 가치가 훼손되지 않고 잘 발휘되도록 의학전문성을 체화하는 교육을 받아들이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가야 한다.

둘째로 시민을 대신하여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주는 위치에 있는 정부는 의사들의 의학 전문직업성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찾아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작업에 눈을 떠야 한다. 규제로 의사들을 묶어 두려는 관치 의료에서 전문가가 환자를 위해 열정페이 당하지 않도록 법과 규정을 통해 의사와 환자를 도와주어야 한다.

의사도 사회와 적극 소통해야

마지막으로 일반 시민들이 계속해서 의학 전문직업성이 제공하는 특별한 혜택과 이득을 누리려면, 일반 대중도 의사들이 의학 전문직업성을 잘 지켜가도록 일정 역할을 해야 한다. 의사만이 전문직업성의 특성을 이해하고 전문직으로서 책임감을 실제 의료 현장에 이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권리와 책임의 문제다.

이러한 일들을 누가 나서서 중재하고 이끌어 갈지 많은 고민 끝에 의사들이 먼저 나서서 정부와 시민들을 설득하고 공유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의견에 모두 공감하고 있다. 의학 전문직업성의 역사는 사회와의 소통의 역사였다. 의사들은 앞으로도 사회 소통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참여해야 한다.

의학신문  medicalnews@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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