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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의료규제 상황
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2019년 1월 24일 (가칭) ‘면허관리기구’ 설립을 위한 1차 의료계 토론회가 있었다. 면허관리기구라는 명칭은 임의로 붙인 것이고, 실제로 외국에서는 Medical Council 혹은 미국의 경우 State Medical Board에서 담당하고 있다. 정부주도의 면허관리를 의료계 자율관리로 바꾸어 가겠다는 전략적 목적을 가진 자리였다.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개념 정리를 통한 의료규제(Medical regulation) 장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면허증·자격증·인증 대표적 규제

대표적인 의료규제는 면허증(licensure), 자격증(certification) 및 인증(accreditation) 등의 장치가 있다. 의료규제 기관은 크게 3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역할은 조사기능 및 징계기능이다. 전문가답지 않은 행위(Unprofessional behavior)에 대한 환자나 환자 보호자, 동료의사의 제보가 있을 때 조사와 징계업무를 담당한다.

두 번째 역할은 면허 등록 및 재인증이다. 의과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에 대한 예비의사등록(Provisional registration)과 진료행위를 할 수 있는 정식면허등록(Full registration), 외국의사에게 임시적으로 의료행위를 허가해주는 임시면허(Temporary licence) 발급, 대학병원이나 지정된 교육병원 등에서만 진료행위를 허가 해주는 조건부 면허 등을 발급한다.

면허등록 발급과 함께 매년 혹은 수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면허 재인증을 통해 진료수행능력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세 번째 업무는 전문직 표준(Professional standard)을 만들어 제공하고, 의학교육 평가 관리(BME, PGME, CPD)업무를 하고 있다. 윤리강령과 윤리지침, 진료 표준(Practice standard)과 같은 전문직 표준을 의사협회에서 만들기도 하지만, 의료규제기관의 업무로 담당하기도 한다. 의학교육평가관리는 의과대학 교육(BME, Basic Medical Education)과 전공의교육(PGME, Postgraduate Medical Education), 전문직업성 평생교육(CPD, Continuing Professional Development)에 대한 평가와 관리를 담당한다. 우리나라 연수교육에 해당하는 CPD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연수평점을 취득하지 못하면 면허재등록을 받아 주지 않는다.

전문가단체 권한은 매우 제한적

우리나라의 경우 면허증과 전문의 자격증을 보건복지부장관이 발급하고 있으며, 면허정지나 면허취소, 재발급 등의 업무를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전문가 단체가 힘을 얻으려면 자율징계 권한과 행정권도 있어야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권한이 매우 제한적이다. 심지어는 의사면허등록법과 같은 기본적인 법체제가 없어 의사협회 조차 활동의사의 숫자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빅데이터 시대에 전혀 걸맞지 않은 창피한 일이다.

외국의 의료규제기관(Medical Regulatory Authority)은 수 백 년에 걸쳐 형성되어온 문화적·역사적 필요 산물이다. 이런 기구가 담당하고 있는 징계업무와 면허관리업무, 교육업무를 단시간에 만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부분적인지만 의료규제기구의 역할을 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규제기구의 첫 번째 역할인 조사기능과 징계기능이 전문가 평가단과 윤리위원회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2017년 경기, 광주, 울산지역에서 시작한 전문가평가단 시범사업은 금년 8개 지역으로 확대하여 시행할 예정이다. 향후 평가대상 영역을 진료 중에 발생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의료인의 폭력행위와 성폭력행위까지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 기능인 면허관리 부분은 극히 초보적이지만 3년마다 면허등록을 의사협회에서 하고 있다. 금년부터는 면허등록을 할 때 매년 8점의 연수평점을 취득해야 하고, 연수 평점 중에 의료윤리 과목을 포함한 필수과목을 2점 이상 취득해야만 한다. 현재 매년 8점이지만 차츰 공통 이수과목과 진료영역(Scope of Practice) 과목에 대한 평점을 늘려가야 한다.

세 번째 기능인 교육평가와 관리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의과대학에 한하여 평가관리를 하고 있다. 아직 전공의 교육과 연수교육평가 영역까지는 담당하지 못하고 있지만 차츰 의학교육평가원의 사업으로 모아져야 할 것이다.

현대의료가 도입된 지 130년이 되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의료계에서는 이렇다 할 전문가주의가 아직 발달하지 못한 실정이다. 의료규제기관의 기능이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고, 여러 형태로 기능이 분절되어 있다. 이들 분절되어 진행되고 있는 3가지 기능이 확대 발전되어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서로 융합하여 통합기능을 수행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규제기관 만들기 위해 할 일

안정된 기능을 발휘하는 의료규제기관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의사협회가 준비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먼저 정부는 관계 법령개정과 예산 지원을 준비해야 한다. 여러 법령에 나누어져 있는 의사의 업무와 면허에 관련된 법령을 외국처럼 의사법(Medical Acts)을 제정하여 통합관리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의사면허 등록법(Medical Registration Acts)을 만들어 변호사들처럼 의사회에 등록을 해야만 개원이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전략적으로 의사법 제정보다는 의사면허등록법 제정을 통한 접근이 의사협회나 정부에서 받아들이기 쉬울 것 같다.

의사협회도 내부적 합의와 외부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외부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의사들의 행동기준이 되는 윤리강령과 윤리지침, 진료표준 등의 전문가 표준(Professional Standard)작업을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해 가야 한다. 내부적 합의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대회원 윤리교육과 전문직업성 교육을 통한 전문가주의 의식을 함양해 가야 한다.

200년 전 영국의 토마스 퍼시벌이 ‘의료윤리’란 책을 내었을 때 왕실 의사들은 자신들에게는 윤리가 필요없다고 무시했고, 평민의사들은 자신들을 옥죄려는 음모라고 배척을 했다고 한다. 21세기 대한민국 현실도 별다르지 않아 보인다. 모든 회원이 수긍하도록 전문직의 개념과 전문직업성에 대한 교육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면허관리 기구를 실제 운영에 참여할 행정요원과 의사, 법률가들의 전문적인 실무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외국 의료규제기구의 시찰을 포함한 조사연구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전문직(Profession)은 특별한 전문적인 지식과 술기를 교육받고, 윤리강령을 통한 자율규제(self regulation, professional regulation)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전문가적 자율성을 관리하고 유지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지식인을 뜻한다. 고통 없는 열매는 없고 희생 없는 자유는 없듯이 전문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의학신문  medicalnews@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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