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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간 차이를 보이는 전문직 가치
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컴퓨터가 없던 시대에 살던 의사들과 첨단 IT시대를 살아가는 Y세대(1980~1999년생) 의사들의 사고방식과 가치관, 생활양식은 큰 차이가 있다. 일명 아날로그시대와 디지털세대의 차이다. 전문직에 대한 생각도 세대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러한 세대간의 차이는 각 세대가 속한 시대의 교육환경과 추구하는 생활방식과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다. 젊음세대 의사들을 이해하고 기성 의사세대의 사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생각의 변화에 영향을 끼친 것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교육환경과 세대간 가치 변화

첫째, 교육환경의 변화가 세대간의 전문직 가치의 변화를 가져왔다. 현재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전공의 교육과정(Residency training program)은 20세기 초기에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에서 처음 도입이 되었다. 19세기 히포크라테스라고 불리는 윌리암 오슬러(William Osler)와 할스테드(Halsted)에 의해 만들어졌다. Bed-side teaching을 임상교육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병원 내에 거주(Residence)하며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전공의를 레지던트라고 부르게 되었다.

초창기 레지던트는 병원에서 제공하는 주택에서 살면서 야간 당직을 섰다. 레지던트 과정 중에 받는 보수는 숙소와 책상, 세탁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거의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제2차 세계대전까지도 인턴과 전공의는 대부분 병원에서 살았으며, 아주 소수만이 결혼하였다. 몇몇 병원은 아예 결혼 자체를 금지했다. 1950년에 들어와서는 대부분이 병원 밖에서 거주하게 되었고, 숙소 대신 봉급을 받았다. 그리고 결혼하는 사람의 수도 점점 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불과 수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전공의가 받는 보수는 극히 적었고, 결혼도 소속 의국의 상황을 보아가며 할 수 있었다. 지금은 당직의사만 병원에 거주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또 다른 환경의 변화는 근무시간과 보수에 대한 변화이다. 반세기 전부터 전공의는 ‘합당한 근무시간과 봉급’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수련의 주 80시간 근무에 대한 토론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02년 미국 의과대학 교육인가위원회(ACGME)는 미국병원 수련의의 근무시간을 최고 주 80시간으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전공의 특별법이 제정되어 실시되고 있다. 전공의 과정을 수련뿐만 아니라 노동력의 제공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와 자기 생활을 선호하는 시대적 추세가 반영된 결과다. 전공의와 선배의사 사이에 전문직으로서의 삶과 개인적인 삶 사이의 균형을 바라보는데는 극명한 차이점을 보인다. 전공의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나 여가시간을 좀 더 바라지만, 이것은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수련 과정이나 환자 치료와 같은 현실과 충돌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전문적인 역량을 가진 전문의가 되는데 필요한 시간과 경험이 줄어들고 있다. 선배의사들은 젊은 세대가 보여주는 환자에 대한 책무와 그들이 가진 전문직 가치에 대해 우려를 갖게 한다.

환자 대하는 의사들의 자세 변화

둘째,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자세의 변화다. 20세기 초반의 수련 환경과 21세기의 수련환경이 많이 다르듯이 각 세대간의 가지는 전문직 가치가 다르다.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현상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20세기 초반 진료의 주류는 온정적 부권주의(Paternalism)였으나 차차 환자의 자율성(Patient autonomy)을 존중하는 추세로 변화하는 추세다. 요즘은 아무리 환자를 위하는 결정이라도 의사 마음대로 결정하면 법정에 서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환자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분위기를 타고 의학의 영역을 법으로 강제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수술실 CCTV설치 문제가 대표적이다.

또한 의과학의 발달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환자침대 옆에 앉아서 환자의 상태 변화를 관찰하지 않는다. 각종 모니터 장비의 발달로 환자 옆에 물리적으로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효율적인 면도 있지만 환자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공감능력을 떨어뜨린다. 환자를 수치적으로 보는 바람직하지 않은 타성에 빠지기 십상이다.

의학 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을 잘 계승 발전시키는 일은 진정성을 가진 의사를 만드는 지난한 과정이다. 세대별로 지닌 시대적 취향과 가치관이 다르지만 이들을 사회가 바라는 전문직으로 만들어가는 일은 의학교육자들에게 맡겨진 몫이다. 기초와 임상 교수들은 이러한 문제를 뚫고 나가기 위해서 이들이 먼저 철저한 의학 전문직업성을 이해하고 말과 행동으로 후배 의사들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의학 전문직업성의 롤모델이 되는 교육자는 존경과 명예를 받아 마땅하다.

의학신문  medicalnews@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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