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목 병원장, 부산ㆍ경남 유일 친환경병원 협약...디지털병원, 녹지비율 확보 등 추진

"환자들이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중소병원으로서는 변화하는 의료환경에 대응하는 전략을 찾을 수밖에 없지요. 적극적인 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병원 시스템과 직원들의 의식 개선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손창목 부산 메리놀병원장(사진)은 친환경 경영에 참여한 이유를 이 같이 밝혔다. 메리놀병원은 지난달 환경부와 보건ㆍ의료분야 환경경영 확산 협약을 체결했다. 부산ㆍ경남지역 의료기관으로서는 처음이다.

메리놀병원이 친환경 경영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 당시 개원 50주년을 훌쩍 넘다 보니(메리놀병원은 1950년 4월 개원했다) 본관 건물과 주변 시설은 노후화로 리모델링이 필요했다. 2006년 건물 개수(改修)를 진행하면서 주차타워를 세웠다. 또 강당도 깨끗이 꾸미고, 보호자 휴식시설인 '성모당'을 새로 만들었다. 병원 옥상도 녹색공간으로 정비했다.

그러나 이 모두는 친환경병원으로 가는 예비적 준비운동에 불과했을 뿐 본격적인 친환경 경영은 우연한 곳에서 불씨가 생겨났다. 식수 부족으로 목말라하는 아프리카 빈민국을 위해 동참한 '우물 파주기 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2010년 천주교 수원교구에서 극심한 식수난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에 우물 파주기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어요. 우리 병원도 참여를 결정했습니다. '잔반 줄이기'를 통해 기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지요. 잔반을 없애면서 오염된 흙탕물을 마시고 있는 지구촌 이웃도 돕는다. 직원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방법은 간단했다. 직원들이 식사에서 음식을 남기지 않으면 구슬을 하나씩 준다. 이 구슬은 하나에 100원씩 카운터되어 병원에서 기금을 적립한다. 모인 적립금은 1천만 원이 되면 아프리카로 보내진다. 메리놀병원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남수단 '아강그리알'에 5개의 우물을 파 주민들에게 선물했다.

이렇게 불을 지핀 친환경활동은 '명품병원이 되겠습니다'를 슬로건으로 또 다른 환경ㆍ의료 서비스 개선 운동으로 이어졌다. 전관 3층에는 운동을 할 수 있는 '건강마루'를 설치했다. 또 5층은 꽃과 식물로 '옥상정원'을 조성하고, 7층은 휴게시설과 함께 환자들의 힐링공간으로 만들었다.

변화는 다른 곳에도 있다. 병원을 의료진 중심의 진료에서 환자 눈높이를 맞춘 질환 중심의 센터화를 이루고자 진료실을 재배치했다. 또한, 환자와 보호자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와이파이존을 구축하고, 환자가 섭취하는 음식물이 상하지 않게 배식차를 바꾸었다.

지난 환경부와 협약에서 메리놀병원은 디지털병원 구축을 통한 자원ㆍ에너지 절감, 병원 내 녹지비율 확보, 보일러 저녹스(NOx) 버너 설치, 지속적인 환경개선 활동 등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 종이로 제공되던 모든 안내ㆍ홍보는 SNS나 카카오톡 등을 통해 그 내용을 전달한다. 또 병원 자투리땅을 녹색공간으로 활용 녹지비율을 확대하고, 보일러는 저녹스 버너를 설치해 질소산화물 발생을 줄인다.

이밖에 먼지 제거, 정원 청소 등 1년 단위의 환경정비 계획을 수립해 매월 구체적 과제를 실천함으로써 병원 환경을 개선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잔반 제로(Zero) 운동과 폐기물 분리수거는 그대로 계속된다. 잔반 운동은 지난해 이미 배출량 88% 감소라는 놀라운 결과를 얻어 친환경 중심사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친환경 경영은 경제적 가치 이외에도 고객 관리, 효율적 병원 운영, 대외 인식 등에서 많은 성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믿습니다. 공공성을 감안하더라도 환경 보존을 통한 국민 보건 향상, 공적 기관의 사회적 책임 완수라는 의미가 있을 거고...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손창목 병원장의 기대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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