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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새해 전망 밝지 않다

계사년 한해는 의료계에게 시련의 한해였다. 연초부터 시작된 강도 높은 리베이트 수사로 수많은 의사들은 쉴 새 없이 사법기관을 들락날락 하였다. 때에 맞춰서 찔끔찔끔 보따리를 풀어 놓는 듯한 인상의 리베이트 수사 행태에 의사들은 이미 진절머리가 났지만, 세상의 비난 때문에라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했다.

이번 사건 역시 리베이트를 불법으로 규정한 현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일부 의사들의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정당한 강의료조차도 리베이트였다고 진술한 일부 제약회사들의 태도에 의사들이 불매운동까지 하는 것은 앞으로 의료계에 닥칠 시련을 예고해주는 작은 단편이었으리라.

그간 의료계에서는 완전 파업을 해야 할 3대 명분으로 포괄수가제, 성분명처방, 총액계약제 등을 꼽았고, 정부가 이런 카드들을 언제 꺼내놓을지 노심초사 하고 있었다. 규제를 풀어 창조경제를 만들겠다는 현 정부의 말이 무색하게끔 의료계는 각종 규제 속에 신음하고 있었고, 앞의 3가지 정책들이 이루어지는 순간 의사라는 직업은 정부의 노예가 될 것이라며 이를 갈고 있었다. 그러나 의사들의 이러한 걱정이 분노로 바뀌는 것은 기대했던 새 정부에서 마저 시간 문제였다.

2013년 7월,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가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까지 강제 확대 실시됨으로써 향후 몇 년 내에 모든 질병의 지불제도가 포괄수가제로 바뀔 것임을 사실상 정부는 예고하였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 동안 의사협회는 수차례의 반대 의사 및 속도 조절에 대한 요구를 하였지만 이는 깡그리 무시 되었고, 의협의 건정심 탈퇴라는 초강수에도 정부는 콧방귀만 뀌는 상황을 보며 현 의료제도의 일방성에 의사들은 다시 한 번 좌절하게 되었다.

2013년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의료계는 여러 개의 폭탄이 한꺼번에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2013년 11월 23일 보건복지부는 2002년 당시 의사들의 파업을 비웃으며 시행했던 의약분업의 약속을 정부 스스로 파기하는 '대체조제 장려금제도'를 고시함으로써 의료계에 결사항전의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었다. 곧 이어 원격의료 강제시행 선언 및 보건의료 투자활성화법의 추진으로 의료계가 총파업을 선언하게끔 화룡정점을 찍는다.

그간의 정부 정책의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정부는 의료계와 대화하거나 타협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은 확실하다. 요식행위 정도의 설명과 토론의 과정을 거친 뒤 이후 발생한 반발 정도는 적절한 시점에 일부 언론을 이용하여 의사들의 범죄 등을 다룬 소식으로 묻어 버리는 방식이 반복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음모론에 과몰입한 필자의 문제일까? 일개 의사의 성범죄 사건이 의료계의 원격의료 반대 뉴스를 덮어버리는 상황에서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계와 정부와의 관계가 지나치게 일방적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의료계는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동작마저 제한된 온몸이 묶인 노예와 같은 존재이다. 경쟁과 산업화를 주창하지만 감기약 하나도 심평원 고시를 보며 처방하는 의사들에게는 가당치도 않는 소리로 들릴 뿐이다. 의사들은 정부정책에 순응해야만 하는 대상일 뿐이고, 자신의 목숨을 거는 것 외에는 반대하거나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이 현재의 가장 큰 문제점이자 비극일 것이다.

의사협회는 갑오년 새해 1월 11일 전국의사 총파업 출정식을 개최한다고 선언하였다. 의료계의 지도부들은 이 자리에서 향후 의료계의 총파업 계획 및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긴장감이 감도는 이 시점에 나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정부는 의사들의 총파업을 기다리고 있고, 파업이 시작되는 순간 여론을 이용하여 의사들을 '환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돈벌레'로 매도한 뒤 더 강력한 규제와 속박으로 제압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하는 무서운 생각 때문이다. 새롭게 맞이하는 갑오년에는 어쩜 봄이 오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문영선 전남 고흥군보건소 공중보건의사

이창우 기자  medicalnews@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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