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대표 뉴스 - 자매지 일간보사
의학신문
상단여백
HOME 기획연재 이명진 원장의 의료와 윤리
이해상충이란
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전문직으로 행동하면서 항상 마음속에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COI)의 문제이다. 이해상충은 전문직에 대한 신뢰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이해상충이란 전문적 판단이라는 일차적 목적이 이차적 목적(예를 들어 개인의 재정적 이득)에 의하여 부당하게 영향을 받는 상황을 말한다. 여기서 일차적 목적 혹은 관심사란 의사의 경우 환자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일이고, 법관의 경우는 억울함이 없는 판결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교사의 경우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일을 말한다. 이러한 일차적 목적이 이차적 목적(도덕적 신념, 권력과 명예에 대한 갈망, 직업적 성취욕, 경쟁심, 재정적 이득)과 충돌하여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인 것이다.

 

특히 의사들이 겪는 이해상충의 문제는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을 무시하고 개인의 이차적 목적을 우선시함으로써 환자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의사들이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이해상충의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지 못하게 되면 의사로서 지녀야 할 전문직업성의 덕목인 이타심(altruism), 책임감(accountability), 탁월성(excellence), 의무(duty), 봉사정신(service), 명예(honor), 청렴성(integrity), 타인에 대한 존중(respect for others)등의 요소들이 훼손된다. 그 결과로 의사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러한 이해상충문제에 대해 의사들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재미있는 것은 많은 의사들이 ‘나는 윤리적이며 이차적 목적에 영향을 받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우리 스스로를 속이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의과대학에서 100명의 인턴, 레지던트를 대상으로 무기명 설문을 한 결과가 흥미롭다. 제약사의 선물에 본인이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생각한 사람은 39%였고, 다른 사람들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84%나 되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부정적인 판단을 하면서도 자신은 바르게 살 수 있다고 자기과시 내지는 자기 보호에 좋은 점수를 주는 간교한 탐욕의 속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해관계의 갈등을 겪는 것 자체가 부도덕하거나 비윤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모든 인간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고, 가지고 싶어 하는 기본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상충의 갈등 상황에서 정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행동할 때 비윤리적이 되는 것이다. 약 처방이나 수술재료 사용의 대가로 받는 리베이트 수수행위, 진료수입에 따른 인센티브를 더 받기 위해 무리한 검사를 권하는 행위,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선 번역수수료나 강의료 수수행위,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등을 먼저 시행해 보고 결과에 따라 수술을 결정해도 되는데도 수술의 적용 범위를 넓게 잡아서 다른 치료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수술을 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이해상충의 문제를 전문인답게 적절하게 대처 하지 못 한 경우들이다. 이럴 때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 의사들이 얻게 되는 재정적 이득이 바로 환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종교 개혁자 마틴 루터는 “새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새가 자신의 머리에 둥지를 트는 것은 막아야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해상충의 갈등이 나의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그 유혹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도록 저항하는 의지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정의롭지 못한 각종 관리의료 정책과 싸구려 수가가 우리를 위협할지라도 나의 윤리의식만큼은 싸구려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남들보다 천천히 벌고, 덜 벌더라도 당당하게 벌었으면 한다. 더 나아가 신뢰받는 의사로 살기 위해 우리의 윤리의식을 위협하고 이해상충 갈등을 조장하는 정의롭지 못한 제도들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창우 기자  medicalnews@bosa.co.kr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창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포토뉴스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