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2012년 캐나다에서 각 직업군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업은 △의사와 간호사 △농부 △과학자 △수의사 △치과의사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의사에 대한 존경도가 90%로 높기는 하지만, 캐나다의 존경도는 96%로 더 높았다.

반면 2011년 연세대학교 이일학 교수가 우리나라에서 직업군별 가장 신뢰하는 직종으로는 1위가 과학자(54.6%)였고, 의사(32.4%)가 2위로 나타났다. 비록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신뢰받는 직업군이지만 캐나다에서 96%의 신뢰를 받는 의사들에 비하면 너무나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어떤 의미를 우리에게 던져주는 것일까 고민하게 된다.

최근 교육계에서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목적으로 동료평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동료교원 4명이 한 팀이 되어 공개수업을 참관하여 수업지도 및 학습지도와 자료 상황을 관찰하여 평가하는 방식이다. 실제 수업상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평가항목이 미리 고지되어 있기에 평가를 받는 교원은 평가 기준에 부합하도록 수업내용을 준비하게 된다. 평가에 참여하는 자체가 교원의 자질향상에 긍정적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로서 스스로 질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도구로 교원능력 개발평가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의사사회에서도 이러한 제도가 실시되고 있는 나라가 있다. 의사를 최고로 존경하는 직업으로 꼽은 캐나다에서 의사동료평가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캐나다 의사들은 동료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평가대상자가 정해지면 몇 명의 의사들이 팀을 이루어 정해진 시간에 외래나 수술실을 방문한다. 이들은 평가대상 동료의사의 진료기록방법, 환자를 대하는 태도, 말투, 질문방법, 진료수기, 수술방법, 지식수준 등을 꼼꼼히 체크하여 조사위원회에 보고한다. 평가 후 간단한 피드백으로 시정할 부분들을 지적해주고, 중대한 문제에 대한 최종 판단을 조사위원회에서 하게 된다. 평가 대상이 된 의사는 상당한 심적 부담감을 받게 된다. 스스로 무엇이 문제가 될지 되돌아보고 평가를 받기 전에 공부하고 준비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미리 문제점들을 스스로 파악하고 교정하기 때문에 심각한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는다.

앞서 교원평가 제도처럼 평가대상이 되는 자체만으로도 전문가로서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발견하여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평가 후 문제점이 발견되면 부족한 분야에 대한 교육을 명령하게 된다. 의무기록 워크숍에 참여하도록 하거나, 일정기간 수련과정을 재교육 받도록 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정 기준에 도달 할 때까지 특정 수술을 중단 시키거나 진료를 제한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안전한 진료행위를 하도록 유도하고, 환자를 보호하고 의사의 전문성을 강화시켜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의사들에게 이러한 동료평가 제도를 그대로 접목시키기에는 상당한 사회적 정서적 괴리감이 있다. 하지만 일부는 당장 도입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임상 실습이 전혀 없이 의사면허만 가지고 있으면 개원하여 진료를 보는데 아무런 지장이나 제약을 받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분들은 일정기간의 임상 실습과정과 동료평가를 마친 후에 개원을 허가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같은 전문과에 속한 의사들만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수술을 안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될 정도로 의학술기(technique)가 떨어지는 분들도 있다. 이런 분들은 냉정한 평가가 꼭 필요하다.

의사들이 사회에서 신뢰받는 직업군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일련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의사들이 먼저 나서서 스스로 다스리는 자율기능(professional regulation)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사회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의사들에게 이러한 제도를 받아들이라고 간섭하려고 할 것이다. 국민의 신뢰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의사는 전문지식과 의학 술기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우리의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때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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