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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콩팥병, 제대로 알고 약물 처방·복용하자!

1. 만성 콩팥병이란?
혈액 검사에서 사구체여과율이 60 ml/min 이하로 감소되어 있거나 또는 사구체여과율이 60ml/min 이상이더라도 소변 검사에서 혈뇨나 단백뇨가 배출되는 소견들이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를 만성 콩팥병이라고 한다. 오늘날 고령 인구의 증가와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질환의 증가로 인하여 만성콩팥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대한신장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대도시에 거주하는 성인에서 만성콩팥병의 유병율은 13.8%이었으며, 특히 사구체 여과율이 60 ml/min 이하로 감소되어 있는 성인의 비율도 5.1%나 되었다. 따라서, 신장 기능이 감소한 만성콩팥병을 지닌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을 적절히 처방하는 것이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본 연제에서는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적절한 약물 처방의 원칙과 주의점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2.약물 사용으로 인한 신장 독성(nephrotoxicity)에 주의
오늘날 의약학의 발전으로 인해 많은 종류의 약물이 처방되어 복용되고 있으며, 그만큼 약물이 신장에 대해 유해한 반응을 유발할 위험 또한 증가되고 있다. 약물에 의한 신장질환은 빈도가 드물지 않고 일찍 발견하면 대부분 회복 가능하며, 주의를 기울일 경우 예방이 가능하므로, 일선에서 환자들에게 약을 처방하거나 조제하는 데 있어 숙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약물에 의한 신독성이란 경구제제나 주사제, 흡입제 등 투여방법에 상관없이 약물 자체 혹은 약의 체내 대사물에 의해 유발된 신장의 손상을 의미한다. 신장은 여러 가지 신독성 물질에 특히 취약한데, 그 이유는 신장은 단위 무게당 가장 많은 혈류량을 지닌 기관이므로 혈액내에 신독성 물질이 존재할 경우 혈액을 타고 신장으로 전달되는 독성물질의 양이 그만큼 더 많기 때문이다. 또한, 사구체를 거쳐 신세관(renal tubule)으로 약이 배설되는 동안 소변이 농축되므로 신세관속의 약물 농도는 혈액 속의 농도보다 훨씬 더 높은 농도를 유지하게 되며, 평상시 효소계가 발달하고 ATP를 소모하는 대사활동이 활발하므로 혈류 감소에도 취약하다.
약물에 의해 신독성이 나타나는 양상 또한 다양한데, 신장의 해부학적인 구조를 바탕으로 분류해 보면 신장으로의 혈류감소 (허혈)에 의한 급성신부전, 신세관 독성에 의한 급성신부전, 사구체손상, 급성 간질성 신염, 유두부괴사, 요로폐색 등으로 나눌 수 있다.
1)신장 허혈
ibuprofen, indomethacin, naproxen 등 비스테로이드계 소염제(NSAID)의 흔한 부작용 가운데 하나가 신장 내 혈관을 수축시켜 신장으로의 혈류를 감소시키는 것이다. 이에 의해 허혈성 신손상이 나타나며, 약 복용 후 수일 내에 급격히 나타나기도 하고, 장기간의 NSAID 복용시에 만성적인 허혈성 신손상이 오기도 한다. NSAID 외에도 허혈성 신독성을 유발하는 약제로 면역억제제인 cyclosporin이 있으며, 방사선조영제도 신혈관을 수축시켜 허혈성 신송상을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허혈성 신독성의 결과로 사구체여과율이 감소하고 혈청 크레아티닌이 상승한다.
2)직접적 신세관 독성
직접적으로 신세관 상피세포에 대한 독성을 지니는 약제들로는 아미노글리코사이드 항생제, amphotericin B, 항바이러스제인 cidofovir, adefovir, 방사선조영제, cis-platin 같은 항암제 등 다수이다. 소변이 신세관을 따라 내려가면서 요가 농축되는 동안 신세관 내에 존재하는 약물의 농도가 상승하므로 신세관에 대한 약물 독성이 더 잘 나타난다. 신세관 독성의 결과로 급성 신세관 괴사(acute tubular necrosis)에 의한 급성신부전이 나타나기도 하고, 세관 기능의 손상이 와서 신세관성 산증(amphotericin B), Fanconi 증후군(cisplatin), 요붕증 (lithium)이 나타나기도 한다.
3)사구체손상
사구체는 소변을 일차적으로 여과하는 조직이므로 약물에 의해 사구체손상이 나타날 경우 사구체의 투과성이 증가되어 단백뇨나 혈뇨 등과 같은 사구체신염이 발생하며 이는 요검사 이상, 부종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약제로는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제인 D-penicillamine 에 의해 막성사구체신염이 발생하는 것이 잘 알려져 있고, NSAID 약제로 인해 미세변화 신증후군, 헤로인에 의해 국소성사구체경화증이 나타날 수 있다.
4)급성간질성 신염
신장의 구조에서 신세관과 신세관 사이의 간질(interstitium)에 염증성 세포가 침윤하며 간질 부종과 섬유화로 이어지는 반응을 간질성신염(interstitial nephritis) 라고 한다. 약물은 급성간질성 신염의 가장 흔한 원인 가운데 하나이며, 이를 유발하는 약제로는 NSAID 계열 약제, rifampin, cephalosporin, methicillin, allopurinol, thiazide, furosemide등이 있다. 급성간질성 신염의 증상은 전신적인 발열이나 피부 발진과 호산구증 혈증(eosinophilia)이 함께 나타나며, 혈청 크레아티닌이 상승한다. 약물을 중단함으로써 대부분 회복된다.
5)급성 유두부괴사(acute papillary necrosis)
신장으로의 혈류 감소에 의한 허혈성 괴사로 생각되며, 신수질의 가장 안쪽인 유두부(papilla)가 괴사가 일어나는 것이다. 심한 탈수 상태에서 NSAID 복용시에 일어날 수 있다. 급격한 측부통(flank pain)과 혈뇨가 나타날 수 있으며 요로결석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6)요로폐색
항바이러스제제로 대상포진 등의 치료를 위해 흔히 처방하는 acyclovir는 다량 투여시에 신세관으로 배설되면서 세관 폐색(tubule obstruction)을 야기한다. 특히 경구보다는 정맥 내로 투여하는 경우 세관폐색에 의한 급성신부전이 더 흔히 나타나며, 이 경우에는 예방적으로 수액을 함께 투여하여 요량을 유지하도록 권한다.
위에서 언급한 약물의 신장 독성은 고령이거나 기존의 신기능 장애가 있을 때, 혹은 당뇨병, 간경변, 심부전 등 기존의 내과적 질환이 있는 경우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특히, NSAID 의 경우 탈수로 인해 혈액량이 감소된 상태에서 신독성 부작용의 위험이 증가한다. 그리고, 단독으로는 신독성이 잘 나타나지 않더라도 동시에 사용하는 신독성 약물과의 중첩 또는 상승효과에 의해 신독성이 나타나기도 하므로 주의를 요한다. 따라서, 이러한 환자들에게 신독성의 위험이 있는 약물을 처방할 경우 자세한 병력 청취와 약물복용력 파악, 적절한 신기능 검사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3.신기능 저하 환자에서 약물의 용량 조절
신장병 환자에서 약물 요법 시 주의해야 하는 것 중 다른 하나는 약물의 체외 배설이 느려지고 약물의 반감기가 길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신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 적절하게 약물 용량을 조절하지 않으면 체내에 약물이 축적될 수 있으며 간혹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투석을 하고 있는 말기 신부전 환자에서는 투석으로 인해서 약물이 제거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약물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투석간이나 투석 후에 추가로 약물을 투여하여야 한다.
1)신부전 환자에서의 약동학적 변화
만성콩팥병 환자에서는 정상 신기능 환자에 비해 약물의 흡수(absorption), 분포(distribution), 제거(elimination), 대사(metabolism) 모두에 변화가 있을 수 있으나, 그 중에서 특히 신장을 통한 약물의 제거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신장을 통한 약물의 배설은 사구체 여과와 세뇨관 분비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신장질환이 진행되어 신원(nephron)수가 감소되면 사구체 여과율이 감소됨에 따라 약물을 배설하는 능력도 감소한다. 세뇨관에 의해서 분비되는 정도는 측정하기 어려운데 세뇨관에 의해서 분비되는 약물의 경우 대개 사구체여과율이 감소함에 따라 서서히 줄어든다. 따라서, 사구체여과율은 약물의 체외 배설 능력을 짐작할 수 있는 지표이다.
2)부하용량의 계산
약물을 투여할 때 부하(loading) 용량을 투여하는 이유는 짧은 시간 내에 약물의 혈장 농도를 적정 수준으로 상승시키기 위해서이다. 일반적으로 정상 신기능에서 부하용량을 사용하는 약물은 신기능이 감소한 경우에도 같은 부하용량을 사용해도 된다. 일반적으로 부하용량을 사용하지 않는 약물도 신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는 약물 배설이 감소하여 항정 상태(steady state)에 도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있으므로 loading dose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환자가 부종이 있는 경우에는 부하용량을 늘려야 하고, 탈수가 있는 경우에는 부하용량을 줄여야 한다.
3) 유지 용량의 계산
약물이 일단 치료 농도에 도달한 뒤에는 체외로 제거되는 만큼을 일정한 간격으로 투여하게 되는데, 신기능 저하 환자에서 이러한 유지 용량을 투여할 때는 투약 간격을 정상 신장인에 비해 증가시키는 방법 (간격연장법)과 투여 간격은 정상인과 같게 두고 한 번에 투여하는 유지 용량을 감소시키는 방법 (감량투여법)이 있다. 상기 두 가지 방법은 각각 장단점이 있으나 여기서는 지면관계상 생략하기로 한다. 약의 종류와 투약을 통해 얻고자 하는 약리학적, 임상적 효과에 따라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한다.
4) 약물 농도 감시 (therapeutic drug monitoring, TDM)
혈중 약물 농도 측정은 적절한 유효 치료 농도 범위를 유지하면서 독성을 피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혈청 약물 농도의 최고치는 경구 투여 약제의 경우 투여 1-2시간 후, 비 경구 투여 약물은 30분-1시간 후에 도달하며, digoxin 등 반감기가 긴 약물일수록 약물 농도 측정을 위한 혈액 채취 시간은 덜 중요하다. 약물 농도 측정은 부하 용량을 투여한 후에 실시해야 하며, 부하 용량을 투여하지 않은 경우에는 약물을 3-4회 투여하여 혈청 농도가 항정 상태에 도달한 후에 시행하는 것이 좋다.

4. 결론
오늘날 인구의 고령화,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만성 질환의 증가는 만성콩팥병의 유병율을 점점 증가시키고 있다. 따라서,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약물을 처방하고 그 효과와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는데 있어서 이러한 원칙을 잘 이해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절실히 요망된다.

▲약물에 의한 신독성 예방을 위한 지침
1. 특정 약물의 신독성 가능성을 숙지한다.
2. 고위험군에 속하는 환자인지 확인한다.
3. 노인 환자에서 신독성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숙지한다.
4. 가능한 신독성이 없는 방사선과 검사 방법과 치료약제를 이용한다.
5. 탈수를 예방한다.이는 특히 고위험환자군에서 필수적이다.
6. 특정 약물의 일일 용량과 치료기간을 가능한 줄인다.
7. 사구체여과율의 변화에 따라서 용량을 조정한다.
8. 다른 신독성 약물을 병용 투여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오국환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김대건 기자  cibasta@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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