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 조기 치료, 합병증 예방이 최선

만성콩팥병의 원인과 진단

만성콩팥병은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보건상의 문제이다. 만성콩팥병이 중요한 것은 고령화와 더불어 당뇨, 고혈압 유병률의 증가로 인해 앞으로 환자수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NHANES(the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s)의 자료를 보면 1994년에서 1998년 사이의 만성신장병 유병률은 10.0% 였으나 1999년에서 2004년 사이의 유병률은 13.1%로 증가하였다.
호주의 연구에 의하면 성인의 16%가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었다. 이시아 지역도 마찬가지여서 일본의 연구에서의 유병률은 19.1%, 베이징 거주 중국 성인의 유병률은 13.0% 였다.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에 대한신장학회에서 만성콩팥병의 유병률을 조사한 적이 있다. 서울을 포함한 7개 도시에서 35세 이상 2356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326명이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어 유병률이 13.8%였다. 이렇게 환자 수가 많은 것뿐만 아니라 국가 의료재정에도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초기 만성콩팥병의 의료비에 대한 자료는 없지만 말기신부전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의료비를 보면 5만4천명의 투석환자가 7815억원을 사용하여 1인당 1447만원을 의료비를 지출한 반면, 21만3천명의 암환자는 1조107억원을 사용하여 1인당 474만원을 지출하였다(2005년). 여기에 이식이나 합병증의 관리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에 투석환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의료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따라서 만성콩팥병을 일찍 찾아내어 더 진행하지 않도록 치료하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이번 기사에서는 KDOQI 지침서를 중심으로 만성콩팥병 진료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을 기술하였다.

만성콩팥병의 진단
만성콩팥병은 원인이 되는 신장질환이 무엇이었는가에 상관없이 신장 손상의 유무와 신장기능 감소 정도에 따라 정의한다. 즉 사구체여과율 감소와 상관없이 신장손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나 신장 손상과 상관없이 사구체여과율이 3개월 이상 60mL/min/1.73m2 미만인 경우 만성콩팥병으로 진단할 수 있다.
만성콩팥병을 진단하고 나면 환자가 어느 단계에 속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이 진단, 치료 및 이에 대한 평가에 중요하다. 만성콩팥병은 <표 2>와 같이 5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만성콩팥의 검사
만성콩팥병을 조기에 찾아내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들이 위험군에 속하는지 알아야 한다. 만성콩팥병의 위험인자로는 고령, 당뇨병, 고혈압, 자가면역질환, 전신 감염증, 반복되는 요로감염증, 요로결석, 하부오로페쇄, 종양, 만성콩팥병의 가족력, 급성신부전의 과거력, 신장그키 감소, 신장독성약물에의 노출, 출생시 저체중, 저소득층, 낮은 교육 수준 등이 있다. 이런 위험인자들을 가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고 혈액검사를 통해 사구체여과율을 평가하며 요검사를 통해 단백뇨, 혈뇨, 농뇨 등을 검사해야 한다<표 3>.
사구체여과율을 평가하기 위해 혈청 크레아티닌을 측정하지만 크레아티닌 단독으로 신장기능을 평가해서는 안된다. 예전에는 24시간 소변을 모아서 사구체여과율을 평가했으나 현재는 근육량과 연관된 나이, 성별, 인종, 체구 같은 변수를 포함한 방정식을 이용하여 사구체여과율을 계산한다(estimated GFR; eGFR). 대표적인 공식으로는 Cockcroft-Gault 공식과 Modification of Diet in Renal Disease study (MDRD) 공식이 있다.
Cockcroft-Gault 공식: CrCl=[(140-Age) x weight(x0.85 if female)/SCr
MDRD 공식: GFR (mL/min/1.73 m2) = 186 x (SCr)-1.154 x (Age)-0.203 x (0.742 if female)
(크레아티닌 측정방식에 따라 186 대신 175를 사용하기도 함)
다만 급성신손상 환자와 같이 신장기능이 급격히 변하는 경우나, 간경화, 사지절단, 척수손상, 병적인 비만 환자, 역도선수, 보디빌딩 선수와 같이 체구나 근육량이 비정상적인 경우에는 24시간 소변을 잘 수집해서 사구체여과율을 구하는 것이 더 정확하고 다른 보조적인 검사를 고려하여 사구체여과율을 예측해야 한다.

만성콩팥병의 치료방침
만성콩팥병 환자를 치료할 때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염두에 두고 치료를 해야 한다.
1)원인질환에 대한 적절한 치료 2)동반질환에 대한 평가와 치료 3)신장 기능 소실의 지연 4)심혈관계 질환의 예방과 치료 5)신기능 감소에 따른 합병증의 예방 및 치료 6)신부전과 신대체요법의 준비 7)요독증이 나타날 경우 투석이나 신장 이식 등 신대체요법을 시행.
이러한 고려 사항들은 만성콩팥병이 진행함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야 하는데 초기에는 원인질환에 대한 질환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하지만 단계가 진행함에 따라 신장기능 감소를 지연시키는 치료나 합병증을 예방하는 치료를 하고 말기에 가까워 오면 신대체요법을 준비하고 시행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표 4>.

신기능 저하를 지연시키기 위한 치료
만성콩팥병 환자는 대부분 시간이 감에 따라 신장기능이 떨어진다. 사구체여과율이 감소하는 속도는 환자마다 다 다르지만 한 환자에서는 일정한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사구체여과율을 측정함으로써 치료에 대한 평가기준을 삼을 수 있고, 급격한 신기능 저하를 발생시키는 요인을 찾아낼 수 있으며, 신대체요법의 시기를 예측할 수 있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적어도 1년에 한번씩은 사구체여과율을 평가해야 하지만 사구체 여과율이 60mL/min/1.73m2 미만인 환자, 과거에 급속한 사구체여과율 감소를 보였던 환자(≥4mL/min/1.73m2), 사구체여과율 감소의 위험인자를 가진 환자, 신기능 악화를 지연하기 위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급격한 신기능 저하의 위험요소에 노출된 환자들은 더 자주 측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성 신장질환, 사구체질환, 다낭성질환과 신이식후 신질환은 고혈압성 신질환, 신세뇨관간질성 질환보다 시기능 감소속도가 빠르고 남성, 고령, 낮은 기저 신기능을 가진 환자, 다량의 단백뇨, 낮은 혈중 알부민 수치, 고혈압과 혈당조절에 실패, 흡연 등도 빠른 신기능 감소와 관련이 있으므로 사구체여과율을 더 자주 측정해야 한다.

신기능 저하를 지연시키기 위한 치료 중 효과적인 것으로 증명된 치료법은 당뇨병 환자에서 철저한 혈당조절, 철저한 혈압조절, ACE inhibitor(ACEi)나 angiotensin-II receptor blocker(ARB) 사용이 있다. 신기능 저하를 지연시키기 위해서는 혈압을 130/80mmHg 이하로 조절을 해야 하고 혈압강하의 신기능 보호효과는 단백뇨가 있는 환자들에서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ACEi나 ARB의 신장보호효과도 단백뇨가 있는 환자들에서 더 탁월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혈압을 120/80 이하로 낮추는 것은 오히려 심혈관계 합병증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그 외 단백질 섭취 제한, 고지혈증의 치료, 빈혈의 교정 등의 치료가 신기능 보호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아직 결론이 내려진 상태는 아니다.

만성콩팥병 환자들을 추적 관찰하는 도중 예상보다 급격한 신기능 저하가 발생했다면 다음과 같은 인자들이 작용하지 않았는지 살펴보고 교정해 주어야 한다. 신기능을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는 이자들로는 체액량 소실, 정맥내 조영제 투여, aminoglycoside나 amphotericin B와 같은 항생제, COX-2 길항제를 포함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ACEi 또는 ARB, cyclosporin이나 tacrolumus, 요로패쇄나 감염 등이 있다. 이 위험 인자들을 교정해 주면 일시적으로 나빠졌던 신기능이 이전 상태로 회복될 수 있기 때문에 환자를 진료할 때 열심히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콩팥병의 합병증 예방 및 치료
신장기능이 저하됨에 따라 많은 합병증이 발생하지만 고혈압을 포함한 심혈관계합병증, 빈혈, 미네랄 및 골대사질환, 영양결핍 등이 중요한 합병증이다. 3기 이상의 만성콩팥병 환자들 중 80%가 고혈압이 있고, 이 환자들 중 약 50%가 심혈관계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고혈압은 신기능 감소의 위험인자로도 작용하기 때문에 고혈압을 치료하는 거시 매우 중요하다. 앞에서도 나왔듯이 혈압은 130/80mmHg 이하로 조절을 하고 ACEi나 ARB를 우선적으로 투여하며 조절이 잘 되지 않을 경우 이뇨제와 칼슘길항제 등을 투여하여 혈압을 조절한다.

투석을 받기 전인 만성콩팥병 환자들에게 고지혈증을 치료하는 것이 신기능 감소를 막아주지는 못하지만 이 환자들의 심혈관계 사건을 예방하는 효과는 있다. 따라서 중성지방이 500mg/dL 이상인 환자들에게는 fibrate 제제를 투여해야 하고 저밀도지질이 100mg/dL 이상인 환자들에게는 statin 제제를 투여한다. Fibrate 제제를 투여할 경우 각 약제의 부작용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빈혈은 erythropoietin 결핍으로 나타나며 사구체여과율이 60mL/min/1.73m2 미만인 환자들에서 평가가 필요하다.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빈혈은 입원률, 심혈관계 합병증, 삶의질, 사망률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평가와 치료가 필요하다. 환자에게 10g/d이하의 빈혈이 있을 경우 철분상태를 평가하여 ferritin이 100ng/mL미만이거나 transferrin saturation이 20% 미만이라면 우선적으로 철분을 투여한다. 쳘결핍 상태가 아닌데도 빈혈이 지속된다면 erythropoietin이나 darbepoietin과 같은 erythropoiesis stimulating agent를 투여한다. 목표 혈색소 농도는 12g/dL를 넘지 않도록 한다.

사구체여과율이 60mL/min/1.73m2 미만인 환자들에게는 정기적인 칼슘, iPTH, 25-(OH) vitamin D를 측정하여 미네랄 및 골대사질환에 대한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골절과 같은 뼈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심혈관계 합병증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 혈청 인이 목표범위 이상인 경우 탄산칼슘과 같은 인결합제를 사용하고 부갑상선기능항진증이 있거나 비타민 D 결핍증이 있을 경우 비타민 D를 투여하여야 한다.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많은 약물을 투여하고 단백질 섭취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양영양결핍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혈청 알부민을 비롯하여 영양상태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이러한 약물투여와 함께 일일 나트륨 2.4g 이하의 저염식, 금연, 체중감량, 유산소운동, 절주와 같은 생활습관계선이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신장내과 의뢰시기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적절한 시기에 신장내과 전문의에게 의뢰가 이루어져야 좀 더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신대체요법을 잘 준비할 수 있어 예후가 더 좋아진다. 만성콩팥병 4,5 단계가 되면 반드시 신장내과 전문의에게 의뢰하는 것이 좋고 3단계에서도 일년에 한번 정도 정기적으로 신장내과 진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좋다. 만성콩팥병 1-3단계라도 급격한 신기능 감소, 저항성 고혈압, 일일 1g 이상의 단백뇨, 단백뇨와 혈뇨가 동반된 경우, 악성고혈압, 고칼륨혈증, 급성신손상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신장내과 전문의에게 의뢰하는 것이 좋다.

오윤규
서울대 보라매병원 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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