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 창간 40주년 특별 좌담회 <4-4>

‘사회·제도 변화에 얼마나 부응했나’ 성찰 필요

지식·과학중심 교육 인문사회학적 요소 결여

어떤 학생 선발·어떻게 교육시킬지 고민해야

◇김건상 원장(좌장) : 이번 순서에서는 의학교육과 전문의제도에 대해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순서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두 가지 모두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발제를 모두 들은 뒤 토론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임정기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 이사장님께서 의학교육분야에 대해 그 변화와 발전방안 대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임정기 이사장 : 의학교육의 40년을 돌이켜보면 엄청난 발전과정이 있었습니다. 특히 미네소타 프로젝트 이후로 임상의학 교육이 제대로 틀을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발전과정에서 사회상이 변화하면서 과거에 의사들이 지녔던 기본적인 자세 즉, 환자들에 대한 책무의식·소명의식·봉사의식 등의 부분들이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오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런 부분을 학부학생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즉, 지식위주·과학중심의 사고방식 등을 하다 보니 인격·인간성 등의 부분들이 낮거나 적게 생각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의학교육 특히, 의예과 2년 과정의 운영은 대학마다 차이가 있는데 그 과정에서 인문학적, 사회학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환경에 좀 더 몰입하는 전인적인 교육환경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강화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의 경우 내년부터 의예과 소속이 자연대에서 의과대학으로 넘어옵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커리큘럼을 주체적으로 짤 수 있어서 그런 부분을 강조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 의학교육은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미국, 유럽의 체계를 모방하여 발전해 왔습니다.

그 후 4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 체제에 맞는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고, 성과가 있었느냐에 대한 성찰을 해보면 아직도 많은 부분이 모자란다는 생각을 합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교육부분에서의(기술적인 부분이기도 하지만) 하나는 통합교육이 있고, 그 다음에 문제 중심의 학습이 있습니다.

선진국의 경우는 학문을 주제별로 통합시켜 기초와 임상이 관통되는 통합교육을 해왔습니다. 과연 선진국만큼 기초와 임상, 횡적인 통합이 제대로 완성이 되어 가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풀어나가야 할 큰 숙제이며, 문제 중심 학습도 그렇다고 봅니다.

학생이 스스로 공부해서 풀어나가는 교육방법을 확립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실제 학생들은 성적을 잘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점수가 잘 나올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국내 현실, 문화에 맞도록 재설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두 번째는 국내 의학교육의 발전방향을 기획하고 주도하는 주체 기관들이 있는데 각 기관들 간의 상호 역할 분담, 소통과 협력의 부분이 모자랐다는 성찰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 의학교육학회,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대한의학회, 병원협회,보건의료인국가시험 등 많은 단체들이 서로 다른 역할을 분담해서 좋은 교육방향으로 가야하는데 어떤 경우에는 그 역할이 중복되거나 누락되는 경우가 있어 그것에 대한 통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앞서 열거한 협회의 단체장 모임으로 의학교육협의회가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의학교육제도, 국방의학원 설립에 관한 문제, 대학 인증평가제도, 인턴·전공의 수련기간에 관한 문제, 의사국가고시문제 등을 같이 논의하고 동의해서 의견을 제시하는 바람직한 활동이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의학교육협의회가 그런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교육을 큰 안목으로 봤을 때 어떤 입학생을 받아 어떤 교육을 하고 어떤 졸업생을 배출하고 그 이후 전공의 교육과정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에 대한 통합적인 고민이 적었습니다. 총체적으로 정리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고 보며, 앞으로의 40년을 내다보는 표준을 적립하는 일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진료, 연구 역량은 눈부신 발전을 해왔는데 과연 교수들이 교육면에서 시간과 열정을 그만큼 할애했는가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임상의학에 대해 병원의 진료 양이 늘어나고, 대학에서는 연구위주의 업적평가만 하다 보니 교육에 대한 평가가 미진한 실정입니다. 교수들이 학생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 시간이 적다는 부분에 대해 대학 자체에서 시정하여 교육과 연구, 진료가 균형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의사양성 비용에 관한 부분인데, 선진국은 의사양성 비용을 국가가 상당부분 부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학부모, 학생, 대학이 부담하므로(국립대학은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는 부분이 있지만) 그 차이가 큽니다. 국가와 사회가 의사양성에 관심을 갖고 양성비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의학교육 부분의 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국민이 좋은 질의 의료서비스를 받는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나가야 하며, 그렇기 위해서는 의료인들 자체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결국 의사도 사회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것, 인류와 사회에 대한 공동책임이 있다는 것을 서로 인식함으로써 구성원의 프로페셔널리즘을 한 층 고취해야만 국가와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고 주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의제도 실태와 개선 방안>

‘전문의 수요인가 전공의 수요인가’ 비판 있어야

교육보다 경영논리에 밀려 정원조정 실패

단과전문의 90% 수준…교육적 낭비 심각

◇김건상 원장(좌장) : 여러 가지 좋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교육방법에 있어 현실적인가, 우리문화에 맞는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말씀하셨고, 교육 발전을 주도하는 기관들의 역할정립을 통해서 효율성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중요한 말씀이 어떤 의사를 양성해야 하는가에 대한 큰 목표의 확립 필요성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다 필요한 고민이고 중요한 코멘트였다고 생각합니다. 토론은 전문의제도와 묶어서 함께 진행키로 하고 이어 전문의제도 발전방안에 대해 왕규창 대한의학회 수련교육 이사님의 말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왕규창 이사 : 전문의제도는 1958년 처음 인턴을 모집한 것이 시초였으니 이미 50년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그 긴 세월동안 비교적 변화가 없었고, 어떻게 보면 변화가 없었던 것이 문제가 되는 부분입니다. 지금이야 급여나 당직실 여건도 비교적 좋아졌고 전문의시험도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의료발전에 비해 수련교육 발전은 뒤쳐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교육자의 의지도 후퇴한 것 같고. 변화가 없었던 이유는 의료계에서 합의를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수가에 비해 관심도 적었으며, 보건정책당국의 관심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게을렀다는 뜻이 아니라 다른 일이 더 중요한 것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교육보다는 경영논리가 앞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경영논리가 앞서다보니 환자 안전에 대해 간과된 부분도 있었다고 생각하며, 전공의들이 과부하가 걸렸을 때 환자는 어떻게 되겠는가에 대한 성찰이 없었다고 봅니다. 또한 피교육자가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안 돼 있으며, 결국은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피해를 받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이제껏 무 변화의 역사가 있었던 듯합니다.

다음으로 교육적 낭비를 꼽을 수 있는데 전공의시스템처럼 교육낭비 분야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공의가 한 분야로 쏠려있는 것도 낭비를 초래하는 요인입니다. 몇 가지 개선점을 말씀드리면 현행 전문의제도는 단과전문의 비율이 너무 높습니다. 가정의학과를 포함하면 90%이상이고 가정의학과를 빼도 80%이상이 전문의입니다.

그렇게 단과전문의를 많이 교육시켜서 정말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가 짚어봐야 하며, 궁극적으로 전문의 수련제도가 전문의 수요에 의해 운영되는가? 아니면 전공의 수요에 의해 운영되는가? 냉정한 비판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전공의 수요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많다고 보며, 부려먹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이 뽑는 것이 현실입니다. 향후 5~10년 후에 과연 전문의 수가 얼마나 필요하냐에 대한 성찰은 부족한 편입니다.

당연히 전문의 수요에 의해 모든 것이 좌우돼야 한다고 생각하며, 과감히 진료에 있어서 전공의에 의해 모든 것을 해보자 하는 것은 탈피해야 될 것입니다. 그것은 후배들에 대한 죄악의 수준이라 할 수 있으며, 또 환자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전문의 수련 비용 또한 수가에도 일부 반영하고 정부에도 의사 양성할 때 적정한 부담을 한 뒤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병원도 후배를 위해서 서로 부담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굳이 순서를 매기자면 수가, 정부, 병원의 비율로 부담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앞으로 전문의 양성제도를 개선하려면 의료의 판이 어떻게 짜여있느냐를 보고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1차 진료의 개념과 역할은 무엇인가?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로 나누는 것인가? 개원의와 봉직(공직)의로 나누는 것인가? 같은 안과인데 개원한 사람은 1차 진료의사이고 병원에 있는 사람은 아닌가? 또 한사람이 두 가지 역할을 다 할 수 있는가? 등 틀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기에 전문의 양성에 있어 막연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며, 이를 빨리 정립해야 된다고 봅니다.

전공의 쏠림도 심각한 낭비현상 입니다. 수도권, 대형 병원, 인기과로 몰리는데 거기에다 정원도 너무 많습니다. 정원을 전반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매년 정원을 줄여달라고 복지부에 얘기해도 거절당해 왔습니다. 물론 정부의 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줄이려면 객관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매년 용역하시는 한 분, 그 분 밖에 근거가 없습니다. 의료계에 내라고 해도 근거가 없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정원은 줄여야 합니다. 객관성이 떨어지더라도 어느 정도 믿을만한 근거는 받아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전공의가 필요해서 뽑는 건지 전문의가 필요해서 뽑는 건지 명확히 하여 올곧은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힘든 과는 수가도 낮습니다. 그 이유는 생명이 중요하기 때문에 비싸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위험은 높고 소송 걸릴 확률도 높고, 취직도 잘 안되고(흉부외과가 대표적) 하니 그 분야의 의사들 생명은 짧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현실로 좋은 몇 몇과에는 자원이 몰리고, 나쁜 몇 몇과는 자원이 고갈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수가를 비롯하여 몇가지 제도적 조치를 취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은 인턴제 폐지로 가닥을 잡아서 빨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아직도 인턴을 활용해서 부려먹자 하는 것은 양보해야 됩니다. 수련기간을 단축하고 교육 내용을 조절하는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말씀드립니다. 전공의 근무여건 문제도 전공의들의 웰빙의 차원이 아니라 기본적인 근무여건이 돼야 환자가 안전하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된다고 봅니다.

<패널 토의>

교수들, 진료·연구만큼 교육에 열정 가졌나?

‘진료중심 교육’ 지양 의료 다양성 시대 준비

‘프로페셔널리즘’ 갖출 교육 정체성 세워야

◇김건상(좌장) : 임정기 선생님의 의학교육 문제부터 왕규창 선생님의 전문의제도 개선 방안까지 잘 들었습니다. 전문의제도는 의학발전에 큰 기여를 한 제도이긴 하지만 50년 이상 변화가 없었습니다.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것 같은데 다행이 복지부에서 전문의제도에 대해 배려를 많이 하는 걸로 듣고 있습니다.

졸업 후 의사가 일정기간 수련을 받는 것은 꼭 필요하고 사회요구에도 부합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50여년 간 크게 바꾸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법으로 묶여있기 때문이 아닌가 여집니다. 실제로 어느 나라도 전문의제도를 국가법으로 묶어놓은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 하나만 생각을 바꿔도 전문의제도의 융통성이 발휘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럼 먼저 의학교육에 대해 토론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IT에 이어 HT가 중요한 차세대 국가 성장 동력이라고 말하는데 그 중 의사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의학교육체계가 의전원체제에서 의과대학체제로 많이 복귀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아주 중요한 일들이 있고 논리적으로 마땅하다고 해서 그렇게 결정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이 혹자는 R&D 인력개발에 있어서는 후퇴라는 견해를 갖고 있는 분도 계십니다. 임정기 선생님은 HT발전에 필요한 R&D 전문인력들을 어떻게 양성하고 지금 현재 시스템에서 충분한가에 대한 코멘트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임정기 : 혹자의 의견 즉, 다양한 학부의 전공 백그라운드가 있음으로 해서 HT가 넓고 깊게 발전할 것이라는 말씀 같으신데 지금 의과대학으로 원상 복귀하거나 원상 복귀를 하기로 한 대학의 경우는 의과대학체제를 유지하지만 정원의 30% 정도를 학사 입학자를 받기로 돼 있습니다. 서울대도 국가시책에 의해 의전원을 하기 이전에도 정원의 20~30%를 학사 입학자를 받았으며, 거기에는 공대졸업생, 자연과학대학 졸업생, 카이스트 졸업생 등이 있어 그 30%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학부의 전공을 살리면서 더 HT를 개발하는 인력은 충분하다고 생가하며, 그 인력들이 모두 의전원으로 들어오는 100%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것이 바로 다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건상(좌장) : 잘 알겠습니다. 다른 부분 질문이나 의견 있으면 말씀해 주시지요.

◇이규식 : 임정기 선생님께서 서울대가 예과교육을 의과대학으로 가져온다는 의미의 말씀을 하셨는데 의대생들이 본부에서 예과교육을 받으면 타 대학 학생들과 교류도 하고 폭도 넓어지고 하는 등 훨씬 나을 텐데 의과대학생들 끼리만 6년을 하게 되면 그게 오히려 인성 교육 등에 있어 문제가 있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점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임정기 : 소속은 의과대학으로 변경하지만 학생들은 본부에 그대로 있습니다. 그러면서 커리큘럼을 짜는데 의대가 주도적으로 인성교육의 강화를 위한 노력을 하게 되니까 오히려 인성교육이 강화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장성구 : 옛날에는 교양학부가 있었는데 요즘은 전문화 교육, 특성화 교육이 진행되면서 탈 인간화, 몰 인간화 되는 것이 의대에 너무 깊숙이 나타나는 것 아닌가 우려됩니다. 그런 것의 해소책 중 하나가 의학전문대학원이 잘 운영됐으면 상당부분 해소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고, 다양한 배경의 학문적 베이스를 가진 의사들이 많이 배출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일단 국내 의학전문대학원은 좌초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아쉽게 여기며, 의과대학 교육과정 전체를 통해서 교육도 융·복합으로 가야할 것 같은데, 의과대학 교육 속에 의학이라고 하는 전문교육을 열심히 시키면서 그 학생들에게 인문학적인 베이스를 동시에 양성시키는 것은 시간적으로 매우 어렵지 않나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김철중 : 최근에 여러 가지 일탈 모습이 보입니다. 의학교육의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한 진지한 교육과 논의가 강화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많은 의사들이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정체성을 ‘오너십’(성공해서 병원을 크게 연다던지) 등의 개념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프로패셜리스트로서의 정체성을 갖도록 교육이 강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동욱 : 의학교육 자체는 다른 분야보다 우수하고 발전한 것은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교육을 정책과 연계하는 것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며, 의학교육의 변화가 정책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상호작용을 충분히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당장 나타나는 것이 공보의·군의관 등의 인력부족, 의학교육 성비구조 변화 등이 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고, 그런 것들을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가능하다면 교육도 어떤 부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고려도 하며, 그 고려가 정책에 연계되는 것들이 긴밀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신종플루 등 재난에 대비했을 때 현장에서 의료 인력들이 공적인 의료참여도 부분에 있어서는 옛날에 비해 떨어진다고 생각하며, 이런 것들을 의학교육과 연계시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의료산업의 다양화도 의학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는데 김철중 기자께서 얘기한 것처럼 그동안 의학교육은 임상, 진료에 항상 포커스가 맞춰진 양상입니다.

진료가 아닌 서비스, 기술지원, 연구 부분에 있어서 의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의학교육도 산업의 변화 차원에서 기초적인 역할을 하도록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정책적으로 보면 의학교육과 정책이 향후에 뗄 수 없는 관계가 될 것이며, 그런 고민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왕규창 : 앞에서 ‘탈 인간화’를 말씀하셨는데 외국의 잘하는 예를 보면 성적을 a+, a- 등으로 매기지 않고 ‘pass or fail’로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레지던트로 남고 평가받을 때 ‘네가 학생때 평점이 얼마였는가’를 따지지 않고 ‘현재 네가 무엇을 알고 있느냐, 지식이 어떻게 정리돼 있느냐’ 등 사람을 평가합니다.

국내는 성적순으로 줄을 세워서 뽑도록 되어있습니다. 우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없고, 개성을 가질 수도 없습니다. 또 ‘남에게 이겨야 한다’ 그러다 보니 탈 인간화가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프로페셔널리즘도 좋은데 우선 당장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이 문제입니다. 결국 교육은 근복적으로 ‘pass or fail’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며, 교육 개편 때는 꼭 이뤄져야 하다고 생각합니다.

의학교육의 과정이 어떻게 됐든 통과만 하면 되는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 배웠는가도 중요한가? 저는 의사는 후자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운 과정도 중요하지만 불행하게도 의대는 크게 노력을 안 해도 좋은 인력들이 저절로 옵니다. 그러다 보니 의대는 교육에 대한 투자동기가 약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 자리에 복지부에서 이동욱 국장님도 나오셨으니까 의대인증평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씀을 강조해 드리고 싶습니다.

◇김건상(좌장) : 교육 이야기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아 여기서 정리를 하겠습니다. 40년간 앞선 나라의 수준에 맞추느라고 애를 쓴 교육이었다면 이제 앞서 나가는 나라의 교육으로서 뭔가 달라져야겠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이룬 것 같습니다. 발제와 토론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리며, 이제 전문의제도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전문의제도는 의학발전에 큰 기여를 한 제도이긴 하지만 50년 이상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50여년 간 크게 바꾸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법으로 묶여있는 것인데 실제로 어느 나라도 전문의제도를 국가법으로 묶어놓은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 하나만 생각을 바꿔도 전문의제도의 융통성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까지 추가해서 발언을 부탁드립니다.

◇이동욱 : 왕규창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정부입장과 크게 벗어나지 않다고 생각하며, 같은 고민, 같은 대안이라고 봅니다. 전문의제도와 관련하여 정부가 비전이 없다는 걸 부정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전문의 정책에 대해서는 전공의 정원 책정하는 것과 시험치는 것에만 집중해 온 양상입니다. 기본적으로 방향성이 없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하며, 전문의가 우리사회에 얼마나 배출되어 있는가에 대한 기본적 목표가 우선 정립돼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은 전문의 전체과를 놓고 볼 때 대략 어느 과가 중요하다고 보는데, 그런 측면이 아니라 분석 요소가 의료기관 종별, 수요자별로, 연령구조, 지역별 등 여러 가지 분석을 해서 사회가 필요한 전문의 비중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고 보며, 이 부분의 목표가 세워진 후에 양성과정에 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국가에서 법으로 규제한다는 것은 전공의 선정 기준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과별로 몇 명을 책정하고, 지도교수가 몇 분이 계시면 전공의가 몇 명이고 하는 등의 규제가 있습니다. 물론 해당과목이 의료목적 상 필요로 하는 정도의 구체적인 목적이 없었다는 지적도 맞습니다. 앞으로 양성기관, 방식을 다양화하는 것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중요한 것은 단시간이 아니라 최소 10년을 보고 양성기관을 결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원식 : 의사들이 전공의 수련을 지망할 때 개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이런 상황에서는 의사들 나름대로의 프로페셔널리즘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런 현실을 빨리 고쳐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의료수가 책정과정이 결정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봅니다.

◇박윤형 : 이 차제에 전문의제도는 국가에서 손을 떼고 학회에서 전담하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대다수 국가가 의학계 자율로 전문의제도를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격증을 복지부 장관이 주면서 의대보다 더 많은 간섭을 하는 관행은 개선돼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건상(좌장) : 어차피 전문의제도에 관한 규정은 사문화된 것이나 다름없지만 실제로 변화를 추구할 때는 굉장히 걸리적거리는 법일 수도 있습니다. 더 하시고 싶은 말씀들이 많으시겠지만 지금까지 해 주신 말씀만으로도 우리나라 의료와 의학 발전을 위한 밑거름을 삼는데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이것으로 토론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현대 의료사와 변화를 함께 해 오신 의학신문이 창간 40주년을 맞아 아주 의미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해 주신데 감사드리며, 정론지로서 더욱 발전해 나가시길 빕니다. 발제자와 토론자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정리: 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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