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토프 50개 항체 설계···약 30% 결합, ‘FZD7’ 표적 항체 설계
석차옥 대표, “AI, 데이터 축적보다 접근법이 핵심”

[의학신문·일간보사=최진욱 기자] 서울대 기반 벤처기업 갤럭스(Galux)가 자체 개발한 AI 단백질 디자인 기술을 통해 신약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해당 기술은 단백질이 어떤 질환에 관여하든, 단백질 구조만 주어지면 설계가 가능한 ‘범용 단백질 디자인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다.

석차옥 갤럭스 대표<사진>(서울대 화학과 교수)는 12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최한 ‘2025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위크–바이오헬스’에서 이 같은 성과를 공유했다.

갤럭스는 설립 이후 독자 AI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단백질 디자인(Protein Design) 방법을 확립했다. 이 방식은 특정 질환이나 단백질의 종류에 관계없이 단백질이기만 하면 적용이 가능하다.

석 대표는 “2004년부터 20년 가까이 단백질 구조 예측과 상호작용 모델링 연구를 이어왔다”며 “항체는 복잡한 구조를 가진 난이도 높은 치료 모달리티로 평가되지만, 갤럭스의 AI 설계 기술은 이를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를 통해 에피토프(Epitope)별로 50개의 항체를 설계해 약 30%가 실제로 결합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소개했다.

특히 갤럭스는 이 기술을 활용해 암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단백질 ‘FZD7’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를 설계했다. 기존 임상시험이 진행됐던 항체 치료제 벤티투맙(Vantictumab)은 FZD7뿐 아니라 FZD1·FZD2·FZD5 등 다른 아형과도 결합해 부작용이 발생했지만, 갤럭스의 AI 설계 항체는 FZD7 단백질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해 윈트(Wnt) 신호 억제 반응을 특이적으로 보였으며, 다른 아형에는 결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수천 개의 항체 후보를 스크리닝해야 하는 방식에서, 설계만으로 결합 항체를 도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석 대표는 설명했다.

석차옥 대표는 “AI의 정확성은 데이터의 규모와 문제의 복잡성에 달려 있는데, 과학 AI는 데이터를 얼마나 쌓느냐보다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이러한 접근이 작은 국내 기업인 갤럭스도 글로벌 수준의 기여를 할 수 있게 하는 핵심”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와 더불어 그는 “과학 AI가 발전하는 속도에 비해 사회적 인식과 국가의 지원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더 나아간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br>

한편, 석차옥 대표는 과학 AI의 발전 방향을 공유하고 국가 차원의 연구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한국 과학 AI 포럼’을 창립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 AI 전략위원회와 협력해 정책 수립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서울대 백민경 교수팀 등과 함께 국가 과학 AI 연구소(National Science AI Research Center)를 설립해 생체분자에서 세포 수준으로 확장 가능한 모델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