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의사문인 '김대봉'의 작품 속 '인간 이해' 재조명
[의학신문·일간보사=최진욱 기자] 우리나라 최초의 의사문인 ‘김대봉(아호 抱白)’의 문학세계를 조명한 책이 나왔다.
‘포백 김대봉 문학선’.
이 책은 당대 의학과 문학의 교차점에서 인간 이해를 추구했던 주인공 김대봉 처럼 의학과 문학의 경계를 허무는데 천착해 온 작가 유형준 교수(필명 유담, 전 한림의대 교수‧CM병원 내과)가 집필했다.
포백(抱白) 김대봉(1908~1943)은 일제강점기시대 의사로서, 시인이자 소설가다.
그는 경남 김해 사람으로 1933년 평양의학전문학교의 전신인 평양의학강습소를 졸업하여 의사가 되었으며, 이후 고향 일원에서 몇 해 동안 의원을 운영 하다 상경하여 경성제국대학 의학부 부속의원 정형외과 등에서 근무했는데, 1943년 3월 환자로부터 발진티푸스에 감염되어 세상을 떠났다.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의사 김대봉은 평소 지식인으로서 고뇌가 많았던 사람이다.
그는 어렵게 공부하여 의사가 되었지만, 나라를 잃은 시기의 암담한 현실과 가난하면서 병든자들의 아픔을 보면서 ‘의학의 시선이 환자의 내부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간 전체로 향해야 함’을 깨달았다. 이로부터 진료 현장에서 마주한 환자의 육신과 정신의 고통을 글로 옮긴 시와 소설 등 수많은 문예작품을 남겼으며, 의학의 대중화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펼쳐왔었다.
한마디로 김대봉의 문학 활동은 의학과 문학의 교차점에서 인간 이해를 추구한 것이었다. 그래서 작품 하나하나가 사람 사는 세상의 비애와 소망을 노래하여 싸한 감동을 준다. 그러나 그의 문학세계는 오랜 동안 묻혀있다시피 했었다. 그러다 근래 부산경남지역 문학계에서 재조명을 받기 시작했으며, 특히 김대봉의 문학 실천과 궤를 같이 해 온 유형준 교수가 국내외 의사문인을 대대적으로 발굴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의사문인으로 그를 탐구했고, 뒤이어 그의 삶과 문학세계를 집대성한 책을 집필함으로써 의사 문인 김대봉의 혼을 되살리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앞서 저자 유형준 교수는 지난 3년 가까이 전 세계 의사문인 108명을 발굴하여 이들의 삶과 글을 ‘의사문인 열전’이란 타이틀로 의학신문에 연재했으며, 2024년 겨울 시리즈를 모아 ‘글짓는 의사들’을 펴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김대봉을 ‘우리나라 최초의 의사문인’으로 그의 인간주의를 예찬했었다.
그 후속으로 이번에 펴 낸 ‘포백 김대봉 문학선’은 포백의 인생 여정과 의사의 시선으로 인간의 존재를 탐구하고, 문학의 언어로 풀어낸 김대봉의 문학여정을 기록으로 꼼꼼히 담았다. 책 속에는 포백의 작품 가운데 의학적 내용 또는 수사가 뚜렷한 시와 산문을 골라 한데 모았다. [도서출판 지누 펴냄/1만 5000원]
책을 펴낸 유담 유형준 교수는 “이 책을 통해 김대봉의 작품 속에 담긴 인간 이해와 존재, 탐구의 의미를 재조명 할 수 있었다”며 “의사이자 문인으로서의 김대봉은 의료와 문학이 만나는 지점을 가장 먼저 탐구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대봉의 작품에서는 인간의 삶이 ‘편의’와 ‘결과’로만 재단될 수 없으며, 몸과 마음에 고스란히 새겨지는 삶의 과정 자체가 고귀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며 “그의 문학은 그래서 더욱 가치 있고 귀중하다. 이번에 편저한 책 또한 그 여정을 기록해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이자 시대적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이 책은 더욱 큰 힘이 될 것”이란 의미를 부여했다.
저자 유형준 교수(유담, 사진)는 1977년 서울의대를 졸업했으며, 한림의대 내과학 및 의료인문학 교수로 재직한 뒤 정년퇴임 이후 현재까지 CM병원 내과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시인이자 수필가로서 그동안 여러 권의 시집과 수필집을 펴냈으며, 한국의사시인회 초대 회장, 문학예술동인회장, 박달회 회장, 문학청춘작가회 초대 회장, 한국의사수필가협회장을 지냈다. 현재 함춘문예회 회장, 쉼표문학 고문, 의료예술연구회 회장, 의학과 문학 접경연구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