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ECT 임상 결과 심혈관계 사건 위험 20% 감소…체중 감량과 무관하게 초기부터 효과 확인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비만은 단지 외형의 문제가 아닌, 심혈관 질환 등 주요 합병증과 직결되는 중대한 건강 이슈다. 실제로 매년 전 세계 약 2,100만 명이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비만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심혈관 질환으로 입원한 환자의 80% 이상이 비만을 동반하고 있고 , 비만 환자의 심혈관 사건 발생률은 정상 체중 대비 최대 2배 가까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비만을 동반한 심혈관질환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은 제한적이었다.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의 대사질환을 조절해 심혈관 위험을 낮추는 접근은 오래전부터 표준 치료로 사용됐지만, 비만 자체를 치료해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근거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 GLP-1 수용체 작용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는 2023년 비만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확증된 심혈관 질환이 있는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의 주요 심혈관계 사건 위험 감소를 위한 치료제로 적응증을 추가하며 비만 치료의 경계를 한 차례 확장했다.
일산차병원 순환기내과 김미현 교수는 “최근 GLP-1 계열 약물이 체중과 무관하게 심혈관계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들이 발표되면서 과거에는 혈압·지질·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약물을 위주로 이루어지던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위고비는 주요 심혈관계 사건 발생 위험을 낮추는 적응증으로 허가받은 최초이자 유일한 비만 치료제로, 특히 주목할 만하다”라고 설명했다.
당뇨병이 없는 과체중·비만 성인 환자에서 심혈관계 사건 위험 감소를 입증한 유일한 연구인 임상 SELECT에 따르면 평균 39.8개월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현행 표준요법에 주1회 위고비 2.4mg을 추가할 때 위약군 대비 MACE 발생 위험을 20% 감소시키는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했다.
또한 하위 분석을 통해 이러한 효과가 치료 초기부터, 체중 감량과 무관하게 나타난다는 점도 확인됐다. 세부 데이터를 보면, 치료 시작 3개월 이내 심혈관계 사건 발생 위험은 37% 감소했고, 6개월 이내 심혈관 사망 위험은 50%, 심부전 관련 입원 또는 응급 치료의 위험,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59% 감소했다.
30대 남성 B씨는 20대 초반 이후 체중이 약 30kg 증가했으며, 혈압 상승으로 흉통과 호흡곤란을 느껴 내원했다. 10년 전 타 병원에서 고혈압을 진단받았으나 젊다는 이유로 약물 치료 없이 체중 감량만 권고받아 온 상태였다.
내원 당시 체중은 126kg, BMI는 38.5kg/m²로 초고도 비만이었고, 268/118mmHg에 달하는 악성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지방간이 동반됐다. 심장 초음파 검사에서는 고혈압으로 인한 좌심실 비대와 심장 기능이 저하된 박출률 보전 심부전 소견까지 확인됐다.
이에 악성 고혈압에 대한 약물 요법과 함께, 심혈관질환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위고비 치료를 시작했다.
치료 8개월 후, B씨의 체중은 108kg으로 18kg(14%) 감량됐고, BMI는 30kg/m2로 낮아졌다. 체중 감량으로 인한 상대적인 근손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LDL 콜레스테롤(150mg/Dl→ 110mg/dL) ▲중성지방(200mg/dL→96mg/dL) ▲혈당(107mg/dL→89mg/dL) ▲당화혈색소(5.9% →5.3%) 등 심혈관계 대사 지표도 개선됐다.
특히 심장 초음파 결과, 심장 비대가 감소하고 심장의 수축 및 이완 기능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된 것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B씨의 사례가 체중 감량을 넘어 심혈관계 위험까지 낮추는 위고비의 효과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는 위고비를 단순한 체중 감량만이 아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심혈관계 예방 치료 옵션으로 주목하고 있다”며 “특히 고도비만 환자이거나 BMI가 27kg/m2 이상이면서 심혈관 질환을 동반한 환자에게 반드시 사용하면 좋을 약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