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현 대전협 회장, 故박선욱 간호사 추모집회서 “약자 목소리 내는데 함께”
간호사 자살 사건과 이대목동병원 전공의 모두 ‘나의 일이기도 하다’ 우려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의료 현장에서 약자 신분에 놓여 병원의 일그러진 구조적 문제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전공의와 간호사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전공의가 수사를 받아 논란이 되고 있는 이대목동병원 사태와 ‘태움’ 악습 끝에 자살을 선택한 서울아산병원 故박선욱 간호사 사건은 그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주말 오후 6시, 간호연대NBT의 주최로 광화문역에서 故박선욱 간호사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다.

지난 3일 광화문 역 앞에서 열린 서울아산병원 故박선욱 간호사 추모집회 모습.

이날 전국 각지에서 모인 간호사 300여 명은 故박선욱 간호사를 추모하고 병원과 정부 측의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이번 문제가 비단 故박선욱 간호사만의 문제가 아님을 느껴 추모식을 개최했다는 것이 간호연대NBT의 설명이다.

간호연대NBT 최원영 간호사(서울대병원 노동조합)는 “박선욱 간호사의 자살은 그녀 한 사람의 문제도 아니고 간호사 직능만의 문제도 아니다”며 “개인의 문제로 몰아가서는 안된다는 것을 모든 간호사들은 알고 있다. 모두 자신의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번 추모집회의 슬로건은 ‘#나도 너였다’로 공고와 운영 모두 페이스북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지 등 각종 SNS를 통해 홍보가 이뤄졌다.

눈길을 끈 것은 전국 전공의들을 대표해 대한전공의협의회 안치현 회장이 집회에 참석, 간호사들 및 유가족과 뜻을 같이 했다는 점이다.

안치현 회장은 발언대에 올라 병원에서 함께 일하는 종사자로서 전공의와 간호사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지적함과 동시에 병원과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상대적 약자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비극을 초래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안치현 회장은 “병원 내 약자인 전공의와 간호사들은 불합리한 현실을 바꿔낼 때까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간절한 목소리에 전공의협의회도 함께 지지하겠다”고 발언했다.

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 또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을 두고 수사 당국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전공의가 피의자 신분으로 강압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며 전공의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지 말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대전협이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이대목동병원 전공의를 보호하려 한 것은 간호연대NBT가 추모집회 슬로건으로 내건 ‘#나도 너였다’와 일맥상통한다.

즉, 이대목동병원 전공의에게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닌 전국 1만6천여 명의 전공의들 전체의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안치현 회장은 이대목동병원 사건의 전공의와 간호사 자살 사건은 공통점이 많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두 사건 모두 사건 발생의 원인을 한 개인의 문제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과 아무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 정부와 병원 및 관계 기관들이 약속한 듯 침묵하고 있다는 점 등이 닮은꼴처럼 맞닿아 있다.

결국 모든 책임을 전공의와 간호사가 짊어져야하는,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되는 모순이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추모집회에 참여한 간호사들과 공감대를 형성한 이유다.

이와 관련 안치현 회장은 “전공의에 대한 폭력과 성폭력 문제, 이대목동사건 꼬리자르기, 임신순번제에 이어 나온 전공의 임신 유급제, 그리고 이번 간호사 자살까지 이 모든 것들이 갑자기 일어난 우연한 사건이 아니다”며 “약자를 대상으로 병원에서 오랫동안 자행돼온 병폐를 드러내 보여줬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 회장은 이어 “병원의 일그러진 구조적 문제와 이를 유지하기 위해 희생되고 있는 약자로서의 전공의와 간호사가 연대해 목소리를 낸다면 불합리한 현실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전공의협의회와 간호연대NBT의 합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두 단체는 지난 1월 이번 추모집회가 열린 광화문 역에서 ‘병원 내 의료사고의 대부분은 왜곡된 의료 시스템과 인력난에서 온다’는 사실을 대내·외로 알리기 위해 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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