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회·의대협 잇따라 성명…의협-전공의-교수 공동대응 논의중
“일방적 의대증원 강행 지역필수의료 파괴”…정치권·시민단체 정원배정 비판도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정부가 내년도 의대증원 2000명을 강행하면서 범의료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의학회+26개 전문학회와 의대생대표들은 잇따라 의대증원 강행을 질타하는 성명을 내고, 의협-전공의-의대교수들은 공동행동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한덕수 국무총리(왼쪽 세번째)가 의료개혁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출처: 국무조정실)
한덕수 국무총리(왼쪽 세번째)가 의료개혁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출처: 국무조정실)

지난 20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교육부·보건복지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담화’ 및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결과’ 브리핑 등을 진행했다.

한 총리는 의료개혁 대국민 담화를, 교육부와 복지부는 부처별 지역·필수의료 강화 정책을 각각 발표했지만, 가장 무게를 실은이슈는 역시 ‘의대 증원’이었다.

한덕수 총리는 “정부는 필수의료와 지방의료에 충분히 투자하고, 기존 제도의 잘못된 점을 과감히 바로잡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정부는 의대 증원을 하기로 결정했으며, 교육 여건과 지역의료 현실을 감안해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의대증원 2000명을 비수도권 82%(1639명), 경기·인천 18%(361명), 서울 0%로 배분하는 동시에 소규모 의대(50명 미만)를 100명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배정 방안을 공개했다.

증원 규모를 당초 계획대로 강행하는 한편, 지역의료 강화를 표방하며 비수도권·경인에 배분을 몰아주는 내용을 새롭게 공개한 것.

의대생들은 이에 즉각 반발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40개 의대 학생 대표들 명의의 공동성명서를 내면서 일방적인 정부 발표를 인정하지 못하며, 휴학계를 수리하지 않으면 행정소송에 나선다고 경고했다.

의대협은 “증원이 시행되면 학생들은 부족한 카데바로 해부실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실습으로 강제 진급해 의사가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교육부는 우리에게 역량이 부족한 의사가 될 것을 명령한다. 우리는 이 명령을 거부할 것이고 해외 의사면허 취득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과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의학계에서도 하나로 뜻을 모아 의대증원을 비판했다.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과목학회는 공동입장문을 내고 일방적인 의대정원 배분결과로 인해 △환자 고통 심화 △전공의 수련체계 마비 △지역의료 및 공공의료 마비 등 3중고를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의대생들과 의학계는 공통적으로 정부가 증원 2000명 근거로 삼은 3개 논문 저자(홍윤철 교수, 이철희 교수, 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원) 모두 본인들의 연구가 복지부 논리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며,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질타했다.

같은 날 저녁에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모여 온라인으로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내용은 비공개로 이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는 오늘(21일) 또는 내일(22일) 발표된다.

의대증원 이슈에서 핵심적인 3개 단체가 개별적으로 입장을 표명해 오다가 처음으로 공동행동을 한 만큼 파급력있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조윤정 고려의대 교수의회 의장(전의교협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이러한 소식을 전하는 브리핑에서 4년에 걸린 고려의대 리노베이션 사례를 들며 급격한 증원에 따른 인력부족과 교육현장 혼란, 의학교육 질 저하를 우려했다.

지난 3일 여의도에서는 의협 비대위 주관으로 전국의사 수만명이 모여 졸속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3일 여의도에서는 의협 비대위 주관으로 전국의사 수만명이 모여 졸속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의협회장 후보들이 속한 단체들에서도 의대정원 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울시의사회(회장 박명하)는 의대정원 배정이 ‘폭력적인 정책 밀어붙이기’라며 반발했고,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회장 임현택)는 ‘의사들은 파시스트적 윤석열 정부로부터 필수의료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냈다.

정부의 의대증원 2000명 강행이 의료계 공동행동과 관련한 어떤 형태의 반작용을 이끌어낼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증원과는 별개로 의대정원 배정에 있어서도 정치권과 유관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 문제 제기기가 이뤄지기도 했다.

녹색정의당은 비수도권과 지역거점 국립대에 가장 많은 배정을 뒀음에도 지역에서 강의를 듣고 수도권에서 실습하는 사립대학의 규모확대가 사실상 절반 가까이 수도권에 배정한 셈이 되는 점과, 양성된 의사의 배치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건강권실천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도 증원된 지역의대 중 교육병원이 수도권에 있는 의대를 ‘무늬만 지역의대’라고 표현하며 수도권 대형병원 증원폭이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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