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근거 없는 2000명 의대 증원 지역·필수의료 파괴
의학회 등 26개 전문과목학회 반발, 미래 전공 조사없이 정원 책정 '과오'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정원 배정이 발표된 가운데, 의학계가 정책근거 없는 일방적 배정을 규탄하고 나섰다.

대한의학회 등 26개 전문과목학회는 20일 정부의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결과 발표 직후 이 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26개 전문과목학회는 “이미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은 정책적 근거가 없는 것이 밝혀졌다. 의대 증원 근거로 제시한 3개 보고서의 저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가 자신들의 연구를 부적절하게 인용했다며 반대했고,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미래 전공 조사조차 없이 정원을 책정하는 비과학적 과오를 범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의대정원 배분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그간 거짓말에 대해 사죄하고 지금이라도 의료계와 합리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의료계 대표들을 고발하고 수일간 장시간의 조사로 괴롭히고 있으며, 집회에서의 연설을 근거로 집단행동을 교사했다며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다시 돌아올 다리를 불태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26개 학회는 정부의 독단적 결정으로 우리사회가 겪을 문제를 크게 3가지로 제시했다.

우선 정부의 독단적 결정은 수많은 환자를 고통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공의가 없는 대학병원에서 교수들이 진료에 헌신하고 있으나 점차 한계에 도달하고 있어 이제 남아 있는 힘을 중환자 진료와 응급실 진료에 사용하고 다른 진료는 최소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정부의 독단적 결정은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체계를 마비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의과대학의 임상교육은 파탄나고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의사가 배출되면서 선배에서 후배로 이어지는 전공의 수련체계는 훼손되고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나라의 의료수준은 영원히 복구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독단적 결정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뿐만 아니라 공공의료까지 마비시킨다고 지적했다. 군의관과 공보의를 도구처럼 동원하는 정부의 모습에 의과대학생들이 놀라고 분노한 상황에서 앞으로 상당수 의과대학생들이 사병으로 지원하고 군의관과 공보의 자원은 격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6개 학회는 “전공의는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이며 학문 후속세대이다. 이들이 제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의학 학회는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며 “이는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와 환자 진료에 심대한 타격을 가져올 것이며, 앞으로 우리 사회가 겪을 고통의 책임은 대화를 거부하는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들의 아픔을 끝까지 지키면서 의료계의 정당한 주장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대한민국의 의료가 바로 설 때까지 그들과 함께하며 지원할 것”이라며 “의료계는 물론 사회 각계와 협력하여 의료체계가 정상화될 때까지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정부는 그간 모든 조치를 철회하고 대화와 협상으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의료현장 파탄을 막아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한편, 대한의학회를 비롯한 26개 전문과목학회는 대한내과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정형외과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대한성형외과학회, 대한안과학회,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대한피부과학회, 대한비뇨의학회, 대한영상의학회, 대한방사선종양학회,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대한신경과학회, 대한재활의학회,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대한병리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가정의학회, 대한직업환경의학회, 대한핵의학회, 대한응급의학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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