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보건의료 지원’ 창조적 협력모델 찾아야

박상민
서울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 남북한 관계가 급변하는 국제환경 속에서 어떠한 형태로 진행할지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남북한의 관계 진전과 함께 교류협력이 확대되면서 경제적 간격 및 사회문화적 차이를 점차 줄여가고, 점진적으로 남북 동질성을 회복되는 것이다.

본 원고에서는 국제사회 보건의료 원조 동향을 고려한 남북한 보건의료 교류협력 방안과 남북한 보건의료 동질성 회복 및 인적 네트워크 구축 방안에 대해서 기술하겠다.

국제사회 보건의료 원조 동향을 고려한 남북한 보건의료 교류협력 방안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인 보건의료지원의 동향 속에서 북한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고려하여 과거 교류협력사업의 경과와 한계점을 이해해야 한다.

국내외 대북 보건의료 지원 경향을 살펴보면, 2000년대 초반과 2010년 중반의 대북 보건의료 지원 총액은 거의 차이가 없다.

2002년 북한의 질병부담에 비해 대북 보건의료 지원 총액은 국제적인 기준에 비해 매우 적었기 때문에, 지금도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남북 관계가 경색된 2008년 이후부터는 우리 정부로부터의 직접 지원 금액이 감소한 상황에서 북한은 국제질병퇴치기금(Global Fund)이나 세계백신연합(GAVI)과 같은 특정 감염성질환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다자기구의 비중을 확대하며 보완하였다.

대북 인도적 지원 한국이 1위

최근까지 어떤 공여자(Donor)가 대북 보건의료지원을 했는지 나라별로 누적하여 살펴보면 한국이 인도적 지원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다.

여기에는 한국 정부의 남북협력기금이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UNICEF) 등 국제기구를 경유(Channel)하여 지원된 경우가 모두 포함된다.

이 두 기구 모두 모성건강과 영유아보건지원을 담당하고 있어서, 대북 모자보건지원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북한의 영유아 예방접종 사업과 관련된 재정분담 구조를 2010년 기준으로 살펴보면 세계백신연합(GAVI)에 대한 재정적 의존도가 약 50% 정도로 매우 높은 상황이다. 결핵과 말라리아 사업을 지원하는 글로벌펀드(Global Fund)의 경우에도 2010년 이후 북한에 총 1150억원의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재정분담 구조가 지속가능한지에 대해서 면밀한 검토와 함께 향후 대책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남북협력기금에 의존하여 진행되던 세계보건기구의 대북 모자보건사업이 2015년 이후에는 중단되었으며, 2018년 6월 30을 기점으로 결핵과 말라리아 퇴치 글로벌펀드의 북한 지원 사업이 중단되는 상황은 북한의 보건의료 상황을 크게 악화할 수 있다.

민간 교류협력 정부 중재 필요

향후 모자보건 및 감염성 질환 관리 등 각 영역별로 어떤 국제기구나 비정부 기구 및 민간단체를 경유하여 어떤 사업을 지원하고, 어떠한 영역에서 지속적인 교류협력을 구축할지 기획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해 질 것이다. 북한과 보건의료 교류협력을 강화할 때 한국 정부가 협조할 수 있는 지원기관의 종류는 다양하며, 각 기관별로 특징적 강점을 지니고 있다.

통일보건의료학회는 지난해 10월 ‘통일준비와 보건의료 정책’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유사한 분야라 하더라도 북한 내 지역과 세부영역을 달리하여 상호보완적 협조체계를 통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협력체계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정부의 중재적 역할이 중요하다.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지표 및 자료를 수집하여 체계적인 지원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기존의 다른 국제기구나 비영리단체들이 지원하고 있는 예방접종, 결핵관리, 모성건강 및 영유아 보건의료사업을 확대하고 개선하는 노력과 함께, 북한 내 질병부담이 높지만 추가적인 맞춤 지원이 필요한 영역을 개발하여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분야 중 하나는 북한에서 유병률이 10% 이상인 B형간염에 대한 모자수직감염 예방사업이다. 모자수직감염 예방사업은 출생 후 24시간 내에 이루어져야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기존 국제기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단순 B형간염 예방접종사업이나 감염관리사업의 모델로는 한계를 가진다.

산전관리-출산-산후관리의 흐름 속에서 신생아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모자보건사업과 감염관리사업을 융합하여, 북한 상황에 맞는 비용효과적인 B형간염 모자수직감염 예방사업을 구상하고 적용하는 것은 향후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사업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미 국내 연구팀을 통해 북한 내에서 B형간염 모자수직감염 예방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비용효과적인 전략임을 국제적인 검증 과정을 거쳐 제안한 바 있다.

지원사업 융합·효과성 고려해야

북한 내 노령인구의 증가로 인해 심혈관질환, 암으로 인한 질병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 비감염성질환 예방 및 관리를 위한 보건의료 교류협력전략도 시급히 준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과거의 단편적인 지원이나 협력 모델을 넘어서서 경제협력과 국제보건의료지원을 결합하여 창조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남북이 모두 시너지를 거둘 수 있는 교류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대북 보건의료지원은 확보된 재원을 국제기구나 민간단체를 통해 지원하고, 각 단체는 이 예산으로 의약품, 특수치료영양제품이나 의료 소모품을 조달하여 운반하고, 전달하는 형태로 진행이 되었다.

앞으로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 전략을 구상할 때에는 ‘생산’을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향후 북한에 필요한 의료 소모품이나 처치물품, 의약품, 특수치료영양제품의 생산 공장을 개성공단 등 경협의 모델을 활용하여 구축하고, 이를 국제보건의료 지원과 융합하여 지속적인 경영 유지가 가능한 새로운 중장기 지원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본 원고에서도 기술하였듯이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 준비 과정에서 한국정부가 중재적 역할을 잘 감당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인 보건의료 개발협력 및 인도적 지원 동향을 면밀히 검토하여 기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국제기구와 비영리단체 및 기업이 함께 사업의 내용을 공유하고, 협의하며, 주기적으로 성과와 제한점을 평가하고, 전체적인 큰 틀 안에서 상호보완적이고 창의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하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협력사항 공유-성과 평가 중요

아울러, 남북 보건의료 용어사전 편찬, 보건의료 인력 교육과정 공동 개발, 남북 공동 연구개발사업 및 학술대회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남북 보건의료의 동질성이 높아지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인적 교류의 토대 위에 보건의료 관련 법·제도·재정 체계를 정비하며, 남북한 주민들의 보건의료 문화의 동질성 회복에 대한 준비를 진행해야 한다.

남북 교류협력 과정에서 축적된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남북 보건의료 통합이라는 큰 꿈을 품는다면, 남북 분단 후 상이한 보건의료체계를 발전해 나간 역사적 배경을 충분히 고려하고, 상호 법률적 차이와 재원 조달 방안의 차이, 의료전달체계의 차이 및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상호 관계를 함께 고려하여 중장기적인 통합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체제전환국의 보건의료안정망 확충 사례를 통해 실패 요인과 성공 요인을 분석하여 장기적인 남북 보건의료 제도 통합 방안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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