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보건의료학회, 춘계학술대회서 공개…2018년 2월부터 지침서 개발 TF 구성
국내외 북한·통일 보건의료 관련 문헌 분석…탈북민 진료경험 많은 의사 중심 조사 시행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한반도에 유례없는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학회로부터 북한이탈주민과 남북한 보건의료인 모두를 위한 진료실 10대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국내와 북한 및 통일 보건의료 관련 문헌 검색 결과자료를 기반으로 서울의대 통일의학센터 자료 총 198개(1980년~2017년 10월)가 활용되는 등 철저한 근거기반 중심으로 구성돼 주목된다.

통일보건의료학회 전우택 이사장(연세의대)

통일보건의료학회(이사장 전우택, 연세의대)는 15일 연세암병원 서암강당에서 ‘보건의료 현장에서 남북한 사람들의 상호이해와 소통’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남북하나재단·통일보건의료학회 공동 춘계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진료지침을 공개했다.

통일보건의료학회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가이드라인을 제작한 배경은 북한과 남한의 질병관, 의사와 환자의 관계, 의료체계의 특징이 달라 북한이탈주민 진료에 있어 상호 간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이혜원 통일보건의료학회 대외협력이사(서울의료원)는 “북한의 2차병원, 인민병원 급이라도 하더라도 진단에 필요한 장비가 많지 않고 심지어 결핵을 진단할 때도 현미경을 이용한다”며 “이에 촉진, 시진, 신체검사, 문진을 통해 질병을 판단하고 검사에 비해 상담이 굉장히 많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이어 “북한에서는 고려의학이라 불리는, 우리나라로 보면 한의학이 함께 사용되는데 익숙하다”며 “탈북민이 남한에서 차이를 느끼는 이유 중 하나이고 이것에 불만을 갖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즉, 남한 의료인이 탈북민을 진료할 때 질병관, 문화 차이 등으로 서로 불편을 겪은 바, 용어의 차이부터 질병, 약물에 대한 경향성 비교까지 탈북민 대상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했던 상황.

통일보건의료학회 이혜원 대외협력이사(서울의료원)

실제로 통일보건의료학회는 이를 위해 지난 2월부터 TF팀을 구성해 지침서에 담을 내용의 범위를 설정하고 의료기관 방문 전 영향요인과 진료과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 진료 이후 치료 및 관리에 영향을 주는 요인 등에 대한 문헌을 고찰했다.

이후 학회는 지침서의 내용과 구성 결정에서 공통 영역을 찾아 중요한 4개의 주제(정보, 증상, 문화, 약)를 선정하고 각 주제별로 다뤄야 할 소주제를 10개로 분류해 학회 회원 및 임원진의 의견을 반복적으로 수렴해 가이드라인을 완성했다.

이와 관련 전우택 이사장은 “가이드라인은 당장 남한에 있는 탈북민에 적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북한과 실질적으로 교류가 이뤄질 때 적절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 주민과 남한 의료진을 교육하는 현실적인 필요성과 통일을 대비하는 입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회는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에 이어 후속작업으로 진료현장에서 가이드 적용이 원활할 수 있도록 해설서, 사례집, 용어집 등을 제작할 예정이다.

김신곤 통일보건의료학회 학술이사(고려의대)는 “1세대는 자발적으로 민간이 주도했다면 이제는 관과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한반도 건강공동체라는 책자를 올해 준비하고 있으니 하반기에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래는 통일보건의료학회가 제작·발표한 가이드라인이다.

<북한이탈주민을 진료하는 보건의료인을 위한 10대 가이드라인>
△북한 이탈 주민은 증상의 정도로 질환의 경중을 판단하곤 합니다
△신체의 증상이 심리적 어려움과 관련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
△삶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증상 호소 표현을 잘 이해해 주세요
△꼼꼼한 문진과 신체검사(P/E)를 하여 주세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치료과정에 큰 영향을 줍니다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구체적 행동 지침을 내려 주세요
△약의 효능과 효과발현 시점을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약물 오남용 및 과용의 위험성을 설명해 주세요
△환자의 건강보험 자격을 확인해 주세요

<우리나라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10대 가이드라인>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읍시다
△올바른 건강습관을 유지합시다
△몸이 아픈 것은 삶의 여건이나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마음이 아프면 몸에 병이 없어도 아플 수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가 빠르고 확실한 치료를 이끌어 냅니다
△신뢰할 수 있는 의사에게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좋은 치료결과를 이끕니다
△증상이 바로 없어지지 않는다고 치료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약이 효과를 나타내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보약도 많이 먹으면 독이 됩니다
△의료 이용 정보에 대해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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