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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남한 의료기관 이용 시 의사소통에 큰 문제북한과 다른 증상표현-전문 의학용어 혼동…기본적인 보건지식도 부족
트라우마 경험률 높고 불안·우울 강해 의료진과 관계 형성 노력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북한이탈주민들은 기본적인 보건지식의 부족과 더불어 남한 의료기관 이용 시 가장 많이 호소하는 문제가 의사소통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한과 다른 북한식 증상표현과 의사들이 사용하는 전문 의학용어 및 외래어는 의료기관 이용도와는 별개의 문제로 유기적 연계 및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통일보건의료학회(이사장 전우택, 연세의대)는 지난 15일 연세암병원 서암강당에서 남북하나재단과 함께 춘계학술대회를 개최, 탈북민과 남한 의료진 들 간의 상호이해와 소통이 어려운 이유를 두고 토론회를 개최했다.

민하주 간호사(북한 이탈 주민)

이날 북한 이탈 주민인 민하주 간호사(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박사 4학기)는 ‘북한주민의 의료기관 이용 경험’을 발표했다.

민하주 간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탈북민들은 남한 적응을 위해 필요한 지원으로 취·창업지원을 1위(24.6%), 의료지원(17.9%)을 그 다음으로 꼽고 있었으며 외래·입원진료 상위 5개과는 정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산부인과, 신경과, 소화기내과 등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탈북민들의 남한 의료 기관 이용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그 과정에서 의사소통 등 다양한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민하주 간호사다.

민하주 간호사는 “무상 치료제에 익숙한 탈북민에게는 의료비 지출이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크고 치료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며 “용어 차이 등으로 의료인의 진단을 이해하기 어렵고 증상을 설명하기도 어려워 이 같은 반응은 더욱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체끼받았다’는 표현이 남한에서는 ‘음식물에 체했다’이며 ‘다리 풀쳤다’는 ‘발목을 삐었다’, ‘쏘기 시작한다’는 ‘욱신거려 통증이 심하다’등으로 증상표현 방식에 큰 차이가 있다.

민 간호사는 “이처럼 일반용어도 못 알아듣는데 의사들이 전문 의학용어로 설명하면 탈북민들이 위축돼 하고 싶은 말을 못한다”며 “결국 의사소통 문제로 원하는 치료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 확신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

그는 이어 “일반적 의사소통 및 보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을수록 남한의료서비스에 대한 신뢰도는 증가한다”며 “탈북민 맞춤형 의학교재와 흔한 임상증상 표현가이드북 개발 및 보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남한 보건의료인 입장에서 북한이탈주민 진료 시 느끼는 어려움도 대동소이했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탈북민들은 신체적 불편감을 호소하는 단어가 강하고 과해 극단적인 위험 증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며 “트라우마 경험률이 높고 그로 인한 불안, 불신, 우울 등으로 의료진과 치료적 관계 형성이 쉽지 않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주축으로 하는 초기 평가와 상담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과장은 △통일부의 탈북민 의료 상담실 운영 의료기관 위탁 △복지부의 탈북민 진료사업 과정에서의 의료기관 전문인력 배치 △편견과 부정적 시선 극복을 위한 남한사회의 인식개선 등 분리·지원 정책들이 지역화·통합 정책으로 변화돼야 하다는 점을 적극 피력했다.

김석주 성균관대의과대학 교수(삼성서울병원) 또한 북한이탈주민의 증상호소방식은 언어와 뉘앙스 때문에 좀 더 직선적이고 극단적이어서 증상과 질병 구별을 모호하게 만든다며 이를 탈북민을 진료하는 의료인의 다양한 어려움 중 하나로 꼽았다.

김석주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김석주 교수는 “북한 주민들은 중증 질환이 아니면 치료를 받지 않았던 만큼 진단 인정과 치료를 위해 증상 호소를 과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빠르고 강한 효과를 원해 약물을 오남용하는 사례도 많아 자기치료를 하거나 민간요법에 의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남한 의료진과 주민을 대상으로 한 북한 의료 문화 교육 및 북한 의료진과 주민을 대상으로 한 남한 의료 문화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남한과 북한의 의료 문화와 의사소통 차이를 이해하고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남북한 의료 기관 이용 지침을 개발하고 신체증상 호소 북한 주민 대상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윤식 기자  21hero@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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