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차 의료현안협의체서 중점논의…의대생·전공의 정부정책 신뢰성 의문도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의대정원 확대를 두고 의·정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낮은 의학교육의 현 주소와 개선 필요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공감했다.

26차 의료현안협의체를 백브리핑하는 김한숙 복지부 과장(왼쪽)과<br>서정성 의협 총무이사<br>
26차 의료현안협의체를 백브리핑하는 김한숙 복지부 과장(왼쪽)과
서정성 의협 총무이사

다만 교육 당사자인 의대생·전공의들은 그간 이뤄진 정부의 개선 노력에 대해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보다 적극적 변화를 요구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4일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의료현안협의체 제26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교육현장의 생생한 의견과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우성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장과 조진행 교육부 인재양성정책과 사무관도 자리를 함께 했다.

복지부 김한숙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질 높은 의학교육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미래 의사인력의 역량 강화에 있어 중요한 요건”이라며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물적‧환경적 개선뿐 아니라 교육과정 개편과 교수 확보 등 질적 개선도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부 역시 참여해 충분히 의견을 듣고 갔는데, 그동안 교육부 방침은 대학교육의 질은 자율적 부분으로 보고 있었으나 의학교육 현실을 들었을 때 복지부와 협력해 방안을 마련한다고 했다”며 “재원에 있어서도 복지부가 병원 재정지원으로 수련환경이나 의대생 개선을 찾아보고, 교육부도 학교 재정을 통해 지원을 논의해보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과장은 “양쪽에서 공감했다고 표현한 것은, 의학교육의 질이 높았다는 것이 인정된 적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그동안) 폐쇄적 구조에서 이뤄진 의학교육에 대해 정책을 지원한다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지원할지 목소리를 현장에서 들었다”고 말했다.

의대‧의전원학생협회는 충분한 인프라‧기자재 및 교수인력 확보, 다양한 경험 제공과 임상실습교육 강화, 의학교육평가인증 제도 내실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대전협은 수련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을 위해 근무시간 단축 등 근무여건 개선, 실습병원의 다양화 및 질 제고, 충실한 지도전문의 제도 운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복지부는 의대증원에 따른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 의대교육 연차별로 필요한 인프라와 교육프로그램 등을 분석하며 의학교육평가인증기준 개선, 교수인력 확대, 임상 중심의 교육과정 마련, 필수‧지역의료 현장경험과 핵심역량 습득 지원 등 다각적인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6차 의료현안협의체 전경&nbsp;
26차 의료현안협의체 전경

이날 아젠다의 주인공인 의대생과 전공의 측은 복지부의 방안에 대해 보다 신뢰성 있고 체감되는 정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서정성 총무이사는 “의대생 비대위 위원장(우성진)이 와서 이야기한 핵심은 의대교육 질을 논의하는데 의대·의전원 협의회에서도 그동안 많은 건의와 질 향상 방안을 제시했음에도 아예 반영되지 않다가 의대정원 확대에 와서 질 높인다는 것들이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며 “지금까지도 잘 안 된데다가 의학교육평가인증제 개선도 형식적이고 내실을 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고 전달했다.

또한 “전공의협(대한전공의협의회)도 의학교육의 연장선상에서 수련과정도 부실하고 내실이 없어 심도 있게 구체적으로 안을 갖고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며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서도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환경 질 저하가 우려되는 상태”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는 의학교육의 질과 관련해 현장의 목소리로 교육 프로그램 표준화 필요성과 임상실습 부족 문제, 지도전문의 도입도 논의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 이사는 “실습이 엄격해 학생들이 할 술기가 거의 없어졌는데, 이를 내실화해야한다”며 “40개 의과가 똑같은 기준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도 “실제적인 이야기인데, 제대로된 임상실습이 안 된다고 했다. (전공의도) 배우는 입장이라 환자에게 침습적 행위를 할 수 없게 돼 있는데 외국은 어떻게 허용하는지를 논의했다”며 “교수들이 진료하며 교육을 함께 담당해 학생을 담당할 시간이 현저히 부족해 지도전문의를 통해 교육에 투자할 여건을 제공하고 수련의를 위해 신경써달라는 의견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김한숙 과장은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의 의견을 반영한 실질적인 의학교육의 질 향상 정책을 속도감 있게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 ‘의료현안협의체 27차 회의’는 오는 31일 16시에 개최된다.

한편, 이날 회의에 복지부는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 김한숙 과장, 임강섭 간호정책과장, 강준 지역의료정책과장, 유정민 의료현안추진단 과장이 참석했고, 의협은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협상단장), 이승주 충청남도의사회 대의원회 의장,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 서정성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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