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 앞둬 검토 가능 시간 짧아…‘예접위 결정 이후 국민 설득이 더 큰 문제’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한국아스트라제네카코비드-19 백신주’의 65세 접종 여부 결정을 넘겨받은 질병관리청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질병청은 오는 16일 임기 만료를 앞둔 예방접종전문위원회(예접위)와 차기 위원회 중 어떤 위원회가 노인 접종 여부를 결정할지부터 노인 접종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 예접위 결정 이후의 대국민 설득 과정까지 하나하나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임기 만료 ‘8일’·워킹데이 ‘5일’ 남은 예접위 : 지난 5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의 65세 접종 여부에 대해 ‘예접위에서 논의되도록 권고한다’고 밝히며 사실상 접종 여부를 질병청이 결정토록 했다.

이를 넘겨받은 질병청은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당장 5기 예접위 위원들의 임기는 오는 16일까지로, 날짜로만 따지면 고작 8일 남았다. 그마저도 설연휴가 포함돼있어 실제 워킹데이는 5일 남은 상태다.

게다가 아직 식약처 최종점검위원회의 발표도 남아있어, 검토 요소가 완전히 정해진 상태도 아니다. 실제 예접위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두고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은 식약처 최종점검위원회 결정 이후인 15일과 16일밖에 없다.

식약처의 결정 이후 설연휴에 자문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15일 혹은 16일 예접위의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법이 ‘기존 예접위 체계’내에서는 유일한 방법이다. 자문위원회는 예접위와는 별도로 백신 전문가만으로 꾸린 별도팀으로 여기에서 논의된 방안을 질병청이 정리해 예접위에 보고하고, 접종 정책을 최종 결정하는 프로세스로 이뤄진다.

차기 예접위 위원들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65세 이상 접종 여부를 맡길 수도 있다. 6기 위원회 일정은 17일부터 시작되며, 이미 지난해 말 해당 위원들에 대한 위촉이 이뤄진 상태다. 당연 임명직을 제외하고도 몇몇 위원은 연임이 확정돼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차기 예접위 위원들이 65세 이상 접종 여부를 결정하게 되면 백신 자문위원회 회의에서 검토할 수 있는 여유가 좀 더 생긴다. 다만, 빠르면 이달 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국내로 들어오기 때문에 예접위 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 준비 때문에라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질병청은 현 위원회든 차기 위원회든 역량 측면 등 모든 면에서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차기 위원회가 이미 지난해 말 결정된 만큼 ‘목적을 위한 위원 위촉’이라는 꼬리표는 붙을 염려가 없다. 질병청 관계자는 “어느 쪽도 국민 안전과 코로나19의 신속한 대응을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노인 접종 가능성은? : 일단 질병청은 예접위의 결정이 ‘항구적인’ 결정이 아니라는 태도다. 설혹 예접위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노인 접종을 불허한다고 하더라도 위원회의 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시시각각 달라져 어느 순간 결정이 번복될 수 있다. 전세계적인 수급 불안정과 계속되는 임상 결과 업데이트 등이 예접위 결정에 영향을 주는 이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노인 접종에 대한 확신을 얻는 시점을 ‘미국 임상 3상 결과’로 바라보고 있다. 기존의 임상에 비해 65세 이상 대상자가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유효성 부분에서 어느 정도 근거를 도출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오는 3월 말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돼 최우선 접종 대상자에게 접종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3상 결과 발표 이후 65세 이상 접종을 추가해 진행할 수도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어차피 실무파트에서는 힘든 작업이긴 하지만, 접종 스케쥴 조정은 가능하며 하루하루 달라지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이는 당연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유효성이 아닌, 안전성에 초점을 맞춰 ‘65세 이상에게 접종해도 무리 없다’는 의견도 제시될 수 있다. 이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에 대해 식약처 중앙약심이 ‘허용할 만한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어 접종 자체에 대한 리스크가 없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65세 이상 접종이 예정대로 진행되며, 추가되는 임상 결과 등에 따라 접종 전략도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다.

다만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접종일정 연기는 없다는 것이 질병청의 주장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백신을 가지고 있으면서 접종이 지연되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며 “최선을 다해 신속히, 안전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접위 결정, 대국민 설득이 관건 : 예접위, 결국 질병청이 어떤 선택을 하든 질병청에게 주어지는 과제는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하느냐’다.

한 백신 전문가는 ‘정답이 없는 선택’이라며 무슨 선택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닌, 선택 이후 정치적 공세를 버틸 힘이 있는가에 주목했다. 그는 “어차피 예접위 결정에 대한 반대 기류가 정치적으로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오는 4월 예정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직전까지 극에 달할 텐데 이를 질병청과 정부가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질병청과 전문가들은 ‘최대한 과학적이고 근거 중심으로 판단해 결론을 내리고, 투명하게 그 결과를 공개’하는 방법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질병청 관계자는 “예접위 결정 방식이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결정한 내용을 최대한 공개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면서 “최대한 객관적이고 국민 안전과 코로나19 극복의 목적을 관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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