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순 마리<br>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국제보건학과 연구교수<br>아프리카 아시아 희망연대 대표<br>
최영순 마리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국제보건학과 연구교수
아프리카 아시아 희망연대 대표

[의학신문·일간보사] 여보! 청주에 눈비 오고 추운 궂은 날씨라고 들었어요. 혼자 이리 따뜻한 곳에 있어 미안합니다. 아프리카 대륙에 6주 즘 머물다 보니 사랑과 존경심이 더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오늘은 이렇게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타인에 너그러운 반면 당신 칭찬에 박한데 오늘 고단할 당신을 위로하고자 쓰고 있어요.

가나에서 속탈이 나서 고생하는 이를 주말에 초대해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자던 아프리카 친구 교수가 네 남편은 이렇게 방학 때마다 아프리카로 나오는 것에 반대하거나 싫어하지 않네.”하기에 왜 그렇게 생각하지했더니, “너는 정치인 부인이니까...” . 그 말에 함축된 많은 의미와 의문을 알지요. 한국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 교수들조차 저 사람. 독신녀요? 혹 이혼녀 아니야.”라는 시선으로 보거나 실제 무례하게 질문하기도 하니까요. 나는 평생 그 시선에 시달렸네요. 당신은 어땠나요? 우리나라에서조차 동일한 상황에 여성과 남성을 보는 시선 시각이 다른 듯해 아쉽지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한가 봅니다.

결국 늘 그러하듯이 장황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네요. “나와 남편은 1982년 가톨릭대학생연합회에서 만났고 혁명가 예수를 사랑하고 민주화를 열망했고 그것을 이루는 고단한 과정에 함께했다. 너희 문화와 상식과 멀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지극히 상식적이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이다. 남편이 부족할 땐 내가 채워주고, 아프리카 지원 또는 방문 시 비용이 부족하면 남편이 보조한다.”, 친구가 너는 지금도 혁명을 하고 있다.“하기에 한참 웃었답니다. “내 남편은 혼자서 잘 하고 있고, 나 또한 일을 혼자서 잘 하고 있다. 나는 남편이 좋은 정치인이길 원하고 남편은 전문가 처가 더 성장하길 바란다.”고 했더니 박수를 칩디다. 친구가 준비한 닭 요리 재료를 한번에 몽탕 넣고 물이 반이 될 때까지 끓이면 된다고 했지요. 그렇게 끓여 내온 닭곰탕 국물을 맛있게 먹고 왔는데, 호텔까지 보냈네요. 친구가 한국 음식은 모두 이렇게 쉽게 하냐고 너무 우습다 기에 나는 통상 그리하고, 내 남편은 음식을 정교하고 세련되게 만든다. “했더니 막 웃어요. 다음에 네 남편도 데려 오라기에 가능하면...“이라고 했지요.

이게 그렇게 웃을 일인지는 참으로 모르겠으나, 여하튼 뭐 매우 유쾌한 주말 오후를 보내고 돌아와 이렇게 씁니다.

아프리카 가나에 우리나라에서 지원하는 교육병원을 짓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맡아 출발할 때까지 선거에서 이리 복잡하고 당혹스러운 상황이 있을 줄 몰랐습니다. 워낙 차분하고 온화한 이라, 혼자서 차분차분 일 처리를 잘 하는 이라 지난번 선거와 같이 겨울방학 중에 무리 없이 일을 끝내고 돌아가 아주 조금 선거지원을 하면 될 줄 알았지요. 출판기념회도 선거사무소 개소식도 하지 않을 것이니 프로젝트에 기여하고 받는 비용으로 선거 사무소 임대 비용 빌려주고 나중에 선거비용으로 보전 받을 수 있겠다 생각하고 당당하게 씩씩하게 출발했지요.

우리 인간에게 삶이 늘 편안하게 안정되거나 안전하지는 않겠지만, 유독 우리에겐 굴곡이 심했습니다. 어쩌면 이순이 넘은 이 순간까지 단 한 번도 오롯이 편안한 적이 없었으나, 우리 삶은 진실했고 진정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삶의 의미는 양심에 따라 사는 사람이 발견할 수 있는 개인의 고유하고 아름답고 소중한 선()이지요. 당신과 나는 양심에 따라 선한 일을 하며 살기를 선택했고, 각자 삶의 의미가 되었습니다. 당신에게는 오롯이 국민만을 위한 정치가 그것이고, 내게는 어려운 이들과 나누는 것이 그것이지요. 혹자는 과도한 겸손 또는 가식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가는 길에 명예욕도 사욕도 없음을 단 한 번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해서 요령부득 고지식한 이가 오랜 세월 당신과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외국 유수 대학 석 박사 과정 입학 허가를 받고도 당신의 의미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에 남았습니다. 물론 지방거점대학 박사라는 그 불명예 아닌 불명예를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아픔은 있었으나, 그리 후회하지 않습니다. 가족 모두 함께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당신 의미에 의지를 존중했으니까요.

칸트 윤리학 신봉자인 이에게 좋은 삶의 의미를 향한 의지는 정언 명령이었습니다. 당신도 그리하길 바랐지요. 해서 정치권에서 오랜 시간 머물렀던 당신이더라도 주변에 폐를 줄까 염려돼 단 한 번의 출판기념회도 정책보고회도 선거사무소 개소식도 말자고 했지요, 이 의견에 동의해주어 고맙습니다. 그간 말 못했지만 이리 지면을 빌어 감사인사 전합니다. 권력욕과 사리사욕에 취한 정치인이라고 모든 정치인을 싸잡아 험담한다 하더라도 당신만은 다르다는 것을 압니다. 당신의 도덕성과 윤리적 태도는 확실히 보증할 수 있으니 모두 오라고 하시지요. 2017년 민주정권에서도 밀려나는 억울한 처를 위해 하나 도움조차 주지 않는 당신이었지요. 모욕감마저 준 역차별을 견디며 때론 서운했으나 당신이 옳았습니다. 인간은 선택할 자유의지가 있고 평등하고 정당하게 대우받을 권리가 있기에. 내가 결정하고 선택한 것을 이루어가면 되기에 그렇습니다. 당신은 정치를 참 맛있게 멋있게 할 수 있는 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가 많길 바랍니다. 사심이 없으니 가능한 일이지요. 당신보다 더 고지식한 처가 있으니 사심을 감히 엄두 낼 까만, 그것이 또 누가 말린다고 되는 것이 아닌 것이지요. 우리는 그렇게 살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우리가 만나면서 지금 이 순간까지 참 가난하고 고단한 세월을 견디고 살아왔어요. 고단했으나 의미 있는 삶이었지요. 잘 살았습니다. 지금 바로 뜨겁게 용솟음치며 순환하는 심장이 멈춘다 해도 하나 부끄러울 것도 아쉬울 것도 없을 만큼 신명 나게 살았어요. 지금 이 세상을 떠난다 해도 무에 더 아쉬울 게 있겠습니까

82학번 우리가 만나 배우고 공부하고 결혼하고 아들을 낳아 잘키웠지요. 살아보니 가장 잘한 일이 아들을 낳아 기른 것과 이웃과 나눈 것입니다. 받은 이들이 감사를 하거나, 또는 이유 없이 배신을 하거나 험담을 하더라도 그것은 그들 몫이지요. 우리는 양심에 따라 선하게 사는 방법을 선택했고, 그저 우리보다 어려운 이를 도울 수 있었으니 감사하지요.

19823월 당신을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합니다. 보는 순간 중등 시기 빠졌던 만화 캔디 캔디가 생각났답니다. 고급스럽게 잘생긴 긴 머리가 우아하고 자연스럽게 날리는 테리우스를 보는 듯했어요. 이어 한 순간 당신 등 뒤에서 확 일어나던 아우라, 신비한 후광에 놀라 발길을 멈추었지요. 이후 그것이 무엇일까 계속 생각했는데, 가톨릭대학생연합회 신입생 환영회에서 다시 만났지요. 많은 선배들에 둘러싸여 당신을 미처 보지 못했는데 먼저 인사하였지요. 분위기가 무척 좋았고 달았고 신선했어요. 당시에는 그 신비한 후광의 의미를 몰랐고 그저 그 광경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아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했답니다.

간호대학 졸업 후 정신병동 간호사로 일하며 정신분석 공부하며 학위과정을 하게 되었지요. 그 때 내 성향을 자세히 알게 되었답니다. MBTI에서 ISTJ 성향, 성향을 더 잘 설명해주는 명리학에서 일주는 신사(辛巳) 랍니다. 그렇게 알게 되었지요. 수도자 성직자들이 갖는 직관력, 즉 직감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오랜 기간 분석을 통해 당신을 내게 보낸 우리가 믿는 신의 큰 뜻이 있다고 해석하게 되었고, 그렇게 당신은 내게 깊숙이 내재한 의미가 되었습니다.

80년 대민주화운동, 결혼, 임신, 출산, 육아와 학위로 힘들었습니다. 우리게 기회가 없을 듯 암담한 날 들이 지속되고 있었고, 석사학위 시작 전 당신과 심각한 숙고와 토론을 했지요. 공부를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기회가 올지에 대한 확신이 없던 상황이었기에 그리했지요. 당신은 우리에게 기회가 올 것이고 공부하는 것을 돕겠다고 했습니다.

! 고백하건데 당신은 책을 많이 읽는 나보다 더 이치에 밝으니 놀라웠고 지금도 그렇답니다. 그렇게 당신은 내 평생에 걸쳐 걸어 다니는 사전 역할을 톡톡히 했지요.

청주 서원지역 시도의원과 당원들은 당신이 온화하고 권위가 없는 사람이라고 좋아한답니다. 친구들은 재미있어 좋아한다고 하지요. 혹자는 국회의원인데 나대지 않아서 좋다고도 합니다. 권위와는 거리가 먼 사람임은 분명하나 리더십 부재가 아님을 압니다. 당신의 리더십은 온화한 서번트 리더십이니까요. 당신과 40년 넘는 긴 세월 함께한 나는 외부에서 보는 당신 모습에 더해 당신 내면에 강건함과 결단력이 뛰어난 열정이 있음을 잘 압니다. 선하나 속이 꽉 찼지요. 타인에게 약속한 것, 마음먹은 것과 계획한 것은 꼭 이루는 투철한 책임감과 의지도 존경합니다. 아쉽게도 술을 못하니 실수가 없어서 일 것이라는 이도 있으나, 매사 심사숙고하고 또 무모하기 않기에 그런 것이지요. 자기(SELF)가 분명하고 사리분별이 가능하니 실수가 없지요.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과 칸트 윤리학을 읽고 공부한 이 보다 윤리적 태도, 즉 사람에 예의가 지극하지요.

우리가 40년 이상 함께하면서 경험했듯이 때론 자신에게 잘못이 없고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난관, 즉 장애가 있었지요. 아니 참으로 많았지요. 그럼에도 견디고 살아오면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고 모두 새로운 경험과 창조 가치였습니다.

해서 이번에도 잘 견디고 강하게 우뚝 서는 모습을 보여 주리라 믿습니다. 이 아픔과 시련이 지나 더 성숙하고 성장할 당신 모습을 그리며 기도합니다. 모두 다 잘 지나가게 해주십사 말입니다.

워낙 혼자서도 단단한 사람이라 당신 위한 기도는 특별히 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특별히 기도합니다. 하느님께서 내 기도 특별히 여기시고 잘 들어주시는 것 알지요?

남편! 장합니다. 힘내십시다. 파이팅 입니다.

<서아프리카 가나에서 처마리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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