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지훈의 ‘음악의 품격’ -6

김지훈의 음악의 품격

[의학신문·일간보사]

" 나에게 있어서 탱고란..발을 위한 것이 아닌 귀를 위한 것이다"

피아졸라의 탱고에 대한 본인의 음악철학이다.

클래식에도 큰 관심이 있었던 피아졸라는 아내와 함께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

프랑스에서 유명한 음악교육자인 불랑제교수와 만나게 되고 피아졸라는 불랑제에게 본인이 그동안 틈틈이 작곡한 클래식 작품들의 악보를 보여주고, 직접 연주도 하였다. 불랑제는 이 곡들을 보고 들은 후에 '곡들이 완성도는 좋으나 당신의 음악에는 뭔가 감정이 없는 거 같습니다..' 라고 얘기를 해 주었다.

훌륭한 음악성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뭔가 음악이 2프로씩 부족하고 아쉬운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불랑제 교수는 피아졸라에게 클래식 말고 다른 장르의 음악도 한 적 있는지 궁금했다. 피아졸라는 탱고를 했었던 것을 말하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얘기를 하게 되었다. 원래는 탱고작곡, 탱고 연주자라고 사실대로 말을 했다. 불랑제는 이런 피아졸라가 너무나도 흥미로웠고 그의 탱고 자작곡 연주까지 부탁했다. 연주를 마친 그에게 불랑제는 진심으로 박수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음악이야말로 진심이 담긴, 감동을 줄 수 있는 당신의 음악이라고 찬사를 하였다. 이 때까지만 해도 정통 클래식이 본인의 길이라고 생각하였고 탱고는 어쩔 수 없는 생계 수단으로만 생각했었던 피아졸라로는 불랑제의 칭찬의 힘을 얻어 탱고 음악가로 완전히 탈바꿈 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자신감을 얻어서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더 확고히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피아졸라는 불랑제에게 더욱 열심히 대위법, 푸가 등 작곡법을 배우며 음악적 기초를 정말 열심히 배웠다. 이후 피아졸라의 음악적 깊이는 더욱 단단해지고 음악적 완성도와 수준도 올라가고, 여러 클래식 작품에서 매우 자주 응용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다른 장르의 음악도 더 알고 싶었던 피아졸라는 파리에서 재즈 클럽을 다니며 다른 연주자들의 재즈 연주를 들으면서 많은 영향도 받았고, 음악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본인의 음악을 그리기 시작했다. 또한 이때까지만 해도 반도네온 연주자들은 앉아서 연주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피아졸라는 의자에 앉는 대신 의자에 한 발을 올려놓고 서서 연주하는 방식을 시도 하였다. 무엇보다도 피아졸라는 본인의 음악을 들으러 온 관객들과 눈을 맞추고 소통하는 게 더 중요하다 생각해서 이렇게 자세도 고치게 되었다. 이러한 사소한 변화도 후배들과 탱고계에, 반도네온연주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피아졸라는 여러 나라를 돌며 정말 열심히 활동하였다. 작곡과 연주를 병행하는 바쁜 시간들은 그의 체력을 힘들게 하였다. 그 와중에 1959년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지의 부고 소식까지 접하게 되면서 정신과 육체 모두 최악의 시기를 지내게 된다. 이런 힘든 상황속에서 그는 명곡을 하나 쓰게 되었는데..

대한민국의 피겨선수인 김연아 선수가 대회 때 썼던 프리 곡으로도 유명한 -아디오스 노니노- 우리말로 번역하면 '안녕, 노니노'이다.

노니노는 아버지의 애칭이다.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쓴 곡이다. 이 곡을 작곡한 후 피아졸라는 '나는 천사에 둘러싸여 있었고 내가 작곡한 곡들 중에 가장 최근의 곡이다. 나는 다시 이런 곡을 쓸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만큼 이곡에 공을 들였고, 애정을 가지고 있었고, 최고의 곡으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 사랑을 받는 곡으로 자리 잡았다.

피아졸라는 고향 아르헨티나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미국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프랑스 등을 돌아다니며 많은 연주 연주를 하였고 그 곳에서는 큰 사랑을 받았으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평생 음악을 사랑했고 새로운 시도를 항상 본인의 업이라 생각하는 책임감 가득한 작곡가이자 반도네온 연주자이다. 우리는 그의 음악을 통해 탱고를 더욱 사랑하게 가까이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달의 추천 음악-
Piazzolla Adios nonino

피아졸라의 대표 명작이다. 노니노는 아버지의 애칭이다.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아픈 마음을 안고 쓴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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