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체감 환자 및 업체는 87.8점으로 높으나 내부평가는 60.7점 불과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청렴도가 내부-외부에서 큰 온도차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청렴 체감도가 환자 등 외부에서는 90점에 가까운 반면 공직자 내부에서는 60점 수준이었으며, 부패경험률도 외부-내부가 각각 0.44%-2.09%로 차이가 컸다.

국민권익위원회 정승윤 부패방지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사진>은 1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도 공공의료기관·국공립대학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 공개된 종합청렴도 평가는 △공공의료기관‧국공립대학과 업무 경험이 있는 환자·계약업체 등 약 4300명과 공공의료기관‧국공립대학 내부 구성원 약 6400명 등 1만여 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청렴체감도) △기관이 1년간 추진한 부패방지 노력(청렴노력도) △기관의 부패사건 발생 현황을 합산해 청렴수준을 종합적으로 진단했다.

2023년도 공공의료기관의 종합청렴도 점수는 74.8점, 국공립대학은 77.6점이다. 이는 지난달 28일 국민권익위가 발표한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의 종합청렴도(80.5점)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공공의료기관 업무를 경험한 환자, 계약업체 및 내부 공직자 등 4600명이 평가한 청렴체감도는 79.3점으로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의 청렴체감도 80.0점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공공의료기관 진료 과정을 경험한 환자 또는 의약품‧의료기기 납품계약을 체결한 업체 등 2700여 명이 직접 평가한 외부체감도는 87.8점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었다.

반면, 공공의료기관 공직자 1800여 명이 평가한 내부체감도는 60.7점에 그쳐 기관 외부와 내부의 체감수준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이 같은 간극은 부패경험률에서도 나타났다. 환자‧계약업체 등 외부에서 경험한 부패경험률은 0.44%였던 반면, 내부 구성원의 부패경험률은 2.09%로 크게 나타났다.

경험 유형별로는 숙박‧교통 등 편의 제공에 대한 경험률이 외부(0.29%)와 내부(1.07%) 모두 가장 높았다.

한편, 청렴노력도 점수는 69.1점으로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 평균(82.2점)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 기관의 적극적인 부패방지 노력이 필요했다.

특히 고위공직자 반부패‧청렴교육 이수율이 78.9%에 그치면서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와의 점수 차이가 가장 큰 지표로 나타났다. ‘반부패‧청렴교육 실효성 제고’지표 점수는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가 91.1점, 공공의료기관이 71.4점으로 19.7점 차이가 났다.

이번 평가 결과에서 주목할 부분은 공공의료기관 내부에서 갑질행위가 여전히 심각한데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기관 차원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내부체감도 세부 항목 중 공공의료기관 구성원들은 ‘부당한 요구‧지시‧거부 등의 갑질행위(57.0점)’ 항목에 대해 특히 낮게 평가했고, 내부 구성원들이 실제 경험한 갑질 경험률도 42.3%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갑질행위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간부 등 상급자들의 개선 의지 부족(응답률 29.1%)’을 지적하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중간관리자급 이상에 대해 갑질 예방교육을 실시한 기관이 22개 중 13개(59.1%)에 그치는 등 갑질 개선을 위한 자체적인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이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내부 구성원이 직접 평가한 시책효과성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국민권익위는 밝혔다.

공공의료기관이 추진한 반부패 시책의 효과성 점수는 59.6점으로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66.1점)에 비해 매우 낮게 나타났다. 특히 ‘갑질 개선 노력’ 항목에 대한 점수는 57.0점에 불과해 내부 구성원들은 갑질 개선을 위한 기관의 노력을 거의 체감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 정승윤 부위원장은 “국민의 건강을 지켜야 할 공공의료기관의 부패‧갑질 행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연구비 부정 사용 행태 또한 건전한 학문 연구와 대학 운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의료기관 및 국공립대학의 청렴수준을 높이고, 국민 생활 접점 분야에서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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