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 필수의료를 정상화 하려면 정치권 정쟁의 결과인 의료수가 개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걷어내야 한다. 의료계와 국민들 사이의 불신의 간극을 신뢰와 희망으로 채워나가는 일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필수의료도 살아난다.

[의학신문·일간보사=의학신문 ]심상돈 동아병원장<br>&lt;광주광역시 남구의사회장&gt;
심상돈 동아병원장
<광주광역시 남구의사회장>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분야는 치료가 지연되면 건강과 생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응급, 중증, 외상, 심뇌혈관, 분만, 감염병은 균형적인 공급이 어려워 국가가 직접 개입해야 할 필요성이 큰 의료 영역이다.

지금 필수의료는 근근히 버텨나가고 있지만 그 미래는 밝지 않다. 이유는 필수의료 현장에서 활동하는 의사가 부족하고 앞으로도 더 부족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의사 부족에 대한 근거는 OECD 보건통계 자료이다.

2020년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평균 의사 수는 2.51명, OECD 평균은 3.6명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당히 적다. 병원(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포함)의 의사 수는 1.24명, OECD 평균 2.17명에 비해 적지만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보다 그 편차는 줄어든다.

2021년 OECD 가입 국가는 38개국으로 대부분의 선진국이 가입되어 있지만 동유럽과 남미 일부 국가들도 가입돼 있어 모두가 선진국은 아니다. 최근에는 선진국인 G7 국가들의 보건의료 통계와 비교하자는 의견도 있다. G7 국가의 인구 1000명당 평균 의사 수는 3.23명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100만명당 치료 가능한 사망은 43명이다. 이는 질병이 발생하였을 때 그 나라의 보건의료시스템이 살릴 수 있는 사망자 수를 나타낸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높은 수준의 필수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스위스 39명에 이어 43명으로 2위이다. 인구 1000명당 의사수가 57명으로 가장 많은 오스트리아보다 14명이 낮았다. 통계상으로 의사 수는 분명히 부족한데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구 100만명당 병원 수 79.2개, 인구 1000명당 병상 수 12.6개로 각각의 OECD 평균인 29.9개와 4.4개보다 2.6배 정도 많다. 2위 그룹의 국가(네델란드, 독일, 핀란드 36.1개)들보다도 2배 정도 많다.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의료 접근성과 최상의 의료공급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병원에 고용된 의사는 평균 16.1명으로 최하위이다. OECD 평균은 90.9명으로 우리나라는 다른 하위 국가(네델란드, 폴란드, 핀란드 39.2명)의 절반수준에도 못 미친다. 그만큼 병원 의사들의 일이 많고 힘들다는 의미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필수의료를 지키며 버텨온 것은 병원의 고강도 의료시스템이다. 의사들의 사회에 대한 책임과 강요된 희생으로 필수의료가 유지되어 왔다. 의사를 늘리려고 한다면 필수의료를 지켜온 병원의 의사를 늘려야 한다.

병원의 의사가 부족한 이유 무엇일까? 강도 높은 업무와 법적, 물리적 보호시스템의 부재 등도 있지만 병원 외 의료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도 그 중 하나이다.

국가와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의료 의사를 늘리기 위해서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가 가장 쉬운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과연 의과대학 정원 확대가 필수의료 확대로 이어질지는 졸업생들의 전공 선택의 추이를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2022년 전국의 전공의 정원은 3031명이다. 필수의료 분야 정원은 약 1150명이지만 75%인 863명, 전체 전공의의 28% 정도만 지원하였다. 사회적인 의료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전공 선택의 추이 또한 바뀌지 않을 것이며, 필수의료 분야로의 지원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의과대학 정원이 4000명이 되어도, 필수의료 분야는 현재 지원율 28%로 추산하면 현재 정원 수준인 1140명 정도가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해도 필수의료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 일부 수가지원도 필요하지만 많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자발적’으로 선택하여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장기적이고 계획된 정책이 더 필요하다. 그 바탕은 정직한 의료수가의 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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