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지훈의 ‘음악의 품격’ -5

김지훈의 음악의 품격

[의학신문·일간보사]

클래식음악에는 여러 가지 장르의 춤곡들이 있다.

3박자 계열의 왈츠와 마주르카, 열정적인 리듬의 탱고, 폴란드의 대표춤곡인 폴로네이즈 등 춤곡의 리듬을 사용한 음악들이 많다. 물론 이 곡들의 연주에 맞춰서 춤을 출 수는 없지만 음악만으로도 큰 흥을 돋아준다. 많은 춤곡들 중 특히 탱고는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해주고, 듣기만 해도 흥분이 되고 음악을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저 음악에 몸을 맡기고 싶은 생각도 종종 든다.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반도네온 연주자이자 천재적인 탱고 작곡가로 유명한 아스토르 피아졸라는 자신만의 새로운 탱고 스타일을 만들어 정말 어디에서도 볼 수 없고 듣지 못했던 독창적인 아르헨티나 탱고의 새 시대를 열었다.

그는 1992년도에 -다섯 개의 탱고 센세이션-이라는 작품을 발표하였고 전 세계적인 놀라움과 신선함을 불러일으키며 '탱고의 황제'로 불리게 되었다.

그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발사 일을 하셨던 아버지, 재봉 일을 하셨던 어머니 사이에서 1921년에 태어났다. 4살이 되던 1925년 온 가족이 미국 뉴욕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는데 어린 피아졸라에게는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다. 10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가 선물로 사주신 악기인 반도네온을 가지고 놀고, 소리를 내보고, 연주하면서 음악과 첫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음악자체에 매력을 느낀 피아졸라는 피아노도 배우며 열심히 연습하였고, 반도네온 연습도 하루도 빠짐없이 하였다. 이때만 해도 탱고보다는 바흐와 슈만을 특히 좋아해서 고전 클래식음악을 즐겨 들었고,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미국에서 유행이었던 재즈음악에도 큰 매력을 느껴 더 깊이 공부했다. 피아졸라는 클래식과 재즈의 곡들을 반도네온으로 연주를 많이 해보고, 음악에 깊이 빠져들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피아졸라는 13살 때 당대 최고의 탱고 작곡가이고 거장이었던 가르델(Carlos Gardel)의 눈에 띄어 그의 앞에서 연주도 하며 피드백도 들었고 그가 만든 영화에 운 좋게 신문팔이 역으로 출연해 직접 연주를 하기도 하였다. 가르델은 피아졸라가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연주 여행에 자신의 팀으로 함께할 것을 권했지만 피아졸라의 아버지는 정중히 거절하였다. 피아졸라가 아직 어리고 연주여행을 보내기에 걱정이 앞섰다. 피아졸라도 너무 아쉽고 속상했지만 부모님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그 후 가르델과 그의 연주팀은 연주여행을 위해 비행기에 올랐는데 그 비행기가 거짓말처럼 사고가 나게 되고 가르델과 그의 악기팀은 세상을 떠났다. 후에 피아졸라는 이 일을 돌이켜 보며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만약 그때 간다고 떼를 쓰고 우겼거나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허락해 주셨으면, 지금 반도네온 대신 구름 위에서 하프를 뜯고 있었을 거다…'라는 말을 했다.

피아졸라는 미국에서 다시 아르헨티나로 돌아왔고 반도네온, 클래식 피아노, 작곡 등 연습과 공부를 계속하고 음악 속에서 살고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작곡법을 잘 알지 못해서 그저 본인의 재능과 느낌으로 곡을 쓰고 있었다. 한계를 느낀 피아졸라는 정식 음악 이론을 배우고 그 뿐 아니라 책도 자주 접하고 문학과 미술 등 다양한 예술적 교양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반도네온 탱고 연주자로 활발하게 활동을 했는데 그의 음악은 뭔가 새로웠고, 색다른 느낌, 다양한 색채를 만날 수 있었다. 덕분에 아르헨티나의 터줏대감인 기성 탱고 음악계 선배들과 갈등이 시작되었다. 그들이 말하길 피아졸라의 탱고는 거짓이고, 변질되었고, 말도 안 되는 음악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여러 무대에서 올려지는 탱고음악의 80-90프로는 피아졸라의 음악이 연주되어 지고 있다.


-이달의 추천 음악-
Piazzolla Four seasons of Buenos Aires(Winter)

피아졸라가 작곡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중 겨울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겨울이라는 계절과 달리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겨울은 어떨지 음악을 통해 느껴보면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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