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산업 ‘공급망 관리’ 중요 과제

김명중 <br>한국제약바이오협회 경영기획팀장
김명중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경영기획팀장

[의학신문·일간보사] 2023년은 ESG(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가 제약바이오업계에 한걸음 더 와닿는 해였다.

ESG가 어렵고 모르지만 해야하는 것이라는 미지의 영역에서 이제는 ESG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위험을 느끼며 이해하는 시대에 접어든 느낌이다.

2025년부터는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ESG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2030년부터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의 ESG 공시가 의무화된다. 이제는 ESG 전분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투자자들이 재무제표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던 시대에서, 지속 가능성 정보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기준이 확정된 것이다.

이제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다국적제약사와 수천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미국·EU 등 제약선진국들과의 계약에 있어 품질·윤리·인권 등의 분야를 다룰 수밖에 없게 됐고, 공급망·공시 의무화 등 경제활동을 함에 있어서도 ESG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험을 안겨주기 시작했다.

올해 제약바이오업계의 주요 화두 중에 하나는 ‘공급망’이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연대가 깨지고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면서 미국 등 제약 강국들조차 의약품 부족사태를 겪었다.

실제 코로나19 발발 사태 초기 당시 인도와 중국이 공장 폐쇄 및 수출금지 조치를 내려 국내 제약사들이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우리나라의 의약품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약품 생산·개발 역량 강화를 통한 제약주권 확보 △원료의약품 자급화 방안 마련 △국가필수의약품 제도 개선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산업계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아세트아미노펜의 부족을 경험하고 그 원인을 알게 되면서 ESG에서 자주 다뤄지던 ‘공급망’이라는 키워드와 제약바이오산업과의 교집합을 찾을 수 있다.

공급망이 개별기업의 ESG 문제로 등장했던 것에서 이제는 EU의 공급망 실사 의무화, 독일의 공급망 실사법 도입 등 법·제도적 의무기준을 도입하고, 공개 관련 규제가 도입되면서 제도화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ESG의 본질인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 제약바이오업계가 우수한 원료를 지속 가능하게 공급하고 또 공급받는 주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품질·생산관리체계가 선진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우수한 우리 제약바이오기업에게 공급망이 강조되는 지금의 상황은 글로벌 원료의약품시장에서 공급원으로서 기회요소로 작용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해 본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제약바이오산업의 ESG 현황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를 전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아직 집계가 마무리되기 전이지만 주요 결과를 몇 가지 소개한다.

‘ESG 경영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023년 46%에서 2024년에는 76%로 급상승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도 ESG가 더 이상 모호하고 막연한 주제가 아님을 추측해볼 수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연결기준 매출액 200대 기업 중 올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한 162개 기업의 보고서를 분석한 ‘2023 K기업 ESG 백서’에 따르면, 우리 기업이 주요 ESG 이슈를 묻는 질문에 E(41%), S(37%), G(22%) 순으로 꼽았다. 반면, 제약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선 G(46%), E(27%), S(27%) 순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뤘다.

‘제약바이오기업이 환경이슈 중 가장 중요하게 대처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폐의약품 등 폐기물 처리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아 제약바이오산업의 특성이 드러났다.

유럽 등에서 추진 중인 ESG 관련 제도 중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는 공급망 실사 의무화를 꼽아, EU의 공급망 실사 의무화, 독일의 공급망 실사법 도입 등 규제로서의 공급망 관리가 우리 산업계의 직면한 과제임을 입증했다.

G분야의 하나인 컴플라이언스 관련 설문결과를 소개하자면 설문에 응답한 기업의 86.5%가 컴플라이언스 관련 프로그램과 전담 조직이 모두 있다고 응답, 이제 제약바이오업계에 컴플라이언스 관리가 당연한 것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증명했다.

또한 ‘ESG위원회’를 설치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의 62%로, 전년도의 28%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한국ESG기준원(KCGS)이 실시한 2023년 ESG 평가를 살펴보면 2개의 제약바이오기업만이 A+등급(매우 우수)을 받았다. 또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수년째 발간하고 내재화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전통의 제약바이오 선도기업들은 A(우수)에서 B+(양호) 등급에 주로 포진했다. 반면 바이오벤처 및 중소기업 등 D(미흡)에 포진한 기업들은 36곳(유가, 코스닥)에 달했다.

KCGS에 따르면, 2022년 대폭 개정된 평가에 대한 대응 수준이 향상돼 양호 이상의 등급을 획득한 기업의 숫자가 전년 대비 10%p(32%→42%) 증가했고, D등급에 해당하는 기업의 비율은 감소했다.

전통제약사와 대기업은 ESG경영이 공인받을 수 있는 본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는 반면, 중소제약사나 바이오벤처는 아직 하위권에 있다.

현재의 등급만으로 우리 제약바이오산업의 ESG경영을 향한 노력을 폄훼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의견이다. 등급이 현주소를 나타내는 것이라면 개선율은 그 산업계의 실천 의지를 나타내는 척도라 할 수 있겠다. 상대적으로 대기업이 높은 등급을 나타내는 ESG 평가척도에서 중소·벤처가 다수 포진한 제약바이오산업계가 지난해처럼 꾸준히 약진해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김명중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경영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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