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수가 지역 차등 없애고 수가 현실화 시급

이인식 <br>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br>장스여성병원장
이인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장스여성병원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서울의 2022년 합계출산율은 0.59명으로, 경기(0.83명), 부산(0.72명), 대구(0.75명), 인천(0.74명)에 비해 매우 낮은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분만기관 1곳 당 분만건수는 서울이 약 614건으로 경기도 659건에 비해 낮다.

정부는 산부인과 폐업과 분만기피를 막기 위해 분만 진료에 대해 55만원의 안전정책수가와 특별시 및 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에 55만의 지역수가를 신설하여 12월부터 적용하였다. 지역수가 차별을 둠으로 인하여 타지역에 비해 분만건수가 적어 힘겹게 분만실을 유지하고 있는 서울소재 분만병원들은 같은 생활권에 있는 경기도에 비해 수가격차가 벌어져 분만실 유지에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특별시와 광역시의 분만병원이 동일한 의료행위를 하고도 행정구역상 특별시와 광역시에 속한다는 이유로 분만 1건당 55만원의 수가를 적게 받는 다는 것은 공정과 상식에 어긋난다.

화성시와 같이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젊은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아 분만이 왕성한 지역에 더 많은 지원을 하고,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상대적으로 분만의 절대수가 적어 분만을 접는 병원이 점점 많아지는 서울지역을 역차별 하는 것은 산부인과 폐업과 분만기피를 막기 위해 안정정책수가 및 지역수가를 신설한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 서울의 경우 종로·성동구에는 분만병원이 없으며, 은평·중랑·금천·광진·관악·서대문구 등 서울외곽에서는 각각 1곳의 분만병원이 힘겹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광역시 주변에는 인구 감소 및 저 출산에 의해 분만이 가능한 곳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역 분만수가 차등지급이 현실화 되면서 현장에서는 벌써 그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실례로 서울 외곽지역에 인접한 경기도에 있는 분만병원에서 지역분만수가를 재원으로 급여를 대대적으로 인상하여 직원을 모집하여, 경계지역 서울에 위치한 분만병원 직원의 이탈이 발생하여 실제적으로 분만실을 유지하는 것이 곤란해진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수가 인상 자체는 환영할 일이지만, 서울과 경기도는 동일 생활권으로, 실제로 많은 의사들이 서울에 거주하면서 경기도로 출퇴근하고 있으므로, 지역수가를 차등지급한다면 경기도를 포함한 타 지역에 비해 분만 건수가 적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울소재 분만병원들은 경기도지역 병원들이 지역차등수가를 재원으로 하여 분만담당의사, 분만실 간호사 등에 대한 급여를 대폭적으로 인상하는 경우, 이들이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하는 것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로 인해 발생한 분만담당의 및 분만실 간호사 부족으로 인해 분만실운영이 불가능해져서 결국은 분만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지역별 차등인상이 지역 의료불균형 문제를 해소 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특별시 소재 분만병원의 줄폐업을 유도하여 오히려 힘겹게 유지되고 있는 서울특별시의 분만 인프라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분만이 가능한 전국의료기관수는 2012년 729곳에서 2022년 461곳(조산원 제외)으로 감소되었으며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 수도 2004년 259명에서 2023년 102명으로 60%이상 감소되었다. 이는 저출산·의료사고 위험부담·저수가·중노동 등이 복합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지역수가로 인해 분만 인프라의 훼손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분만병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분만실 및 신생아실 인원을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을 유지해야 하는데, 분만과정이 힘들고 위험하여, 의료분쟁이 많아 근무하겠다는 사람이 태부족인 상황에서 현재 수가로는 필요한 인력을 필요한 만큼 고용하여 분만실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분만수가를 최소한 OECD수준으로 현실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수가를 현실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저임금과 기본 모든 인프라가 비슷해진 일본의 예를 참고하여, 실제로 분만실 및 신생아실을 운영할 수 있도록 산부인과 환경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당국의 지원이 필요하다.

- 이인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장스여성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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