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형사면책-국가 민사배상 도입 주문

임현택 <br>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의학신문·일간보사] 2024년도 상반기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1년차 전기모집 결과가 나왔다. 모집 결과가 나오자 언론들은 “위기 소아청소년과 내년 전공의 모집 폭망” “산부인과·흉부외과·소아청소년과 성적표 참담” “정부 필수의료 활성화 당근책 무용지물” “소아청소년과 ‘0명 지원’ 속출…정부 대책 소용없었나” “여전한 기피과 ‘소아청소년과’ 지원율 26%에 그쳐…” “내·외·산·소 등 소위 낙수과 지방 수련병원 지원율 미달 여전” “2025년 인력대란 예고된 소청과 소생 실패…0명 모집 속출”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전공의들 소청과 외면” 등의 헤드라인을 달았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이례적으로 접수마감 다음날 심야에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서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2023년 지원자는 2명에 불과했으나, 2024년에는 8명으로 6명이 증가하였고, 최근 급격한 지원자 하락을 기록하던 소아청소년과는 전년대비 지원자가 20명 증가하였고, 지원율도 9.6%p 증가하여, 소아의료체계 강화를 위한 그간의 정부 노력이 일정부분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전적으로 보건복지부의 자료를 신뢰한다고 하더라도 정원대비 2024년도 상반기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지원율은 정원대비 겨우 26%에 불과하다. 또한 내년 3월에 131명의 현 4년차 전공의가 의국을 졸업해서 수련병원을 대거 나가고 이번에 53명의 1년차가 지원했기 때문에, 산술적으로만 따져도 내년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올해보다 병원에서 가장 업무에 익숙한 전공의가 78명이나 줄어들 예정이다. 더욱 심한 소아 진료대란이 예상된다.

1년 내내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대책들에 대한 결과가 이렇게 참담하게 나왔음에도 보건 당국의 최종 정책 결정권자로서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자리만을 보존하기 위한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아웅하는 이런 면피성 보도자료를 낸 보건복지부 장관과 차관은 뻔뻔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의원-대학병원 ‘소아의료체계 붕괴’

오늘날 대한민국 소아의료체계의 붕괴 사태는 소아과 의료체계가 동네 소아과부터 대학병원까지 도미노처럼 철저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우선 동네소아청소년과가 경영난으로 수없이 폐업했고, 거기 취직하던 소아과전문의가 갈 데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진료하지 않는 요양병원, 성인 대상 질환 병의원, 통증클리닉, 미용 등 다른 분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을 지켜본 의대생과 인턴의사들은 ‘소아과를 전공하면 미래가 없겠구나’ 하고 다른 전공분야로 지원해서 결국엔 동네의원에서 전원한 중증 환아들을 대학병원에서 입원 시킬 수가 없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고, 응급실에서도 대다수의 대학병원이 아이들을 봐줄 수가 없어졌다. 즉, 소아의료체계가 동네 소아과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철저히 망가졌다.

또 대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사건 이후에 신생아 중환자를 진료하던 교수를 구속하고 전공의를 기소해서 5년간 형사재판을 했는데, 결국엔 대법원까지 무죄가 나왔다. 바이탈 의료에 종사 하면서 민·형사소송으로 감옥에 가고, 몇 억원씩 배상을 하는 것을 보면서 의대생들과 인턴의사들은 소아과 전공할 마음을 완전히 접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잘못된 진단하에 지속적으로 의대정원 증원, 달빛병원 정책 등 잘못된 처방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른바 낙수론은 바이탈 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 사기를 꺾는 아주 모멸적인 말이다. 바이탈 의료는 의사의 한순간 판단에 의해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분야다.

의대생과 인턴의사들에게 바이탈과를 지원해도 미래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신안염전 노예 취급을 하고 실력 떨어지는 의사들이 어쩔 수 없이 지원하는 과라는 인식을 보건복지부와 여당이 준 것 자체가 제정신이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지적능력이 떨어지고 꾸준히 공부하지 않는 의사는 분명히 환자 목숨을 위협한다. 따라서 환자 목숨을 다루는 의사들을 더 좋은 대접을 해서 의료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계속 유지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정부는 기존에 있던 대학병원 교수들조차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사직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소아과 등 바이탈과들의 의료체계가 근본적으로 망가진 이유 자체가 법적인 문제에 의사가 지속적으로 시달리고, 보상이 충분하지 못해 병의원을 운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결책은, 첫째로 바이탈과처럼 사람 목숨이 금방 왔다갔다 하는 의료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형사 면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고, 건강보험 강제지정제도 하에서는 국가가 바로 의사들에 대한 사용자이기 때문에 의료문제가 생겼을 때 국가가 배상액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민사배상제도도 갖추어져야한다.

바이탈 의료 정당한 보상체계 필요

둘째로 바이탈 의료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한다. 호주의 진료비 29만원, 미국 진료비 27만원에 턱없이 못 미칠 뿐 아니라, 올해 1인당 GDP가 같아진 일본의 소아 진찰료가 7만원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현재 우리나라는 1만5천원에 불과하다. 턱없이 오른 인건비와 물가로 아이들 진료하고 싶어도 더 이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 상태라 최소 일본만큼은 진찰료를 정상화시켜 달라고 누누이 얘기 했는데 보건복지부는 2023년 내내 전혀 다른 답만 내놨다. 그 결과가 이번에 2024년 소아과레지던트 모든 과 중 꼴찌의 지원 사태로 이어졌다.

2년 연속 역대 최저 수준인 2024년 소아과 1년차 레지던트 모집 상황은 대표적인 보건복지부와 여당의 분명히 드러난 실책이다. 일년 내내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고 오답만 계속 내놔서 내년에 우리 아이들 생명을 더 큰 위협에 처하게 하고, 새해에도 개선될 기대가 어렵다면 보건복지부장관과 차관에게 그 책임을 분명히 물어서 경질해야 마땅하다.

-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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