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규 지샘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완화의료병동 병동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우리나라의 호스피스 이용률은 매우 낮다. 중앙 호스피스 센터 통계를 보면 2021년 호스피스 이용률은 호스피스 대상 질환(, 후천성 면역 결핍증, 만성 간경화, 만성 호흡부전) 사망자 89,460명 중 19,228명으로 21.5% 에 그쳤다. 10년 전인 2011년도 11.9% 에 비해 2배 가까이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5명 중 4명의 환자는 호스피스 이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낮은 이용률은 인프라의 부족 탓이 크기도 하지만(2021년 암사망자수 82,688명 대비 전국 호스피스 병상 수(1600)1.9%에 불과함) 호스피스에 대한 부정 적인 인식 또한 큰 영향이 있다.

언제쯤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면 좋을까요?’,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치료는 하지 않고 진통제만 준다고 하는데

외래에서 환자, 보호자를 상담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중 하나다. 대부분의 환자와 보호자들은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다가 더 이상 치료가 없다는 선고를 받았을 때 오는 절망감, 그리고 그동안 치료받았던 병원에서 버림받았다고 느껴지는 당혹감 등의 마음을 안고 호스피스 외래를 찾아온다. 좀 더 치료할 수 있을 거 같은 막연한 기대와 직면해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호스피스라는 공간은 죽음의 이미지로만 다가오는 것 같다. 아직은 호스피스로 가야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주저함에는 치료에 대한 미련과 더 이상 케어 받지 못 하고 마약성 진통제에만 의존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혼재한다.

암 치료에는 크게 두 가지 치료가 있다. 첫 번째는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와 같은 암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이고, 두 번째는 암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불편한 증상들에 대한 치료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암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는 치료라고 인식하지만 불편한 증상들에 대한 치료는 치료라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특히 더 이상 항암 치료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호스피스를 권고 받은 후에는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어떤 치료도 못 받고 진통제에만 의지하고 모든 것이 중단될 것이라는 생각에 많이 불안해하기도 하다.

항암치료와 같은 암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는 중단이 되었지만, 환자들은 여전히 여러 가지 불편한 증상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복수로 인한 복부 팽만감과 통증, 오심구토는 가장 흔한 증상 중에 하나다. 폐렴으로 인해 고열에 시달리며 호흡하기 어렵기도 하며, 장폐쇄로 인해 더 이상 식사하지 못하고 심한 구역감으로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갑자기 찾아오는 섬망은 가장 조절하기 어렵고 두려운 증상이기도 하다. 장기간 누워있으면서 욕창이 생기고 대소변 문제로 피부가 상하기도 한다. 살은 조금씩 빠져가지만 한편으로 부종 때문에 고생한다. 이렇게 다양한 증상들이 잘 조절되지 않을 때 환자들은 남은 삶을 고통 속에 연명 하며 의미 있게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들을 놓쳐간다.

호스피스는 이러한 여러 가지 증상들을 잘 치료하고 돌봐드리면서 남은 삶의 여정을 최대한 편하게 지내시면서 마무리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공간이다. 비교적 가벼운 증상의 환자분들은 외래에서 경과를 지켜보기도 한다. 갑자기 불편한 증상이 생겼을 때는 입원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퇴원할 수도 있다. 물론 근본적인 치료는 시행하지 않기 때문에 병은 점점 더 진행할 수밖에 없고 입퇴원이 반복되면서 임종하실 수밖에 없지만, 병의 진행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과 불편함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생을 편안하고 존엄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호스피스다. 그러기에 좋은 호스피스 의료진과 병원을 만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누며, 헤어짐 뒤에는 항상 아쉬움만 남는다. 최선의 노력 이었는지 후회도 많다. 그래도 회진 때마다 방긋 웃어 주셨던 미소, 처음으로 누워서 편히 잘 수 있었다고 기뻐하시던 모습, 따뜻한 눈 맞춤, 좀 더 빨리 호스피스로 모시지 못해 아쉬웠다는 보호자의 감사 인사가 한편으로 호스피스에서 일하게 하는 힘이 된다.

하루 빨리 호스피스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시선들이 많이 개선되어서 더 많은 환자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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