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순 <br>연세대 보건대학원 국제보건학과 연구교수<br>아프리카아시아 희망연대 대표<br>
최영순
연세대 보건대학원 국제보건학과 연구교수
아프리카아시아희망연대 대표

[의학신문·일간보사] 베이비붐 세대로 지방 소읍에 태어나 자라면서 어른들로부터 종종 들었던 말이다. “사람이 태어나면 서울로, 말이 태어나면 제주로 보내야 한다.” 는 그 말을 명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 70년 대 들어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에 들어갔을 때 동네 언니 오빠 중 중학교 진학이 어려워 서울, 부산, 대구 등 공장이 많은 지역으로 취업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중학교 입학 전 어린 마음에 스스로 돈을 벌어 부모 생활비와 동생학비를 지원하는 선배들이 대단해 보였으나, 이후 현재까지 이들의 고단했을 삶을 기억하는 이로 살고 있다. 고향을 떠나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났던 이들이 많았던 당시 대학 진학에 어려움이 없었던 이로서 보편 교육이 가능한 복지모델과 민주시민사회에 강한 열망을 갖게 된 것은 일종의 부채감에 기인한 그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리고 현재 50여년 전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났던 이들과 유사한 듯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적으로, 교육 배경, 환경과 직무 특성 상 저출생 고령화 문제 심각성에 우려가 컸다. 그렇게 저출생과 고령화에 대비한 범 국가사회 정책 대안 마련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던 시점에 만난 인구소멸과 로컬리즘도서는 큰 충격을 주었다. 우리나라 저출생 고령화 현상 대비 지속가능한 전략 마련에서 다소 편의적, 편협한 사고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반성하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 그럼에도, 로컬리즘 그 자체가 절대 해답이자 비기라는 지점에 일부는 동의하나 일부는 동의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구감소와 도시집중 현상을 바라보는 인식 전환에 큰 도움을 주었다.

우리나라 저출생 및 지방소멸 현상이 인구 소멸 구조에서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을 확인했다. 저자의 글에서 지방에는 일자리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는 말에 동의할 결과가 있다. 2023830일 통계청 ‘20236월 및 2분기 인구동향보고서를 보면, 20232분기 기준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합계출산율이 1.0 이상인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그 중에 서울시가 가장 낮은 0.53이었는데, 20224분기에 이미 합계출산율 0.54를 기록했기에 더 놀랍지도 않다. 서울로 몰려드는 청년이 겪는 현실 고통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이에 더해, 우리나라 베이비붐 1세대가 65세 이상 노인인구로 진입하기 시작했고, 통계청에서는 2024년 말 또는 2025년 초반에 초고령사회 (전체 인구 대비 노인인구 구성비 20.0%)로 진입할 것을 예측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를 보면 노인인구는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고, 지금껏 상상조차 못했던 경제 사회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이와 같은 노인인구 비율 증가추세에서 합계출산율 정체 또는 감소 추세가 더 이어진다면 2040년대 초반에 이웃 나라 일본의 인구고령화율 마저 추월할 것이다.

노인인구 증가는 당면 현실이나, 이 보다 더 암울한 소식이 있다. 통계청에서 828일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 의식결과를 보면, 19-34살 인구 중 결혼에 긍정적인 청년이 202236.4%201256.5%보다 20.1% p 감소했다. 이를 성별로 살펴보면, 2022년에 결혼에 긍정적인 남성이 43.8%, 여성이 28.0%였는데, 이는 2012년 남녀 각각 66.1%, 46.9%에 비해 22.3%p, 18.9%p 감소했다. 또한, ‘결혼 후 아이를 가질 필요 없다응답이 53.5%였는데, 자녀출산의향에서 남성 43.3%, 여성은 65.0%20% 이상 차이가 났다(통계청, 2023). , 19-34살 여성 3명 중 1명조차 결혼에 긍정적이지 않았으며, 결혼하더라고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여성이 3명 중 2명이 넘는 상황이라는 지점이다.

우리나라 미래를 상상해 보면 심히 우려스럽다. 소비는 누가 할 것이고, 세금은 또 누가 낼 것이며 사회정책에서 주요 축인 4대 보험 가입자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뚜렷한 대안을 찾을 수나 있을지 고민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우리나라 인구 약 52%(100명 중 52)이 수도권에 거주하는데, 국토 면적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면적은 8% 조금 넘는 1/12 정도이다. 지방 소멸과 수도권 비대 현상 원인 분석에서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 등 인프라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났다는 것이다. , 지방에서 일자리를 포함한 문화 인프라 등 향유 기회를 찾지 못한 청년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으로 몰려들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수도권, 특히 서울에 인구가 집중하면서 대형 의료기관, 백화점, 호텔 등 서비스 관련 각종 기업체와 학교가 늘어나면서 관련 일자리가 늘어났다. 그렇게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일자리와 둥지를 찾기 위해 소진한 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어쩌면 현실과 동떨어진 희망 또는 고민이 아니었을까 한다.

우리나라에 민주정부가 들어서면서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세종 정부청사 이전 및 혁신도시 구축, 공공기관 이전 정책을 도입 시행했으나, 실제 정주인구를 늘리는 데 실패했다. 정주인구를 늘리는 데 실패한 요인 역시 교육기관과 의료기관을 포함한 교육 문화 인프라 태부족이 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지방에 일자리가 있어도 소비는 수도권에서 이루어지는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는 해결하지 못하는 악순환이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 현실은 더 암울하다. 출산율이 줄기 시작한 80-90년 대 생들이 대학진학을 할 즈음이 아니었을까 한다. 50-70년 대 생 지방대학 출신에 대해 지잡대 출신이라는 무시보다 더한 모욕적 발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서울대 등 국립대학 진학이 어려워 지방거점 국립대학에 진학한 이들을 매우 아프게 만든 사회 병폐 현상이다. 이 같은 사회 현상에서 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일제히 자녀가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길 바라는 강한 열망이 고조되었다. 사교육 시장은 날로 팽창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부모 대다수가 자녀의 수도권 대학 진학에 유리한 사교육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서 선의로 도입한 대학 수시입학 제도조차 악용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렇게 공교육이 무너진 것이다. 현재, 지역거점 대학에서조차 연구 인력이 없어 연구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지방에서 생산인력을 포함한 우수 인력을 구할 수 없는 기업은 해외로 떠났다. 물론 면면을 들여다보면 인건비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난 2-3차 사업 기업이 많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서울로, 수도권으로 몰려갔던 청년은 현재 행복한가. 아니다. 아니다. 아닐 것이다. 힘들게 어찌어찌 일자리를 찾았을 수도 있었고, 정규직이 아닌 일자리를 찾아 떠돌고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일자리를 찾은 청년이라고 할지라도 부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극소수를 제외하고 편안히 쉴 둥지를 찾기 위해 필요한 절대 시간이 있다. 그렇게 일자리와 둥지를 찾아 애 쓰느라 고단한 삶에서 결혼 출산에 소망 열망마저 소멸해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 인구 밀도가 높은 수도권일수록, 심각한 주거 난, 사교육열, 보육 및 유치원시설 부족으로 유보육비용 부담, 출산 육아휴직 어려움, 여성경력 단절 등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이 연계해 작용하여 청년, 즉 여성의 결혼 출산에 희망은 저절로 사그라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교육 직업 현장에서 극한 경쟁에 내몰리는 상황이다 보니, 각자 생존조차 고단하고 고통스러운데 자식에게 그 고통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심리도 작용한다.

수도권에 과도하게 몰리는 문제를 해결하고, 비수도권, 즉 지방 소멸을 막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지역 청년이 수도권으로 떠날 수 밖에 없는 현상을 해결할 대안은 단순 로컬리즘이 아니라, 훨씬 더 정교하게 설계하고 포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단순 로칼리즘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 정주인구와 관련 인구를 함께 늘려갈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나라 사회 지속가능성 담보에 최상 카드가 로컬리즘이라고 했다. 저서 인구소멸과 로컬리즘에서 지방을 살릴 참신한 방법으로서 로컬리즘을 설명했다. 그간 도입한 지역소멸 대안 정책 부작용에 대해 분석하고 새로운 실행 방안을 제시한다.

특히, 고향사랑기부제를 포함한 인구정책 및 청년지원정책 한계에 대해 세부적으로 분석했다. 비현실적 대안을 제도로서 도입 시행하고 있는 각 지자체 인구정책을 희망고문이라고 비판한다. 수도권으로 인구 이동이 지역인구 감소 주요 요인이나, 인구를 쟁탈하는 방식은 결국 제로섬게임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지역소멸 혁신 방안으로서, 229개 기초지자체 맞춤형 로컬 모델 필요성을 제시한다. 인구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인적 물적 자원 경쟁 심화되고 있는 부조화 구조를 지역 특화 모델로 돌파해야 한다고 것이다. 인구정책 및 청년지원 프로젝트가 정부 또는 지자체 주관 공공 프로젝트가 아닌 민관 협치 시스템이 필요한데, 이 프로젝트는 일부 비영리조직 중심으로 진행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로컬리즘프로젝트에서 체계적 준비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무엇보다도 정권 바뀔 때마다 모두 엎어버리고 새로 도입 적용하는 정책, 다시 말해 일관성 없는 정책 지양을 강조한다.

최근, 신동아(20232월호)에서 모종린 교수는 로컬리즘이 트랜드라고 강조한다. 그는 지역 특성이 있는, 즉 개성이 뚜렷한 상권을 포함한 지역을 로컬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로컬은 주로 상권중심으로 형성 확장한다고 볼 수 있다. 해서, 로컬을 지역특성 문화 창출이 가능한 크리에터 상권으로 정의할 수 있다. 로컬이 사회에서 주목받는 지점이 상권 그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세 방향, 즉 소상공인 성장 동력, 지역 기업 생태계, 창의적 이코노미 플랫폼 등으로 확장가능하다.

따라서, 동네가 로컬일 수도 있고, 도시전체가 로컬일 수도 있다고 했다. 모종린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2010년 이후 로컬현상은 귀농 귀촌, 제주 이민, 동네 지향, 장소 지향, 고향 지향 다섯 가지를 꼽을 수 있다고 했다. 지역에 집중하는 이유는 나다움이라는 지점이다. 지역에 맑고 오래된 건물을 카페로 개조 운영하는 사례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사 분석하고, 구 건물을 현실성 효율성 고려 리모델링하여 로컬 정취를 살리고 있는 성공적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이제 도시계획 전문가가 아닌 일반시민 소견으로 로컬리즘에 대해 정리를 한다. 최근 지역소멸 대안으로 회자되는 로컬리즘각 지자체 특성에 맞는 지자체별 모델 마련 필요성과 지역 특성에 맞는 창의적 상권 구축에도 동의한다.

다만, 규모 경제를 고려한 기업, 일자리, 생활, 교육, 문화 공간 등 인적 및 물적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일회성에 그치고 말 것이며, 아름다운 환상에 불가하지 않을까 한다.

수도권에 버금가는 경쟁력 있는 규모, 메가시티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청주 지역 주민이라 여타 지역에 대한 인싸이트가 상당히 부족하기에, 충청권 메가시티 구축 방안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대전, 세종, 청주는 수도권에 비해 인구밀도가 현저히 낮고 주변 자연환경 역시 아름답고 쾌적한 편이다. 그렇다면 수도권에 몰려드는 청년들을 위해 뛰어난 정주여건을 갖추는 방법이 없을까. 분명 있다. 대전, 세종, 청주를 연결하는 편리한 광역 교통망(광역철도, 트램, 전철, BRT)과 정보통신망 구축을 통해 국제공항까지 갖춘 인구 300~500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생활권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충청권역 메가시티가 되는 것이다. 충청권역 메가시티 성공을 위해서, 첨단복합산업단지 유치 확대로 생산거점화 및 양질 일자리 창출과 정주여건 개선이다. 세종 정부청사와 공공기관, 대전 대덕 연구단지, 청주 오송오창 공공 및 연구 기관과 혁신기업 종사자와 가족을 위한 정주여건을 갖추는 것이다. 수도권 대학 중심 극한 교육 경쟁 완화를 위한 경쟁력 확보 방안은 지역거점 국립대학교로 통합을 통해 세계적 경쟁력 있는 우수 인재 양성이다.

또한, 사립대학교 맞춤 특성화 사업을 통해 서울권 대학보다 경쟁력을 갖춘 특화 선도대학으로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충청권 메가시티 대학 출신 인재에 대해 지역 첨단산업단지 입주 기업과 공공기관 입사가 가능한 인재로 육성해야 하며, 기업은 입사를 보장해야 한다. 정주인구 300~500만 명 메가시티 맞춤 지역 문화 특성을 고려한 민관 협력 서비스 생산 제공시스템, 식당, 호텔, 카페 백화점, 도서관 등 다양한 문화 인프라 구축으로 일자리 창출과 소비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그간 정책 포한 새로운 정책 대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하면서, 극도 경쟁 교육 문제 심각성에 대한 국가사회적 인식을 통해 보편 교육 시스템으로 전환이다. 또한, 출산율이 비교적 높은 다문화 결혼이주민 가족 대상 한글교육을 포함한 교육 지원을 통해 자녀 양육 환경과 교육 질 제고 및 양질 일자리 확보를 도와야 하겠다. 인구소멸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여타 선진국 사례에서 보았듯이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 도입과 동시에 외국 유학생 취업 및 다문화 산업인력 포함 돌봄 인력 이민 또는 취업 확대를 통해 4대 보험 가입자를 늘려 사회정책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소멸 극복 대안을 정리하자면, 충청권과 유사한 생활권 인구 300~500만 내외로 수도권 서울 중심 일극화 폐해를 극복하고 국민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다극화 메가씨티구성이 필요하다. , 생산과 소비 창출이 가능한 메가시티 시스템 구축이다. 메가시티 내에서 대도시 수준 정주여건을 개선, 대학 경쟁력 강화, 정보통신 이용 생산거점 첨단산업복합 기업 유치 확대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체계적 계획 수립을 통한 실행 방안 마련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