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태 <br>대한의학회장<br>&lt;고려대학교 명예교수&gt;
정지태
대한의학회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 클래리베이트(Clarivate)라는 회사가 있다. 무슨 회사인가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니 신뢰할 수 있고 혁신적인 인텔리전스 분야의 글로벌 리더라고 소개되어 있다. 뭔가 정보를 수집하여 분석하고 데이터를 만들어 더 좋은 비지니스를 위해 제공하는 회사로 이해가 된다. 본사는 영국 런던에 있고, 우리나라에도 지사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왜 이리 장황한 설명을 하느냐 하면, 이 회사에서 얼마 전 Highly Cited Researchers(HCR) 2023라는 보고서를 냈는데, 나라가 사랑하는 OECD 보고서 보다는, 참고할 만하고, 믿을 수 있는 자료라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21개 학문 분야에 걸쳐 전 세계 과학 논문 중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는 상위 1%에 해당하는 7,125명의 과학자 자료를 분석해 내놓았는데, 한 명이라도 이름을 올린 나라가 67개국, 이 중 우리나라 과학자가 11개 분야에 걸쳐 66명이 포함되어 있다. 그 중 임상 의학 분야의 의사 과학자가 10명이다. 서울 의대 3, 연세 의대 2, 성균관 의대 2, 울산 의대 2, 전북 의대 1명이다. 의사 과학자가 우리나라에서 선정된 66명 중 1/7이 넘는다.

그래서 찾아봤다. 요즘 의과대학 정원과 관련하여 의료계의 의견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들이 만들면 최고의 의사 과학자를 키우는 의과대학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는 두 개의 이공계 특수 대학교의 통계를 보니 K 대학은 3, P 대학은 2명 그런데 UNIST10명이다.

UNIST는 의과대학을 세우겠다고 주장하는 대학이 아니고, 의과대학과 협업을 해서 결과를 내겠다는 대학이고, K는 온갖 이유를 대면서 의과대학을 세워 의사과학자를 키워내겠다고 하는 곳인데, 그런 주장을 하려면 좀 더 열심히 자기 분야에서 노력을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의사들이 연구에는 집중하지 않고 임상에만 몰입한 결과가 K보다 3 배가 넘는 임상의사가 HCR에 올랐는데, 그렇게 생명공학에 온 힘을 기울이며 국가의 R&D 자금을 독식하려 애쓴 결과가 그렇다면 반성의 기회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속도 좁고, 시야도 좁은 나이만 많이 먹은 임상의사의 생각이다. 물론 나름의 이유야 있겠지만 자신의 분야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싶다.

또 며칠 전 한국은행에서 AI의 발달로 인해 미래에 없어질 직업 중 상위 두 개가 1위는 일반의사, 2위는 전문의사라고 발표하였다. 나는 이 발표를 크게 신뢰한다. 한국은행의 조사연구 결과이니까 그렇다. 그렇다면 요즘 의사가 부족해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 지방 마다 의과대학을 세워야 한다. 공공의료를 담당할 의사가 없다. 군의관도 공중보건의사도 부족해질 위기이다. 이런 이야기가 돌고 있는데, 가까운 미래에 인구가 대폭 감소될 것을 우려하는 나라에서 똑똑하고 능력 있는 이공계 특수대학의 연구 인력을 활용해, 수퍼 컴퓨터에 투자해서 인공지능 의사를 빠르게 보급할 일이지, 교육기간이 길고, 돈도 많이 드는 의과대학을 세워 인간 의사를 키우겠다고 난리인지 이해가 안 된다. 그런 주장을 하는 당신들은 이해가 잘 되시는지 모르겠다. 이공계의 위기나 해결하려 노력할 일이지, 이공계의 말살을 초래할 의과대학 확장을 위해 목숨을 거는 이유를 나의 좁은 소견으로는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의생명공학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맞는 생각인데, 그 방법이 틀려 보인다. K대학은 한 도시에 있는 충남대학교 의과대학에 합병하고, P대학은 멀지 않은 도시에 있는 울산대학교 의과대학과 통합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렇게 해야 한국은행이 발표한대로 빠른 시간내에 최고의 공학 기술을 응용해 전 세계가 애용할 AI 의사를 개발하여 실용화하고 미래 대한민국의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 믿어진다. 그런데 왜 그런 국가의 정책은 없는 것인지 그것 또한 잘 이해가 안 된다. <의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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