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지난 토요일 오후. 방문요양 센터장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소변 줄 환자의 소변이 옆으로 샌다는 것이다. 방문진료 의사도 휴식이 필요하다. 자초지종을 설명 들은 후 지금 시간은 응급실을 가시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 드렸다. 보호자도 고령이고 거동이 불편하니 늦은 시간이라도 방문진료로 소변 줄 교체를 해 달라 한다. 전화기 너머 들리는 간절한 목소리에 저녁 8시 이후라도 괜찮으시면 방문하겠다고 했다. 진료를 마치며 나오면서 현관 밖까지 나온 보호자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한다.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한지 6개월. 시범사업이라 홍보를 할 수 없어 진료 숫자가 더디게 늘었지만, 입소문에 입소문을 더해 요즘은 월 100건 정도의 방문진료를 한다. 10년간 요양병원을 경영하면서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가정에서 고령자를 돌보고 계셨다. 요양원/요양병원의 요양보호사/간병인의 폭언, 폭행 뉴스 등으로 집에서 모시는 분들, 환자 혹은 가족 구성원이 집에서 모시기를 강력히 원하는 등 각자의 이유는 다양했다. 이처럼 가정에서 의료, 간호가 필요한 분들은 많고도 많다.

대한민국은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 고령 사회가 된다. 급성기병원-회복기병원-요양병원-요양원-주야간보호-방문요양 등 고령자 의료-요양-돌봄 시스템은 마련되어 있으나, 커뮤니티 케어의 핵심인 방문진료, 가정간호는 아직 시스템과 인프라가 부족하다. 편한자리 의원처럼 방문진료를 전업으로 하는 의료기관도 부족하며, 가정 전문 간호사의 숫자도 부족하다. 필자도 방문진료를 하면서 가정간호를 준비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포기했다.

가정간호사 면접을 봤지만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은 급여 수준이다. 가정간호 브로커가 끼면서 터무니없이 연봉을 올렸다는 주변의 하소연을 들었다. 그중 한 곳의 예시를 보자. 기본급 230만 원, 주유비 100만 원, 가정간호 처치 1건당 1.7만 원의 인센티브. 하루 7건의 간호 처치를 월 30일로 계산하면 총 210건의 간호 처치가 이뤄진다. 필자는 210건(30일 * 하루 7건) 청구가 가능한지 물으니 가능하다고 한다. 방문진료 의사는 월 60건의 엄격한 제한이 있는데, 가정간호 선생님은 30일 하루 7건, 총 210건의 간호 처치가 가능한 것이다.

단순히 계산해 봤다. 가정전문 간호사 1회 처치 비용은 본인 부담금을 포함해 39,260원이다. 210건 간호 처치(한 달 30일, 하루 7건)로 계산하면 총 수익은 8,244,600원이다. 급여를 계산하면 230+100+357(1.7*210회)=687만 원이다. 간호사 선생님에게 4대 보험 부담은 누가 하는지 물으니 답이 없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4대 보험을 근로자 10%, 사용자 10%로 계산하자. 824-(687+68.7 혹은 687+137.4)=68.3 혹은 –0.4로 사용자는 수익이 없다. 재료비를 포함하면 적자이며, 리스크는 의료기관이 가져간다.

과거 요양병원을 운영했을 때, 가정간호사 선생님과 함께 방문간호를 했다. 과도한 수액 처방과 내부 소통 문제로 2달간 사업을 하고 포기했다. 1년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상당한 금액을 환수 당했다. 물론 현장에서 환자를 위해 진심으로 가정 간호 하시는 분들도 많다. 특히 지방 의료원에서 15년 이상 가정간호를 한 선생님과 얘기하면서 환자를 위한 진심을 느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일차의료 방문진료 원장, 내부 직원들과 논의하면서 편한자리 의원은 가정간호 사업을 포기했다.

필자는 1982년 대구 달서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교실이 부족해 3부제 수업까지 했고, 수업 중 옆에서 교실을 짓고, 다음 학년에 그 교실을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이촌향도로 도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기에 발생한 현상이다. 2020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역사회 통합 돌봄의 발전 전략’에 따르면 가정 돌봄 간호 서비스 수요는 100만 명으로 추계된다고 한다.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인 초 고령 사회가 되면 가정 돌봄 간호 서비스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가정간호사 숫자는 턱없이 부족하고, 시장 경제가 통하지 않는다.

이런 변화에 맞춰 복지부는 가정간호 실시 간호사의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 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재 3년 이상 간호사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이 복지부가 지정한 전문 간호사 교육기관에서 2년 이상 교육을 받고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가정전문간호사가 될 수 있다. 보통 가정전문간호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한 뒤 자격증을 딴다. 복지부가 개정한 시행규칙은 일정 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간호사도 가정전문 간호사 역할을 할 수 있다. 교육 과정에 필요한 시간 등은 복지부가 추가로 고시할 계획이다.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가정에서 의료-요양-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모래알처럼 많다. 반면 일차의료 방문진료 기관과 가정 전문 간호사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가정전문 간호사는 시장 경제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위의 소변 줄 사례처럼 가정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기 원하는 사람의 답답한 마음은 누가 풀어줄 것인가. 입법예고 공고란의 댓글에 흔들리지 말고 가정간호 실시 간호사 기준 완화를 추진하기 바란다. 초 고령 사회 대한민국의 의료-요양-돌봄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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