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

[의학신문·일간보사] 변비가 심한 93세 남자는 의원을 방문해 변비약을 처방 받았다. 증상 호전이 없어 동네 병원에서 복부 촬영을 했고, 대학병원에서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수술 2일 후 퇴원 지시를 받았고, 가족회의를 통해 요양병원으로 모셨고 1주일 후 집으로 퇴원했다. 퇴원 후 낙상으로 찰과상, 갈비뼈 골절 등으로 응급실을 내원했다. 와상 상태가 지속되고 소화기능 저하, 근력 약화 등이 나타났다. 결국 3개월 후 폐렴으로 임종했다.

고령자가 2주 이상 누워 생활하면 활동량이 줄고 신체 능력이 떨어져 보행이나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비사용 증후군덫에 걸린다. 활동량 감소의 결과 신경계의 감각 이상, 불안, 우울, 심혈관 기능 저하, 기립성 저혈압, 상기도 감염과 폐렴 증가, 요로 감염, 요로 결석, 변비, 식욕 저하, 인슐린 대사 변화, 골다공증, 퇴행성 관절염, 근력 약화, 근위축 등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하고 결국 전신 쇠약, 사망으로 귀결된다.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진료실에서는 알 수 없는, 집으로 방문했기에 알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의료인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가족을 돌보는 분들은 모르는 것이 많다. 짧은 방문진료 시간에 핵심적 내용을 반복해서 알려드려도, 한 번에 이해하는 보호자는 드물다. 그런 경우 명함을 드리고 의문점 있으면 전화를 달라고 요청한다. 막상 전화를 받으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문자도 못 보내는 분들이 많아 소통이 어렵다.

초 고령 사회 대한민국 의료는 급성기와 회복기, 유지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현재 병원의 역할은 질병 치료에 국한된다. 치료(수가)에 포함된 행위만 제공된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입원/수술할 때 퇴원 일정과 정보를 알려준다. 식이 요법과 복약 지도를 한다. 수술 후 근력 강화 교육을 한다. 퇴원 후 낙상 등을 방지할 환경을 개선한다. 방문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장기요양 제도를 통한 돌봄 연계도 제공한다.

강원대학교 조희숙 교수는 만성폐쇄성 폐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퇴원환자 관리 서비스 프로토콜을 운영했다. 그 결과 호흡 곤란 완화, 흡입기 사용 증가, 불안, 우울이 줄고 자기 효능감이 높아졌다. 금연 및 운동 실천율이 개선되었고 재입원율도 감소되었다. 퇴원환자 관리 프로그램의 경제성 평가 결과 80대가 완벽한 건강 상태를 1년간 유지하는 비용은 482만원(통상 3천만 원 소요)으로 비용 대비 효과를 확인했다.

다음 도전 과제는 방문진료를 확산하는 방법론이다. 현재 재택의료는 시범 사업 중으로 홍보를 할 수 없다. 지역사회 자원 발굴 및 일차의료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지역의료 기관과 네트워크 구성이 어렵다. 지자체 담당 인력이 없어 소통이 안 된다. 필수의료 기피 현상과 맞물려 방문진료를 전담하는 의료기관의 숫자도 부족하다. 장기요양 서비스도 필요하나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으로 이원화되어 원활한 연계가 어렵다.

거동 불편 노인의 마지막 과정은 다음과 같다. 보호자 대리처방, 응급실 방문 및 입원, 요양병원, 요양시설, 임종으로 이어진다. 대학병원을 포함한 급성기 병원, 요양병원, 장기요양 서비스 과정에서 방문진료는 의료비용은 낮추면서 의료 서비스 보장과 의료 만족도를 높일 것이다. 고령화에 대비해 방문진료를 활성화시킬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재택의료는 초고령 사회 대한민국 의료-요양-돌봄을 책임질 든든한 방파제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