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에 한정된 장기기증, 소중한 생명 살리는 기회 놓쳐”
사망에 대한 정의 · 의료인 보호 등 과제 산적…한정애 의원 법안발의 준비중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장기이식 대기자수는 늘어나는 반면, 뇌사기증자 수는 해마다 줄어드는 상황에서 DCD제도가 국회에서 다시 한 번 조명됐다.

현행 뇌사에만 한정된 장기 기증 구조가 기증을 원하는 사람들조차도 기증할 수 없도록 장애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사진>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Donation after circulatory death, DCD)’ 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정애 의원은 “해마다 장기기증자는 줄어드는데, 장기이식 대기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어 지난해 말 기준 장기이식을 기다리다가 돌아가신 분이 3시간에 한명꼴로 새로운 장기 기증자 발굴이 시급하다”면서 “그럼에도 복지부는 사망자 등 새로운 기증원 발굴에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소개된 사례를 보면, 지난 7월 7일 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뇌사자 또는 사망환자의 장기기증의 활성화될 수 있도록 대상자를 적극 발굴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의료기관들에 발송했다가 6일 후인 13일 공문을 회수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는 보건복지부와 장기조직기증원 등에서 ‘장기 기증은 뇌사자만 가능하다’,‘사망자는 장기 기증 대상이 아니다’, ‘사망에 대한 정의가 없다’며 강하게 항의했기 때문으로, 이에 공문을 회수하게 된 것.

한 의원은 “복지부는 장기이식법상 살아있는 사람, 뇌사자, 사망자의 장기 기증이 가능하다고 인정은 하지만, 사망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현재 뇌사자 중심 기증 절차 등이 규정돼 있어 사망자 장기기증 활성화가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뇌사가자 아닌 사망자에 대한 장기기증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6년부터 2020년까지 간장, 신장 등 총 38건의 사망자에 대한 장기기증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활성화 노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장기기증 의사가 있음에도 뇌사 판단 기준인 평탄 뇌파 조건에 부합하지 못해 장기를 기증하지 못한 건수가 최근 10년간 118건에 달한다”며 “1명의 장기기증으로 최대 9명을 살릴 수 있다고 하는데, 저 숫자면 적어도 1000명 정도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도움을 못받은 것”이라고 비교했다.

이날 한정애 의원은 종합국감에 참고인으로 고려대 안암병원 김동식 장기이식센터장(대한이식학회 장기기증활성화원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DCD 도입을 위한 제도방향 개선을 물었다.

김동식 센터장<사진>은 “DCD는 현재 미주나 유럽 다수 국가에서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며 “그러한 국가들에게서는 전체 장기기증의 최소한 1/3에서 많은 국가는 전체 장기기증의 절반정도가 DCD로 기증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행 장기이식법에 사망자도 장기 등 기증자로 포함하고 있어 법의 해석에 따라서는 현재 상태서는 충분히 DCD 시행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장기조직기증원이나 장기이식 의료기관 등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의료진이나 코디네이터 등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회복 불가능한 잠재적 기증자에 대한 정의 또는 순환정지 후 사망 판정, 장기 적출 등에 이르는 전반적 의료적 절차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센터장은 이를 위해 우선 심장 순환이 정지되는 상황이 명확하다고 확인되면 자동소생(인위적 심폐소생하지 않을 때 스스로 하는 소생)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접촉금지 관찰시간’이 규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접촉금지 관찰시간은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국가에서는 5분으로 정의하고 있고, 의학적으로도 2분을 넘어가면 추가적 관찰이 필요 없다고 돼 있기 때문에 5분을 적정한 관찰시간으로 제시했다.

특히 김 센터장은 “전반적인 뇌사 판정 절차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뇌사 판정 시 2차례 내사조사를 하고 난 다음 추가로 30분의 평탄 뇌파를 확인하도록 돼 있다”며 “이러한 부분들 때문에 뇌사 판정의 전반적인 모든 조건을 만족하고도 임상적으로, 비가역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뇌사에 합당하더라도 평탄 뇌파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결국 장기기증이 어려운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식 센터장은 “DCD 도입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에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법과 규정 등에서 아직 애매한 부분이 좀 있고 무엇을 어떤 순서로 고쳐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그러던 중 코로나 팬데믹으로 논의가 매우 심각하게 중단됐고 명확한 논의 주체가 없어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많은 대기자들이 안타깝게 돌아가시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정애 의원은 “현장에 뛰는 의료인들이 절차적·제도적으로 보호받도록 보다 명확한 법적 근거·절차 마련이 필요할 거라고 보고, DCD 도입을 위해 사망자에 대한 정의, 연명의료 연계하는 부분, 연명의료 중단자 통보 등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관련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따른 시일 내 제도가 국내에 도입돼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더 살리도록 복지부가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협력해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과 대한이식학회는 올해 3월 국회에서 ‘시대적 변화에 따른 장기기증 제도의 발전 방향 모색’ 토론회를 개최하고 DCD 제도 도입을 위한 필요에 공감하고 순환정지 후 사망 정의 필요성 등 필요사항을 논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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