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훈 편한자리의원 원장 
노동훈 편한자리의원 원장

[의학신문·일간보사] 필자는 요양병원을 9년간 운영했고, 현재는 일차의료 방문진료로 방향을 바꾼 개원의다. 의대를 졸업하고 대학병원 인턴을 할 때는 신경외과를 하고 싶었다. 위급한 상황에서 환자의 생명을 살린다는 보람이 멋져 보였다. 하지만 신경외과 전공의의 삶을 보고, 소송에 처한 선배 신경외과 의사를 보면서 그 꿈을 접었다. 남은 저의 삶을 의료 소송으로 보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의 진료 중 소아 환자의 사망 사건이 생겼고, 저는 민사/형사 소송을 겪었다. 다음 날 병원은 쇠파이프와 몽둥이를 든 사람이 찾아와 PC등 모든 집기가 파손되었다. 관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고, 부검 결과가 나왔다. 10살 환아는 심장의 관상동맥 주행 이상으로 사망했다.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예외 사항이다. 결과는 무혐의로 나왔다. 패했다면 6억을 배상해야 했다. 학자금 융자를 갚고 고시원에 살았던 제겐 힘겨운 금액이다.

이 일을 겪은 후 저는 필수의료에 대한 꿈을 접었다. 당시에도 일반외과 전공의가 부족해 수당을 더 챙겨주는 등 보완책이 있었지만, 한 번 경험을 했던 저는 다른 과를 전공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바뀐 사건이 생겼다. 이대 목동병원 소아 환자 사망 사건이다. 결과적으로 무협의로 결론 내려졌지만, 소아과 의사는 구속되었다. 의사의 과실이 없는데도 구속되고, 배상을 해야 한다. 이제는 그런 판결이 일상이 되었다.

2023년 전공의 지원율을 보면 인기과인 피안성정재영(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1.51을 넘긴다. 반면 흉부외과, 산부인과, 외과는 0.71이다. 최근 이슈가 된 소아과는 16%를 채웠을 뿐이다. 지역 맘까페에 찍힌 소아과는 폐업만이 답이다. 대학병원 소아과 전공의가 공개된 장소에서 보호자에게 뺨을 맞은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경험을 한 소아과 의사는 다른 과로 개업을 했다.

의대 정원을 늘리면 낙수 효과로 생명을 다루는 과로 의사가 간다고 한다. 무슨 정책을 이렇게 집행하는지 모르겠다. 인기 과를 지원하는 의사는 많고, 생명을 다루는 과는 지원율이 낮다. 이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필수 의료란 항아리에 구멍이 났는데, 구멍을 메울 생각 없이, 많은 물을 붓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이다. 물을 더 넣기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우리 사회는 의사에 대한 두 가지 감정이 있다. 선망하는 분위기와 권위적이고 돈만 밝힌다는 것이다. 필수과 의사 부족은 의사 정원을 늘리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그런데 이를 의사가 말하니 오해를 풀기 어렵다.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도, 정치인도 국민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현재 달콤한 의대 정원 확대를 말한다. 의사를 늘리는 시간과 비용, 늘어난 의사에 지급되는 의료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의문이다.

외상 센터는 환자를 받을수록 손해라 한다. 건강보험 공단에서 운영하는 일산병원도 같은 말을 한다. 1997년 저수가 저보장으로 설계된 건강보험 제도가 45년간 지속되며 문제가 생겼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정부나 정치권도 싫어한다. 선망의 직업인 의사를 더 잘 살게 한다는 생각이다. 의료수가를 현실적으로 올려 생명을 살리는 필수 의료로 의사들이 오게 해야 하는데, 그 문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의대 정원을 늘려 의사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짧게는 6년 길게는 15년 이상 걸린다. 의사를 양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늘어난 의사의 의료비는 어떻게 감당하나 싶다. 의사에 대한 양가감정이 아닌, 무엇이 대한민국 의료를 위한 정책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초 고령화 사회라는 문제가 다가온다. 의사를 미워하는 마음보다, 건전한 재정으로 의료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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