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담 유형준 교수의 의사 문인 열전(81)

유형준 의사 문인 열전

[의학신문·일간보사]

“그렇게 해서 나는 삶을 두 배로 살겠다. / 잘 달리는 사람은 두 배로 달릴 수 있는 법. / 이 참된 기쁨, / 이 자연 속의 즐거움, 이 행복 속에서 / 나는 운명을 두려워하지도, 욕심내지도 않고, / 내일 나의 태양이 빛을 환하게 비추든, / 구름 속에 숨든 상관없이 / 매일 밤 담대하게 말하리라. / 나는 오늘을 살았다, 라고.”

신현림 시인이 엮은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에 실린 에이브러햄 카울리의 시 「나는 삶을 두 배로 살겠다」[원제목은 ‘결의(발췌)’]의 부분이다.

에이브러햄 카울리(초상화)
에이브러햄 카울리(초상화)

형이상학파의 마지막 시인이자 수필가인 에이브러햄 카울리(Abraham Cowley, 1618년~1667년)는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문방구상이었던 아버지는 카울리가 태어나기 직전에 세상을 떠났다. 어느 날 카울리는, 어머니가 응접실에 놓아둔, 에드먼드 스펜서가 지은 영국 문학 최대의 알레고리라 불리는 서사시 『요정 여왕』 사본을 보았다. 어린 카울리는 곧 ‘요정 여왕’에 빠져, 취학 전에 두 번이나 탐독했다.

이미 열 살에 자신이 창안한 6행 1연 형식으로, 서사적 로맨스인 피라모스와 티스베*의 비극사를 썼다. 경이로운 상상력의 조숙함이 만든 작품으로, 별 흠결이 없고 매우 뛰어난 수준의 구성을 지니고 있다. 이년 후엔 훨씬 더 야심 찬 『콘스탄티아와 필레투스』를 썼고, 즈음해서 웨스트민스터 학교에 들어갔다. 여기에서도 역시 비범한 정신적 조숙함과 다재다능함을 나타내어, 열세 살에 「더들리 칼튼 경의 죽음에 대한 애가」를 썼다. 이태 후, 상당한 분량의 이 시와 몇 편의 다른 시를 묶어 『시 꽃』을 발간했다. 카울리는 곧 유명해졌다. 이듬해에 발표한 목가적인 희극 『사랑의 수수께끼』는, 열여섯 살 소년의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으로, 경쾌하고 정확하며 조화로운 언어와 빠른 전개를 보여준다.

열아홉 살에 카울리는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에 선발 입학하여, 다양한 학문을 열정적으로 공부했으며, 일찍부터 성숙한 학자로서의 자질을 드러냈다. 그러나 젊은 시인의 학문적 몰입은 영국 남북 전쟁으로 인해 깨졌다. 전쟁 중인 1644년, ‘엄숙한 동맹과 규약’에 서명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캠브리지 펠로우십을 박탈당하고, 추방당했다. 그 후 헨리에타 마리아 여왕을 모시고 프랑스로 가서, 십이 년 동안 망명 생활을 했다. 여왕이 주고받는 모든 편지를 해독하고, 다방면의 방대한 정보를 관리하느라 밤을 새우곤 했다. 이러한 수고에도 불구하고 문예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송시(頌詩) 작사가 핀다로스의 작품을 만나, 높은 서정적 열정을 영어로 재현하려 했다. 또한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형이상학적 사랑 시집 『여주인』(1647년)을 완성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지나칠 정도로 정교하고, 자의식적으로 시적인 언어로 사랑을 노래하였다. 즉, 완전히 다른 것을 예기치 않게 치밀한 시어로 은유하여 독자의 감성을 뒤흔들었다. 『여주인』은 당대의 가장 인기 있는 시집이었다. 편린을 본다.

예술보다 자연에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는 / 내 여주인의 모든 부분을 차지할 겁니다; / - 나는 구애하지 않을 겁니다. 드레스를 / - 또는 밤이 한낮보다 만족을 / - 덜 주는 것을 / 아름다움만으로 화사해지는 그녀는 미인입니다.

- 「그의 여주인에게」 부분

왕정복고 후, 서른여섯 살에 영국으로 돌아와 옥스퍼드 대학에서 의학 공부를 시작했고, 삼 년 후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런던 남서부의 시골 처트시(Chertsey)로 은퇴하여, 몽테뉴를 연상시키는 냉정한 성찰의 에세이 등을 썼다. 식물학과 실험과학에도 관심을 두어, 「코카의 전설」(1662년)이란 시에서 코카를 영어 문헌상 최초로 언급하기도 했다.

늦은 여름 저녁, 초원에서 농장 일꾼들을 감독하던 중 감기에 걸려, 아마도 두 배로 달렸을 마흔아홉 생을 마감했다. 『캔터베리 이야기』 저자 제프리 초서, 에드먼드 스펜서 등과 함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혔다. 그의 위대한 미완성 서사시 『남북전쟁』은 사후 삼백여 년 만인 1973년에 세 권의 위대한 완결본으로 출판되었다.

* 로마제국 시대의 시인 오비디우스가 지은 『변신 이야기』에 나오는 두 연인의 운명적 사랑과 자살 이야기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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