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C ‘국민건강-산업 발전’ 두 토끼 잡는다

[의학신문·일간보사] 성재경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

성재경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
성재경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

우리는 일상 곳곳에서 ‘유전자’라는 단어를 접하며, 내 고유한 특성이 유전 때문인지, 혹은 환경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를 따져보곤 한다. 그리고 유전자의 비밀이 밝혀지고 있다는 최신 기사를 읽으며, 설렘과 함께 불안감도 느낀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어느덧 익숙하게 느껴지는 ‘유전자’는 의료현장에서도 희귀 난치 질환 등의 진단과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유전자검사 기술은 과연 우리 미래를 아름답게 바꿀 수 있을까?

소비자 대상 직접(Direct To Consumer, DTC) 유전자검사는 유전자검사기관이 의료인의 판단 없이 소비자에게 직접 유전자검사를 제공하는 검사다. 소비자는 이 검사를 통해 영양, 생활습관 및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다. 만약 DTC 검사에서 소비자의 유전자 중 특정한 소인이 발현되는데 기여하는 유전자에 변이가 확인되면, 이를 소비자에게 알려주어 소비자가 건강을 관리하는데, 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DTC검사는 생활습관 개선 원동력

예를 들어, DTC 검사에서 나에게 짠맛의 민감도를 떨어뜨리는 유전변이가 확인되었다고 하자. 이 유전변이로 인해, 나는 짠 음식을 덜 짜다고 느낄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조금 더 이야기를 진행해보면, 나는 짠 음식을 더 자주, 많이 섭취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훗날 고혈압에 걸릴 확률을 다소 높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나의 유전정보를 알게 되었으니, 평소 먹던 것보다 싱겁게 조리하며 식습관을 건강하게 바꿔보는 시도를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잘만 활용하면 이 DTC 검사는 생활습관을 건강한 방향으로 개선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유전자검사 결과가 나의 신체적 특성을 오롯이 반영할 수는 없다.

특정한 유전소인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발현하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나 이환율이 높은 만성 질환 등 주요 질병은 몇 개의 유전변이로 예측할 수 없다. 비단 유전변이뿐만 아니라, 나의 생활습관, 나를 둘러싼 환경 등 다양한 요소가 질병의 발현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유전자검사로 질병을 진단·예측하기 위해서는 DTC가 아니라, 반드시 의료진의 판단을 거치게 되어있다. 유전변이가 진단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희귀난치질환 등의 경우와 더불어, 유전변이가 100% 이환율을 보이진 않으나 어느 정도 질병발현을 높일 시에는 가족력과 기타 임상증상 등을 고려하여 의사의 판단하에 유전자검사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료진의 판단이 개입되지 않은 DTC 유전자 검사는 믿을만하고, 안전할까? 사실 충분한 과학적 연구를 토대로, 의학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이행되는 검사가 아니기에, 소비자를 오도(誤導)할 여지가 있다. 이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DTC 인증제다.

보건복지부는 DTC 인증을 부여받은 유전자검사기관에 한해서만 DTC 검사를 허가하고 있다. 2015년, DTC 유전자검사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는, 제한적으로 11가지의 검사 항목만 허용하였으나, 이것이 효율적으로 국민의 건강 수준을 높이는 데 활용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여 4년간의 시범사업을 거쳐 검사항목을 70개로 확대하였다. 이후 2022년 7월부터 DTC 인증제를 도입하여, 유전자검사기관의 검사역량을 다각도로 평가하고, 검사기관이 신청한 유전자검사 항목의 정확도와 적절성 등을 검토한 후 검사를 허용하고 있다. 2022년 12월, 자격을 갖춘 여섯 개의 유전자검사기관에게 최초로 인증을 부여했고, 올해 상반기 유전자검사 항목도 81개로 확대했다. 앞으로 정부에게 부여된 과제는 명확하다. DTC 인증제가 얼마나 잘 정착하는가이다. 그리고 DTC 인증제를 도입한 후, 실질적으로 유전자검사기관의 수준이 얼마나 발달하였는지, 또 그에 따라 국민의 건강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하는 것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인증제, 기초 연구 활성화 기폭제

보건복지부는 이 인증제가 유전자검사 관련 기초 연구를 활성화하는 기폭제로 작용하여, 우리나라의 유전자검사질적 수준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와, 국민의 건강과 산업의 발전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목표다.

서두에 던진 질문에 대답할 차례다. 유전자검사기술 그 자체는 긍정적인 미래도, 부정적인 미래도 보장할 수 없다. 유전정보가 아무리 값진 정보라고 해도, 결국 그 가치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모든 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정부는 선택의 기로에서, 유전자검사가 국민의 건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유전자검사기술을 발전시키면서도 안전하게 활용되는 방향으로 길을 여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제 막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DTC 인증제가 앞으로 국민의 건강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기대가 크다. 소비자에게 무의미하거나 잘못된 유전정보를 전달하지 않으면서도, 건강을 위한 선택을 하는데 유용한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 DTC 검사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