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료기술과 미래의료산업 조망

박상준 메디컬아이피 대표이사
박상준 메디컬아이피 대표이사

[의학신문·일간보사]

글로벌 리서치 기업인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트윈’ 시장은 2028년까지 그 규모가 860억 9,000만 달러(약 11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전망치가 2025년 기준 295억 7,000만 달러(약 38조원)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3년간 3배에 가까운 성장을 내다보고 있는 셈이다.

IT 리서치사 가트너(Gartner)도 지난 2017년 디지털 변혁 시대를 이끌 10대 전략 기술로 ‘디지털 트윈’을 선정한 이후 연이어 3년간 선정하는 등 디지털 트윈 기술은 지난 수년간 미래를 이끌 핵심 기술로 주목 받았다. 가트너는 시장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을 통해 디지털 트윈이 향후 10년 내 본격적인 기대정점(Peak of Inflated Expectations)에 위치할 것으로 전망했고, 실제로 디지털 트윈 기술이 접목되는 산업 분야는 지속 다변화되며 전 산업 전반에 걸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 엔비디아(NVIDIA)에서도 이를 선점하기 위해 디지털 트윈 특화 플랫폼인 옴니버스(Omniverse)를 공개하기도 했다.

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것을 의미하는 디지털 트윈은 철강, 조선, 에너지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디지털 트윈이 시뮬레이션 주도 디자인(Simulation-led design)으로 제품 개발 로드맵을 사전에 탐색할 수 있게 하고 사고의 예방과 이상 예측, 운영 최적화 등을 도와 해당 산업 및 시스템을 원활히 운영하는 데에 쓰일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제품의 무결성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상세계에 구현한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리스크를 줄이는 해당 기술의 강점은 최근 의학 분야에서 도입이 확산되며 ‘메디컬 트윈’이라는 키워드로 완성됐다.

의료 및 생명 과학 분야에서 메디컬 트윈은 환자를 대상으로 할 수도 있고 혹은 병원 및 제약 산업에서 예측을 통한 제품과 서비스의 개선, 분석 및 최적화, 고도화 등에 사용될 수 있다. 이 기술의 초점은 인체 내 장기를 쌍둥이처럼 제작해 디지털 공간 속에서 활용하도록 하여 세포를 이해하고, 환자에게 의학 및 치료를 적용하는 데에 있다. 아래는 메디컬 트윈의 주요한 사용 사례다.

1. 진단 및 치료 결정 지원(Diagnosis and treatment decision support) : 다양한 데이터 소스(MRI, CT, 직접 측정, 실험실 결과 및 유전자 데이터 등)를 사용하여 제작한 환자의 디지털 트윈을 통해 건강 상태를 시뮬레이션하고 진단 및 치료를 지원할 수 있다.

2. 환자 모니터링(Patient monitoring) : 영상 분석, 대화 AI 솔루션은 질병 진행을 더 잘 이해하고 질병을 조기에 감지하며 치료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디지털 트윈과 생체 인식, 행동 및 감정적 데이터를 공급한다.

3. 수술 시뮬레이션(Surgery simulation) : 결과를 예측하기 위한 수술 계획 및 임상 절차를 시뮬레이션하여 환자의 위험을 줄이고 치료의 성공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

4. 약물 개발 및 발견(Drug development and discovery) : 분자와 단백질이 상호 작용하는 방법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여 올바른 치료제를 식별하고 최적의 복용량으로 새로운 약물을 테스트하고 결정할 수 있다.

5. 의료 기기 설계 및 최적화(Medical devices design and optimization) : 의료 기기 설계 시 가상세계 플랫폼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여러 조건에서 다양한 환자 사례에 적용해보며 제품을 테스트 할 수 있다.

결국 다양한 서버에 저장된 환자 데이터가 현실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3차원 세계로 확장되어야 하며, 그 데이터를 메디컬 트윈이라는 형태로 현실로 끌고 와 여러 의료 산업에 적용할 때 비로소 우리의 건강한 삶을 실현시켜줄 만한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간 주로 모의실험의 용도로 쓰였던 디지털 트윈 기술은 최근 AI와 GPU, 클라우드, 5G 이동통신, 블록체인, NFT 기술, 고도화된 3차원 모델링 등 최첨단 기술들이 더해지며 물리 공간과 가상 공간의 동기화를 만족시켜 가고 있다.

이에 메디컬 트윈도 의료 현장의 다양한 정보들과 함께 보이지 않던 인체 내부의 주요 정보를 실시간으로 반영하여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데까지 이르렀으며 이는 현실에서의 약물 전달, 수술 시뮬레이션, 계획 수립, 치료 관찰 등의 의료 시스템을 가상공간으로 옮겨가 유용한 콘텐츠로써 의료진과 환자의 편의성, 안전성, 안정성 등을 제고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메타버스 등 첨단 신기술들과 결합되며 교육이나 수술 시뮬레이션 등에서 혁신적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 기대되고 있다.

일례로 증강현실 기술이 접목된 의료기기 중 최초로 식약처 인증을 획득한 ‘MEDIP PRO AR(메딥프로AR)’는 외과적 중재술이나 수술 시 피부, 뼈, 뇌 내부 기관의 위치나 크기 등의 정보를 환자의 수술 부위에 증강현실로 구현함으로써 의료진이 환자의 장기 및 병변을 육안으로 확인하여 효과적으로 수술 경로와 위치 등을 결정하도록 돕는다. 의료영상에 기반한 메디컬 트윈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이야기다.

의료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에 가장 보수적으로 기술을 도입하고, 마지막까지 신중을 기해야 하는 산업 영역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디지털 속의 나와 너, 메디컬 트윈 기술을 잘 활용한다면 의학은 주체적 의료와 환자를 향한 서비스를 뛰어넘어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고 믿는다. 메디컬 트윈을 비롯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등을 체화하며 성장하는 오늘날의 청소년들이 10년 후 사회에 나와 맞이할 병원과 의학에서 메디컬 트윈은 결코 새롭거나 낯설지 않은 하나의 의료적 루틴으로 여겨질 지도 모른다.

- 박상준 메디컬아이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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