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특성별 육성 전략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

[의학신문·일간보사]

1994년 요양병원이 설립되고 2023년 현재까지 노인 의료와 복지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힘들고 열악한 환경에도 요양병원은 묵묵히 시대의 사명을 감당한 것이다. 고령화는 전 세계적 문제이며, 의료비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18년 전체 병상 비율 44.0%를 차지하는 요양병원은 총 의료비의 8.6%만 사용했다. 일당 정액제의 요양병원은 저비용 고효율로 대한민국 고령자 의료의 축을 담당한 것이다.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산술적 계산으로 모든 가구에 고령자가 있다. 의료와 요양,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를 가정에서 감당하기는 힘든 일이다. 대부분의 경우 고령자 부양은 며느리의 몫이었다. 하지만 요양병원이 있어 국가 의료비를 절감하면서, 여성의 경제 활동을 장려할 수 있었다. 요양병원은 여성의 인권과 권익향상에도 큰 역할을 했다.

의료 체계에도 생태계(순환 구조)가 있다.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에 대학병원 등 급성기 병원을 방문한다. 재활이 필요한 경우 재활 병원, 정신건강이 필요한 경우 정신과 병원, 의료와 요양 돌봄이 필요한 경우 요양병원으로 전원 된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절, 대학병원에서는 환자를 퇴원시킬 요양병원이 없어, 환자를 퇴원시키지 못해 애를 먹었다. 이는 요양병원이 대한민국 의료 생태계에서 필요함을 입증하는 예시다.

요양병원은 필요한데 왜 국민들의 미움을 받게 되었을까. 요양병원 협회와 요양병원 운영자는 이 부분을 잘 살펴봐야 한다. 의료행위를 하면 할수록 적자를 보는 일당정액제로 의료 기능이 약화 된 측면, 요양병원은 간병 제도가 없어 비숙련 중국 동포가 간병을 한다는 점 등 국민의 신뢰를 잃은 부분을 살펴야 한다. 요양병원의 문제는 요양병원이 가장 잘 알고, 해결책도 요양병원이 제시해야 한다.

‘요양병원이 애쓰고 있다.’는 대국민 홍보와 함께 대정부 홍보를 통해 요양병원 의료 기능을 강화시키는 정책과 제도를 제안해야 한다. 요양병원에서 행위별 청구가 가능한 폐렴, 패혈증이 있다.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감염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욕창도 감염이고 욕창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으면 패혈증으로 진행된다. 욕창 치료는 적정성 평가에도 포함될 정도로 중요하니, 정부는 욕창의 행위별 수가를 인정해야 한다.

요양병원 협회는 고령자 건강 관리에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개발하고, 표준화된 시스템을 만들어 제안해야 한다. 여기엔 요양병원 간병 제도도 포함된다. 장기요양에 속한 요양원은 요양보호사 제도를 통해 한국인 돌봄이 가능하지만, 요양병원은 간병 제도가 없어 문화와 언어가 다른 중국 동포가 관리한다. 그러니 간병 문제가 생긴다. 요양병원 협회가 정부에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간병 문제는 막대한 국가 제정이 소요된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남충희 회장은 임기 중 ‘스마트 요양병원’을 의제로 삼아 AI 간병, 낙상/골절 방지 침대 도입 등을 기획 중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양병원도 신(新)의료를 받아들여야 한다. AI 간병으로 야간에 투입되는 간병인 숫자를 줄이고, 낮 시간에 집중 배치한다. 바닥까지 내려오는 침대로 새벽의 낙상/골절 사고를 줄인다. 하지만 현재의 수가로 이를 도입할 요양병원은 없다.

요양병원이 먼저 변해야 한다. 2019년 7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주요 질병군별로 요양병원 전문화를 제안했다.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요양병원도 변해야 한다. 요양병원의 의료 기능이 강화되면 요양원과 차별점도 생긴다. 지역사회 커뮤니티케어도 동참해야 한다. 요양병원에서 퇴원한 환자의 경우 요양병원의 의료진이 방문 진료, 재택 의료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정부도 요양병원이 제대로 운영되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요양병원은 정부의 파트너가 되어 대한민국 고령화의 든든한 방파제가 되어야 한다. 고령자 의료 현안에 대해 공통된 의견을 만들어 정부에 제안하고, 정부 정책에도 적극 참여 해야 한다. 현재 요양병원은 규제에 규제를 더해 숨쉬기 힘든 상황이다. 요양병원 의무 인증, 적정성 평가, 감염 관리 등. 하지만 우선순위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요양병원이 되는 일이다. 요양병원이 노력하면 국민들은 요양병원을 지지할 것이다.

요양병원이 제 역할을 한다면 대한민국의 고령자는 행복한 노후를 보낼 것이다. 고령자의 미래는 요양병원의 노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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