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특성별 육성 전략

박진식&nbsp;<br>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
박진식
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없는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고령화 속도를 결정하는 요인이 장수 인구의 증가보다는 부양 인구의 감소에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여파는 여타 어느 나라보다 심각할 것이다. 인구의 고령화는 의료비 증가라는 경제적인 측면, 복합질환자의 증가라는 의학적인 측면 그리고 독립적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환자의 증가라는 사회적인 측면에서 의료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효율성·통합성 그리고 접근성을 갖춘 지역의 중소병원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지역 중소병원들을 통한 효율성과 통합성 확보= 대형병원들은 일반질환부터 희귀난치성질환까지 모두 진료하기 위해서 많은 시설과 장비 그리고 아주 세분화된 세부 분과로 분리 되어있는 반면, 지역의 중소병원들은 지역에 흔한 질환을 중심으로 진료 역량을 갖추고, 세부 분과로 분리하기보다는 통합된 형태의 전문과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운영하기 때문에 중소병원에서는 대형병원에 비해 더 적은 비용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효율적인 진료를 할 수 있다. 상급병원에 비해서 종합병원은 5%, 병원은 10%의 종별 가산을 덜 지급해도 되기 때문에 보험 재정 보존에 기여할 수 있다.

◇지역 중소병원들을 통한 접근성 확보= 나이가 들어갈수록 의료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도움, 즉 돌봄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진다. 특히 돌봄의 요구가 높아지는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 노인이 빠르게 증가해 2040년에는 전체 노인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2023년 현재 75세 이상 후기 고령인구는 630만명, 50대 자녀층의 인구는 860만명으로 돌봄제공자가 더 많지만, 10년 후에는 후기 고령인구는 1000만명에 달하는 반면, 50대 자녀층의 인구는 790만명으로 감소하게 되어 1인당 1.3인의 부모세대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현재와 같이 급성기 진료를 위해 먼 곳에 있는 대형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흔한 질환들은 지역내의 중소병원에서 해결하고, 해결이 어려운 난치성 질환에 대해서만 대도시의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도록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지역 중심의 의뢰 회송 체계 구축= 현재 의료기관은 1차·2차·3차 의료기관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의료전달체계의 핵심인 의뢰 회송체계에서는 1차의료기관에서 3차의료기관으로 직접 의뢰를 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 2차의료기관이 배제된 의료전달 체계가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지역 내에서 신뢰성 있는 의뢰-회송 네트워크/의료전달체계가 형성되지 않고, 수도권의 대형병원으로 모든 환자가 집중되고, 지역의 상급 종합병원과 대형병원은 중소병원과 환자와 의료인력 두 가지 모두에 대해 경쟁하게 되어 의료전달체계 형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1차에서 지역내 2차의료기관의뢰, 2차에서 지역내 3차의료기관으로 의뢰하여, 지역내 의뢰-회송 체계를 이용하는 경우에 대해서 더 높은 수준의 보상을 함으로써, 지역기반 의료전달체계가 의료계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형성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역 중심의 응급의료 체계 구축= 현재 응급의료체계의 개편방향에서 중증일 가능성이 있는 환자가 최초 이송병원에서 최종 치료를 받지 못하여 생기는 undertriage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중증질환의 가능성이 있는 환자의 첫 번째 이송대상을 중증응급의료센터로 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체계 개편시에 원거리에 있는 중증응급의료센터까지 이송하는 과정에서 환자상태가 악화되거나, 중증응급의료센터에서 치료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의 치료 과정에서, 중증응급의료센터의 중요 치료 자원(특히 중환자실, 수술실, 의료진 등)이 사용됨으로써 정작 중증치료자원이 필요한 환자에게 배정되지 못하는 문제가 더 클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각 지역별 중소병원들의 응급환자 진료 능력을 최대한 육성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응급의료 체계를 구축하여,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치료 자원을 최대한 보존 하는 것이 지역내 응급환자의 예후를 호전 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질평가제도 보완을 통한 신뢰 회복= 상급종합병원과 지역의 중소병원은 환자들의 이용행태가 다르며, 제공해야 하는 의료의 수준도 다르기 때문에, 같은 잣대로 다른 종별의 의료기관을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으나, 현재는 같은 잣대로 평가함으로써 상급종합병원/대형병원은 의료의 질이 좋은 병원이고, 규모가 작은 병원은 의료의 질이 낮은 병원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이로 인하여 지역의 중소병원들이 역할을 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에 적용되는 의료질평가는 선택진료비 폐지에 대한 보상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용되면서, 의료의 질을 평가하는 제도가 아니고, 지원금을 나누기 위한 평가제도로 변질 되어있는 상황으로 중소병원의 의료의 질에 대한 잘 못된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 각자에게 주어진 기능에 따라 평가 기준을 정비하고, 종간의 상대평가가 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지역 병원들의 역할이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여, 환자와 의료기관간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

중소병원의 역할 강화를 통해 지역의 의료인프라가 강화되고, 초고령화 사회에 대응이 가능한 의료시스템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 박진식 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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