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분야 주요 이슈와 정책과제

박준석 대웅제약 신약센터장
박준석 대웅제약 신약센터장

[의학신문·일간보사]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인공지능(이하 AI’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활약하고 있는데 이중 ‘AI 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 분야도 상당히 각광받는 분야이다.

AI 신약 개발은 이미 구축된 임상 빅데이터와 신약 개발에 적합한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AI 기술이 신약 개발에 드는 막대한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기간 단축을 통해 새로운 질환(코로나19) 같은 문제에 대하여 빠르게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해 대응할 수도 있게 해주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은 목표한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타깃(예: 카이네이즈(Kinase))을 선정하고, 이 타깃에 작용해 안전하게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후보 물질을 도출하는 단계부터 시작된다. 제약사들은 신약을 개발할 대상 질환을 정하고, 수백 개의 관련 논문을 살펴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후보 물질을 탐색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이 과정을 통해 소요되는 신약 개발 기간은 평균 10년 이상, 비용은 약 2조~3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들여도 후보물질 도출부터 임상 1상~3상을 거쳐 허가 단계까지 진행할 때 실패 확률이 평균적으로 92%에 달한다고 한다.

만약 이 과정에 AI를 투입한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AI는 한 번에 100만 건 이상의 논문을 탐색할 수 있어 수십 명의 연구자가 1~5년간 해야 할 일을 하루 만에 진행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AI가 신약 개발 전 단계에 활용될 경우 개발 주기가 15년에서 7년으로 단축되고, 개발 비용도 약 6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좋은 사례로서 2019년 중국 AI기업인 인실리코메디신은 섬유증 치료 후보물질을 46일만에 도출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명공학'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대규모 화합물 데이터베이스와 타깃 단백질의 구조 및 생리 활성을 학습한 후 초기 3만종의 가상 물질을 설계했고, 다양한 필터와 조건을 적용해 최종 6종의 가상 물질을 선정하여 합성 후 활성 및 약효 실험을 통해 후보 물질을 발굴했다. 이후 2022년 7월 최종 후보물질(INS018_055)을 임상 1상 지원자에게 투여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AI 기술을 이용하면 후보물질 도출을 더 빠르게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대웅제약 본사 전경
대웅제약 본사 전경

이렇게 신약 개발 과정에 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단축해주는 AI 기술의 특장점에 힘입어 국내외 제약사들은 AI 신약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스위스 제약사 로슈나 미국의 얀센과 화이자, 독일의 바이엘 등 다수의 글로벌 빅 파마들은 일찌감치 AI 플랫폼 기업과 협력해 신약 개발에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했으며, 세계적으로 신약 개발 AI 스타트업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이다. 국내에서도 대웅제약을 비롯한 동아ST, 유한양행, 한미약품, JW중외제약 등 많은 제약사들이 자체적으로 AI 기술을 도입하거나, AI 전문기업과 협업해 AI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웅제약은 신약개발 전 주기에 걸쳐 다수의 AI 전문기업과 협업을 통해 AI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먼저, 가장 초기 단계에서는 정해진 타깃에 활성을 나타내는 Hit(활성 화합물)을 발굴하는 연구를 다수의 AI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Hits(히츠)사와 신규 항섬유증과 항암 프로그램을 수행했고, ‘에이조스 바이오’와는 항암제 프로그램을, 미국 ‘A2A’사와는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을 억제하는 항암 화합물 발굴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이 단계에서는 통상 1~3개월 이내에 활성이 예측되는 화합물을 AI기업에서 제시하면 대웅제약에서 화합물을 구입하거나 직접 합성하여 목표하는 수준의 활성을 갖는 Hit를 찾는 단계이다. AI 기업들의 역량이 확연히 드러나는 분야이기도 하다.

또한 Hit 도출부터 후보물질 발굴까지의 전 과정을 수행하는 AI 기업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미국 소재의 ‘크리스탈파이(XtalPi)’와도 협업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양자물리학 전문가들이 설립한 AI 신약 연구개발 기업으로 중국에 AI를 접목한 로봇-기반의 신규 화합물 합성 연구실이 상당한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데, 화합물의 설계부터 합성, 활성 평가까지 신약 후보물질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규모로서 빠른 연구수행이 특징이다. 이번 협력을 통해 양사는 합성 치사(synthetic lethality) 원리에 기반한 항암 타깃 신약 개발을 공동 진행하고 있다. 크리스탈파이가 신약후보 물질을 발굴하면, 대웅제약은 전임상 및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사업화를 진행하는 구조이다. 이미 첫 번째 활성 평가를 통해 유효한 활성 화합물을 발굴했고, 현재 후보물질 도출을 위해 양사의 연구진들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이렇게 발굴된 후보물질을 임상에서 다양한 적응증으로 개발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도 AI 기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대웅제약은 2021년부터 국내 온코크로스사의 AI 플랫폼인 ‘랩터(RAPTOR) AI’를 활용해 대웅제약이 개발한 2가지 신약 후보물질인 이나보글리플로진(22.11월 2형 당뇨치료를 위한 국내 36호 신약으로 식약처 승인, 제품명: 엔블로)과 베르시포로신(DWN12088, PRS 저해 항섬유화제, 현재 특발성 폐섬유증에 대해 글로벌 임상2상 진행중)의 적응증을 확대하는 연구를 개시했다.

대웅제약은 이렇게 신약개발 전 주기에 걸쳐 다양한 AI 기업과의 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국내 34호 신약 ‘펙수클루’와 36호 ‘엔블로정’과 같은 Best-in-class 신약 개발을 통해 확보한 신약개발 역량을 PRS 저해제 ‘베르시포로신’, ITK/BTK저해 자가면역 치료제 ‘DWP213388’과 같은 First-in-class 신약 개발로 확대 발전시키고자 하는 전략과도 연결된다. 즉, 대웅제약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신약경쟁에서 남들과 다른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 AI 신약 개발 기술을 활용하여 더 새로운 타깃에 더 빠르고 우수한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적응증을 발굴해 기존 대비 더 높은 연구 생산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 박준석 대웅제약 신약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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