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분야 주요 이슈와 정책과제

한태동 동아에스티 상무
한태동 동아에스티 상무

[의학신문·일간보사]2021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한국인의 10대 사망원인은 암,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질환, 자살, 당뇨병, 알츠하이머병, 간질환, 패혈증, 고혈압성 질환 순이었으며, 최근 몇 년간 유사한 경향성을 보인다고 발표하였다. 이처럼 현대사회는 다양한 질병으로 인해 사망과 삶이 질이 떨어지고 있으나, 이에 대한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은 3~4년 동안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약 1.5~2년 동안의 전임상연구를 거쳐, 임상 1~3상까지 총 10년이 넘는 시간과 수천억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오히려 후보물질에서 약이 되는 비율은 10%도 되지 않는다.

또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FDA 승인받은 신약은 평균 51개 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더더욱 동일한 타깃으로 같은 적응증으로 비슷한 약효를 보이는 약물을 제외한다면 더 적은 수의 신약이 승인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을 줄이고, 신약의 성공확률을 높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신약개발 연구자들은 모두 그 길을 따를 것이라 생각된다. 이에 2010년대 후반부터 대두된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은 모두가 가야하는 길처럼 보였으며, 지금도 끊임없이 국내외 신약개발사들은 이를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에 인공지능 신약개발 사례들을 살펴보고 앞으로 보완해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얘기 해 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신약개발을 개발함에 있어서 전통적인 신약 개발 방법으로는 10년이 넘는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연구단계 물질의 1%도 되지 않는 물질만이 인허가에 성공하는 비효율적인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이에 빅데이터와 이를 활용한 인공지능 모델 개발은 초기 약물 후보군을 찾고 최적화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의 감소뿐 아니라, 성공 확률을 높이고자 수많은 국내외 제약회사들은 인공지능 개발회사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 바둑에서 세계를 제패한 인공지능 알파고를 탄생시킨 구글 딥마인드가 알파폴드를 개발하였으며, 이는 질병 등 생명현상과 직접적 관련인 있는 단백질 구조를 인공지능을 통해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사도 노바티스와 함께 개인 맞춤형 항반변성치료제,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개발과 약물 디자인 등 신약개발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위해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는 등 컴퓨터 기반 기업들이 활발히 신약개발 연구에 뛰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해외제약사들은 국내제약사들보다 4~5년 앞서 다양한 형태로 인공지능 회사들과의 협력을 통한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었으며, 타깃 발굴, 후보물질 도출, 임상시험, 기존약물 용도 변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을 활발히 하고 있다. 또한 하나의 제약사가 한군데의 인공지능회사만 협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개발하고자 하는 방향에 맞게 다양한 인공지능 기업과 공동연구를 하고 진행하고 있으며, 아래에 해외제약사들의 인공지능 협력업체와 연구 내용을 아래와 같이 요약해 보았다.

이처럼 대부분의 글로벌 제약사들은 빅데이터 활용에 있어 인공지능의 역할을 인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신약개발에 AI를 적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제약사와 AI 기업 간의 협업 사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022년 1월 영국의 AI 스타트업인 Exscientia는 Sanofi와 최대 15개의 후보물질 개발을 위해 1억달러의 upfront를 포함한 최대 52억 USD milestone을 포함한 규모의 딜을 체결한 바 있다. 이는 양사가 2016년과 2019년에 발표한 협업 이후 추가로 체결한 계약으로서 제약사가 AI를 이용한 신약개발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를 확대 적용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겠다.

글로벌 제약사와 AI 기업 간의 협업을 통해 개발된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단계에 진입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는데, 앞서 언급된 Exscientia는 일본 Sumitomo Dainippon Pharma와 함께 개발하고 있는 강박장애(Obsessive Compulsive Disorder) 치료 후보물질 DSP-1181을 비롯하여,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EXS-21546,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DSP-0038이 임상 1상에 진입하는 성과를 보였다. 또한 홍콩 기반의 AI 기업 Insilico Medicine은 AI가 설계한 폐섬유화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치료 후보물질 ISM001-005에 대한 첫 임상 시험을 2021년 11월 호주에서 시작하였으며, 이외에도 BenevolantAI, Schrödinger 등이 AI를 통해 개발한 후보물질을 임상에 진입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해외 글로벌제약사와 AI 기업 간 협업은 건수뿐만 아니라, 협업 딜 규모 또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신약개발 과정의 전주기에 걸쳐 빅데이터 활용을 통해 다양한 협업으로 연구개발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감소시키고자 지속적인 노력을 하는 있다.

해외 글로벌제약사들은 신약개발 과정의 전주기에 걸쳐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AI기업들과 다양한 협업으로 연구개발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감소시키고자 지속적인 노력을 하는 있다.

국내제약사들 역시 이러한 시대적인 상황에 맞추어 2019년 7월 SK케미칼은 국내 AI기업인 스탠다임과 항암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공동연구를 진행한다고 발표하였으며, 11월 유한양행은 캐나다 AI기업인 사이클리카와 2개의 과제를 진행한다고 발표하였다. 2013년 설립된 AI 기반 신약플랫폼 기업인 사이클리카는 2022년부터 삼진제약과 SK케미칼과도 신약 후보물질 도출에 대한 공동연구 진행한다고 발표하였는데, 이처럼 한 기업이 다양한 파트너들과 그들의 기술을 협업하고 있으며, 국내 AI기업인 심플렉스, 온코크로스, 스탠다임, 신테카바이오 등도 하나의 국내 제약사와 공동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2~3 이상의 제약사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2018년 네이버의 인공지능(AI) 기술, 분당서울대병원의 의료 데이터, 대웅제약의 헬스케어 지식을 모두 더해 AI를 토대로 한 의료 빅데이터 분석 등의 연구를 진행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연구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SK바이오팜은 현존하는 약물 관련 DB와 논문 정보가 집약된 빅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해주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여 이를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현재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에 따르면 약 50여개사로 추정되며, 이들 중 정보가 공개된 기업에 대한 누적 투자금 또한 약 6000억원으로 신약 개발에 대한 인공지능의 활용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제는 수많은 기사에 국내제악사와 인공지능회사와의 협업 기사는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다.

대표적인 국내제약사 기업인 동아ST, 유한양행, 대웅제약 등은 최근 4~5년 동안 글로벌제약사와 같이 하나의 AI기업인 아닌 개발 단계 및 적응증에 따라 다양한 AI기업들과 협업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투자비용 대비 보여준 결과물이 없어 이들뿐 아니라 제약사와 AI기업들과의 공동연구에 대한 기사들이 최근에는 다소 감소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진다.

하지만 이제 4~5년 밖에 되지 않은 기술을 현재까지 성과가 없다고 신약개발에 도움이 되는 기술로 판단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되며,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지금의 기술로 신약개발의 어느 단계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할 시기이며, 인공지능 기술이 향후 신약개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임은 명백하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는 2019년 처음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정부과제가 시작되었으며, 이후 다양한 형태로 정부에서 투자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인공지능신약개발센터를 중심으로 국내제약사들과 ‘한국형 AI 신약개발 연구협력모델 사업’을 기획하고 있는 만큼, 국내 신약개발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정부 주도하에 제약기업과 정부출연연구소, 대학 간의 협업으로 공공의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어 신약개발 연구기관들이 활용할 수 있다면, 국내 제악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이 갖추어 지는데 도움이 되리라 판단된다.

또한 이러한 다양한 인공지능 활용 사업에 많은 투자를 통해 국내 AI기업들의 기술 향상뿐 아니라 신약 개발 선진국으로 한걸음 나아가기를 바래본다.

지금까지 23년 동안 신약개발을 연구한 사람이지만, 인공지능을 신약개발에 활용한 경험은 고작 4년에 불과하여 “AI가 신약개발에 도움이 된다, 안된다”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에서 처음 시작한 과제의 참여와 해외 유명 AI기업과의 공동연구 그리고 국내 AI기업들과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자면, 처음 기대했던 만큼 우수한 약효를 보이는 물질을 빠른 시간내에 찾지 못하였고, 예측한 물질들이 다소 부족한 결과를 보였지만, 분명한 것은 후보물질 도출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 제시와 연구 방향성에 도움이 되었다고는 말할 수 있다.

지금도 작년 정부과제에 공동연구 진행으로 저희 동아에스티와 AI기업인 심플렉스, 연세대 의과대학이 선정되어 환자 세포주를 활용한 데이터로부터 인공지능을 통해 타깃을 발굴하고, 후보물질 도출과정 역시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하여 진행하고 있다. 저의 생각에는 이러한 경험들이 AI기업뿐 아니라, 신약개발사들이 쌓여서 향후 AI신약개발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초석이 되리라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국내 AI신약개발 협업은 선진국에 비해 너무나도 부족한 상황이며, 이는 제약사들의 부족한 연구비를 아직 확신이 없는 인공지능 예측에 투자를 하기를 주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며, 만약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내 AI기업들은 경험 부족으로 인해 기술력 성장이 둔화될 것이며, 향후 선진 해외 AI기업들과의 격차는 더 커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정부 주도하에 지금보다도 AI신약개발 기업들과 신약개발사들에게 더 많이 투자하여 미래의 제약 주도권을 갖는 나라가 되기를 기대하며, 코로나 시기에 경험 해 보았듯이 이제는 새로운 치료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최고의 선진국이라는 불리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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