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분야 주요 이슈와 정책과제

정원용&nbsp;<br>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개발지원센터 책임연구원
정원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개발지원센터 책임연구원

[의학신문·일간보사]

인공지능(AI)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인 기술로 제약 및 의료를 포함한 많은 산업 분야에서 혁신을 촉발하고 있다. AI 신약개발 분야에서도 타깃발굴, 후보물질 설계·합성, 검증과정을 넘어 전임상, 임상 전 단계에서 다양한 학문 분야와 융합되면서 방대한 데이터 기반의 AI 기술 도입 및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AI는 약물 발견을 가속화하여 시간을 단축하고, 임상시험을 최적화하여 비용 절감 및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이를 보다 조기에 실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고, 지속적인 투자와 생태계 활성화도 필요하다. 국내 AI 신약개발의 현황과 과제를 살펴보고, 생태계 활성화 방안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AI 신약개발 현황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AI 기업들과 협력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 신약의 신규 적응증 관련 연구, 통풍 치료제, 비알코올성 지방간, 항암에 대한 신약 후보물질 도출과 발굴 등 30여 개 제약바이오기업에서 각자의 목적에 맞는 AI 기술을 활용하여 활발하게 신약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글로벌제약기업과 산·학의 협력을 통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신경퇴행성 질환 예측, 대장염 바이오마커 탐색 등의 협력 사례가 있다.

제약바이오기업의 AI 도입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AI 팀을 신설하는 등 AI 신약개발 시스템을 자체 도입하려는 기업군이다. 또 하나는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AI 기업들과 협력하는 기업군이다. 글로벌 제약기업들 역시 AI 기업 지분투자, 공동연구 추진, AI 기술 플랫폼 구축 등 다양한 방식으로 AI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AI 기업들도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고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신테카바이오(상장), 파로스아이바이오(상장예비심사 통과)를 꼽을 수 있다. 이밖에도 시리즈 A~C 단계에 48개 AI기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을 의약품 종류별로 살펴보면 단백질 의약품, 합성 의약품, RNA 의약품(백신), 세포치료제, 표적 단백질 분해제 등 다양하다. 신약개발 단계에서 현재 상당수 회사의 사업 영역은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 집중되어 있지만, 점점 신약개발 전 과정과 다양한 모달리티로 사업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국내 주요 AI 신약개발 기업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2022년 기준으로 100건 이상으로 확인되며, 이중 임상 단계에 진입한 파이프라인은 온코크로스가 개발한 근감소증 치료제 등 3건으로 3.8% 수준으로 확인된다. 세계적으로도 23개의 AI 발굴 신약이 임상시험을 하고 있으며, 제약기업과 AI 기술을 접목한 신약개발 사업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다.

최근 신약개발 AI 기업은 협력을 넘어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같이 연구시설을 갖춘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는 등, 회사 내 화합물 합성 연구소, 효능 평가 연구소 등의 연구시설을 직접 구축하여 AI와 신약 연구부서의 통합, 자동화 랩(lab)으로 효율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생태계 활성화 과제

앞에서 살펴본 AI 신약개발 현황과 같이 AI 기업과 제약기업이 협력 연구를 통한 성과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기술 수요자인 제약기업과 기술 제공자인 AI 기업 모두의 만족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두 전문영역 간 융합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제약기업은 AI 기술에 대한 이해 그리고 AI기업은 신약개발에 대한 이해가 아직은 부족하다.

AI신약개발지원센터는 AI 신약개발 분야에서 AI와 제약업계 두 전문영역이 소통하고 기술을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20개 제약기업이 참여하는 AI신약개발전문위원회, 27개 AI 기업이 참여하는 AI신약개발협의회를 중심으로 오픈이노베이션, 파트너링, 워크숍, 정책간담회 등을 개최하며 협력 생태계 조성 및 공동 연구 활성화에 매진하고 있다.

정부는 AI 활용 신약개발 분야의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정부 차원의 민관협력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는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AI·빅데이터 활용 신약개발 분야 R&D 집중 지원’ 등의 사업을 통해 제약 산업의 AI 활용을 지원하고 있다.

AI 신약 개발 생태계 활성화에 걸림돌은 크게 데이터 부족과 전문인력 부족이다. 첫째, 데이터 측면에서는 AI 모델을 훈련하고 개선하기 위한 충분한 양의 고품질 데이터가 부족하다. AI 기술의 성능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대량의 데이터 소스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공공 데이터, 의료데이터, 제약기업 데이터는 절차, 규제와 윤리적 고려사항, 개인정보보호, 보안, 지식재산권 등의 문제로 인해 데이터 확보 및 공유에 어려움이 많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산업계, 학계 등을 포함한 다양한 부문의 이해관계자 간의 협력과 조율, 데이터 공유에 대한 규제와 지침 마련, 규제 환경 개선으로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고, 공공기관, 병원, 제약기업 등에서 다양한 데이터 세트 개발 및 연계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 및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둘째, AI 신약개발 분야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 부족이다. AI신약개발지원센터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교육, 실습 연계 교육 등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정부도 ‘IT-BT 융복합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AI 신약개발 분야 전문인력 양성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AI 신약개발 분야는 빠르게 발전하는 새로운 분야로 전문적인 지식과 활용 기술을 보유한 융합인재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신약개발에서 요구하는 전문인력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AI 신약개발 교육사업에 정부와 산업계가 역량을 더욱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AI 신약개발 분야의 최신기술과 방법에 대한 교육 및 현장 적응 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신약개발의 AI 솔루션을 효과적으로 개발·구현하는데 필요한 고급기술과 지식 제공이 필요하다.

생태계 활성의 문제가 개선되면,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분야는 자연적으로 데이터 기반의 AI 기술의 고도화가 이루어질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제약과 AI 기업의 원활한 소통으로 이어져 오픈이노베이션 기반 협업이 촉진되어 순환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다.

AI 신약개발 생태계 활성화

국내 AI 신약개발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신약 개발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충분한 데이터 확보를 위한 공공데이터의 공유 활성화와 AI 전문인력 양성을 통한 원활한 인력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토대로 신약개발에 적용할 AI 기술이 비임상·임상 시험 부분으로 확대된다면 AI 신약개발 혁신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AI 신약개발 생태계 활성화는 전통적 신약개발에서의 열세를 극복하고 블록버스터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갈 수 있는 중요한 열쇠이다.

- 정원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개발지원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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