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분야 주요 이슈와 정책과제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

[의학신문·일간보사]

‘청구간소화’에 대한 입장이 의료계와 보험사가 분명 다름에도 많은 언론에서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라 같은 내용으로 이야기가 된다. 이에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주장하는 청구간소화의 차이를 설명하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의료계는 자율적 참여를 주장하나, 보험업계는 모든 요양기관(병의원, 약국, 치과병의원, 한방병의원 모두) 참여를 강제화 하려 한다. 따라서 의료계는 ‘모든’ 요양기관에 전송 ‘강제’ 조항이 있는 보험업법 개정을 반대해 왔다.

이미 보험업법 개정없이도 의료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없이 차트회사와 협업하여 청구간소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회사들이 있으므로 필요하다면 보험사들이 이들을 도와 청구간소화를 추진하면 된다.

현재도 의료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없이 청구간소화를 제공하는 요양기관이 있고 의료계가 이를 막을 권한도 없다. 의료계는 보험업계가 주장하는 방식이 환자나 의료기관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방식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다.

둘째, 의료계는 보험가입자의 편의를 제공하는 청구간소화를 보험사가 더욱 노력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보험업계는 보험업법 개정만 주장하였다.

가입자의 편의를 증진시키는 청구간소화 서비스라면 보험료를 받은 보험사가 당연히 노력해야 하나, 보험사는 그간 직접 이해당사자인 의료계나 차트회사에는 구체적 노력이나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최근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이하 디플정)나 국회 요청으로 8자협의체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이견은 크다.

아직도 청구금액별 서류상이, 가상팩스패지, 가입자/청구자 상이 시 청구편의 제공 등 청구간소화에 대한 보험사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반드시 전산화 된 정보가 보험사로 가는 경우 보험사가 심시기간 단축 및 지급을 빠르게 한다는 보장이 있어야 하고 전산화된 정보로 가더라도 지급심사에 불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명확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

셋째, 의료계는 법 개정만으로 청구간소화는 이루어질 수 없고 차트회사 등 기술적 협의-개발-검토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보험업계는 보험업법 개정을 전제로 이야기 한다.

대부분의 요양기관은 민간 전자차트를 유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즉 요양기관이 보내고 싶어도 차트회사의 청구간소화 시스템 구축이 선행되지 않으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만일 이런 기술적 제공가능성의 검토 없이 보험업법을 개정한다면 청구간소화 준비가 안된 차트회사를 쓰고 있는 요양기관들을 억울하게 범법하는 기관이 된다.

넷째, 의료계는 청구간소화에 중계기관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며, 보험업계는 중계기관 필요성을 주장한다. 이에 대한 설명은 약간 기술적 이해가 필요한데, 의료계는 청구간소화의 요건으로 암호화, 전송 중 연람-편집 금지, 로그기록(택배로 따지면 암호화 된 택배 송장번호)이외 정보저장금지, non-stop전송 등이다.

이에 반해 보헙업계는 요양기관에 전송하는 정보를 한 중계기관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요양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민간 전송대행회사를 통해 non-stop으로 '요양기관→보험사' 청구를 구현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특정기관 경유를 주장하는데 의료계가 보기에 이는 불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다섯째, 의료계는 정보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해 전송을 환자가 직접 해야 한다고 하나, 보험업법 등에서는 환자가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보험사로 청구자료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진료기록이란 진료 유무 자체, 민감진료과(정신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등), 처방내역 등 모두 예민한 정보이며 이에 대한 환자의 판단이 필요하다.

청구주체의 문제는 환자의 정보 자기결정권 보장이기도 하며, 보험사-환자 간 지급 분쟁시 의료기관이 불필요한 분쟁에 개입되지 않는 최소한의 장치이다. 자칫 원치 않는 진료정보의 전송으로 가입자-보험사간의 분쟁이 있는 경우 환자가 원해서 보냈다는 걸 증명하려면 매 청구마다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하다.

이미 키오스크, 앱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환자가 청구하는 과정이 구현되어 있으므로 의료계는 반드시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해 청구는 환자/보호자가 직접 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의료계는 청구간소화는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받은 보험사가 가입자의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이를 구축할 의무는 보험사에 있다고 보고 이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구간소화를 위해서는 차트회사와 민간 전송대행회사와 기술적 협의를 통해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보급하는데 개발비-유지보수비 등으로 보험사가 지원하면 충분히 가입자의 편의를 늘릴 수 있다고 본다. 의료기관 역시 민간차트회사에게 유상으로 사용료를 내고 있는 계약관계로 의료기관을 강제화 한다고 차트회사가 이를 제공하지 않으면 기술적으로 불가하다.

만일 모든 요양기관에 강제조항을 포함하는 보험업법 개정은 불필요한 대립만 가져오며, 가입자 편의를 위한 청구간소화 서비스 보급에 오히려 저해요인이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보험업계의 차트회사, 전송대행회사의 협의와 보험사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들과 협조하여 확대하는 것이 청구간소화를 진행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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